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서울신문 저연차 기자들이 7일 “곽병찬 고문의 칼럼은 ‘피해자 중심주의’에 맞지 않다”는 비판 성명을 잇따라 냈다.

7일 서울신문 50기, 51기 기자들은 전날 사내 게시판에 올라온 '곽병찬 칼럼에 이의 있다'는 한 사회부 기자의 성명에 이어 같은 취지의 비판 성명을 냈다. 성명을 낸 50기, 51기 기자들은 2017년, 2018년 입사자들이다.

서울신문의 6일 자 31면에 실렸던 곽병찬 논설고문의 <광기, 미투를 ‘조롱’에 가두고 있다> 칼럼은 서울신문 홈페이지에 게재되지 않았다. 칼럼 내용이 피해자에게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는 편집국 내부 판단에 따라서다.(▶관련기사 : 서울신문 ‘광기, 미투’ 칼럼 사라진 이유)

서울신문 6일자 31면에 실린 곽병찬 논설고문의 칼럼

50기 기자들은 ‘이번에도 유야무야 넘길 겁니까’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곽 고문의 칼럼을 비판했다. 이들은 칼럼이 나오기 전날, 초판에서 칼럼을 확인하고 ‘설마 20판(강판)까지 가겠나’라고 반문했지만 책임자들이 칼럼을 내리는 결단을 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강판 시간이 임박해서야 대체할만한 기고문을 구했고 결국 20판에 해당 칼럼이 실리는 것을 보며 “헛웃음이 나왔다”고 했다.

50기 기자들은 곽 고문의 칼럼을 두고 “박원순 전 시장 사망 직후 피해자를 향했던 2차 가해의 논리와 다를 바가 없다”며 “지극히 상식과 정의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 문제임에도 자신의 논리를 정당화하기 위해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긴급조치를 끌어오고 이미 포렌식을 진행한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수사기관이 포렌식 해 증거를 수집하면 된다고 주장했다”고 지적했다. 해당 칼럼은 피해자에게 ‘피해자다움’을 강요했고, 박 전 시장의 잘못을 희석하려 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50기 기자들은 고광헌 사장, 박홍기 이사, 논설실장, 편집국장 등에게 해당 칼럼이 지면에 실리게 된 과정과 이를 내리지 않은 경위를 물었다. 또한, 최종적으로 칼럼을 내릴 수 없다고 판단한 주체가 누구인지, 사장이라면 판단 배경과 이유를 밝히라고 했다. 이와 더불어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51기 기자들도 같은 날 “‘그 지면’보다 뒤처리가 더 부끄럽다”는 제목의 성명을 내며 심한 무력감과 자괴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편집국에서는 칼럼이 나간 5판부터 ‘적절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반영되지 않았고, 6일 낮 사내 게시판에 이의 제기 글이 올라온 뒤 하루가 지났지만 한 줄의 해명과 후속조치가 나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51기 기자들은 서울신문의 스탠스가 ‘피해자 중심주의’라고 믿어왔다면서 “부끄럽다”고 말했다. 서울신문은 지난달 28일 열린 독자권익위원회에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망 이후 피해자 중심 보도 스탠스로 선명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고, 박 전 시장 사건 발생 이후 1면에 ‘설 자리 없는 피해 호소인’에 대해 다루는 등 줄곧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에 대해 다뤄왔다는 것이다.

이들은 “독자권익위원회의 평가 일주일 뒤, 피해자 중심주의에 반하는 칼럼이 논설고문의 이름으로 나갔고, 하나의 조직에서 정반대의 목소리를 버젓이 내는 서울신문을 어떤 독자가 신뢰할 수 있겠냐”고 했다.

51기 기자들은 칼럼을 작성한 곽 고문에게 “해당 칼럼에는 개인 의견 차원의 문제가 아닌 사실관계가 틀린 대목이 여럿 있다”며 경위와 의도를 조속히 해명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칼럼 수정 등을 요청하기 위한 편집국의 연락을 받지 않은 점에 대해 규탄했다. 이들은 50기와 마찬가지로 사장과 논설실장에게 자세한 경위를 밝힐 것과 사건 재발을 막기 위한 구체적 조치를 요구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