[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국회 기자회견 수어통역 전면 시행과 함께 국회 의사중계에 수어통역, 폐쇄자막, 화면해설 등을 의무화하는 국회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10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장애인 참정권 보장 촉구 및 국회법 개정안 설명'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국회가 기자회견에 수어통역을 전면 제공하는 첫날 첫 기자회견으로, 장 의원은 이날 장애인의 국회 의사중계 시청과 회의 방청 등에 편의제공을 의무화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정의당 강은미·류호정·심상정·배진교·이은주, 더불어민주당 권인숙·남인순·장경태·최혜영, 미래통합당 이종성·지성호,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 등이 공동발의에 참여했다.

수어 통역 지원이 처음으로 시작된 10일 국회 소통관에서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수어 통역과 함께 '장애인 참정권 보장 촉구 및 국회법 개정안 설명'을 주제로 기자회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장혜영 의원의 이번 국회법 개정안은 장애인 방청지원에 관한 규정을 신설하는 내용이다. 국회 의사중계와 국회 및 의원의 입법활동 중계 시 한국수어·폐쇄자막·화면해설을 제공하고, 장애인의 회의 방청과 관련해 점자안내서, 자막 및 한국수어 통역 등 편의제공을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기자회견에서 장 의원은 "기자회견장 수어통역 배치는 진작 보장되었어야 할 청각장애인의 정당한 권리였다"며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소통의 가치를 강조하며 국민의 국회를 표방한 21대 국회가 의미 있는 변화를 시작했다는 점에서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 의원은 "하지만 장애인에게 장벽 없는 '장애 포괄적'(Disability-inclusive) 국회가 되기 위한 과제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 국회 의사중계 시 수어통역이 국회 각 상임위로 확대되지 못하고 있는 점, 시각장애인을 위한 화면해설이 이뤄지지 않는 점, 장애인 회의 방청 시 안내자료가 부족한 상황 등이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장 의원은 "국민의 국회가 되기 위해서는 국민이 느끼는 정치참여의 장벽부터 제거해나가야 한다. 그리고 장벽의 제거가 특수한 고려나 배려가 아닌 누구나 누려야 할 권리로 느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국회가 가져야 할 장애인지적 감수성은 장애를 불행한 것, 극복해야 할 것으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불평등의 문제에서 인식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의원은 국회법 개정안 제안이유에서 "현행 국회법에서는 회의장 출입의 제한, 방청의 허가, 방청의 금지와 신체검사 및 방청인에 대한 퇴장명령 등을 규정하고 있을 뿐 장애인의 방청지원에 관한 규정은 없는 상황"이라며 "또한 현행법에서는 국회 의사중계 제도를 두고 이에 따라 본회의나 위원회의 회의, 그 밖의 국회 및 의원의 입법활동을 방송하고 있으며 방송 시 수어통역을 제공하고 있지만, 국회 홈페이지에서 중계되는 기자회견이나 상임위원회 등 국회 및 의원의 입법활동에 대한 모든 온라인 중계에서는 한국수어통역을 제공하고 있지 않아 평등한 정보접근권의 침해이자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국회의사중계시스템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 생중계 화면

또한 장 의원은 장애인의 참정권이 21대 국회에서 온전히 보장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장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도 장애인의 참정권은 보장되지 않았다"며 "시·청각 장애인들은 정당·후보자 공약과 선거 관련 정보에 접근하기 어려웠다. 사전투표소 중에는 아직도 엘레베이터가 없는 건물 2층에 투표소가 마련되기도 했다"고 했다.

시각장애인 당사자인 곽남희 노들장애인 자립생활센터 활동가는 "21대 총선 투표 과정에서도 시각장애인 참정권이 보장되지 않았다. 점자 공보물의 경우 후보명 정도만 있고 공약내용 상당부분이 축소되다 보니 세부내용을 읽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했다"며 "투표소에 가서 점자보조용 자료를 달라고 하니 10분을 기다려야 했다. 참정권이 침해되는 여러 사례들이 있었는데, 앞으로 21대 국회의원분들이 신경써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발달장애인 당사자인 김대범 한국피플퍼스트집행위원은 "국회는 우리 발달장애인이 보다 쉽게 정치에 참여할 수 있도록 말과 글과 만남의 문턱을 낮춰야 한다"며 "국회에서 오가는 모든 사안들을 우리가 모두 이해할 수 없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정보가 있을 때 문자를 통해서든, 조력인을 통해서든 접근 가능해야 한다"고 했다. 김 위원은 "국회가 우리의 고통과 차별에 귀 기울이는 것, 전문가가 우리를 대신하지 않는 것, 우리에게 직접 묻고, 우리의 대답을 기다리고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국회 수어통역 지원이 확대되면서 장애인 단체에서는 청와대, 공공기관 등에도 수어통역을 확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장애벽허물기)은 9일 성명을 내어 "우리 단체는 국회 소통관의 수어통역사 배치를 환영한다. 그리고 장 의원이 추진하는 것과 같이 '국회법'이 개정돼 국회 내에서의 장애인 접근환경이 만들어지길 희망한다"면서 "더 나아가 청와대를 비롯하여 공공기관으로 수어통역사 배치가 확대되길 기대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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