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래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일본 대표팀과의 친선경기에서 3골차 완패를 당했다. 한국 축구가 일본에 3골차로 패한 것은 지진 1974년 1-4 패배 이후 무려 37년 만이다.

대표팀은 10일 오후 7시30분 일본 훗카이도 삿포로돔에서 열린 일본과의 평가전에서 카가와 신지(2골), 혼다 케이스케에게 연속골을 내준 반면 단 한 골도 만회하지 못해 0-3으로 졌다.

박지성, 이영표 등 그동안 대표팀의 구심점 역할을 했던 베테랑들이 빠진 가운데 처음으로 숙적 일본과 맞닥뜨린 한국은 이날 갑작스런 부상과 컨디션 난조로 빠진 이청용과 손흥민의 공백까지 더해지며 불안한 전력으로 경기에 임한 탓에 조직력 면에서 일본에 크게 뒤지며 시종 밀리는 경기를 펼쳤다.

박주영을 최전방 공격수에 포진시키고 이근호-구자철-김정우에게 뒤를 받치게 하는 4-2-3-1 전술을 들고 나온 조광래호는 경기 초반 이근호의 헤딩 슈팅과 차두리의 기습적인 중거리 슈팅으로 잠시 일본에게 위협을 가했을 뿐 그 이후에는 사실상 일방적인 열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 박지성 선수ⓒ연합뉴스

한국이 전반전에 어이없이 한 골을 실점했고, 그 이후 한참 밀리는 경기를 펼치는 중계방송을 시청하며 트위터 공간을 모니터링하던 중 필자는 한 언론사 기자가 자신의 트위터에 "지금 포털 검색어 순위에 박지성이 뜨고 있다"는 글을 올려놓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후반전 2골을 더 허용한 반면 한 골도 만회하지 못한 채 경기가 마무리되는 것을 지켜보며 '박지성' 이라는 키워드가 검색어 순위에 급부상한 이유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아울러 앞으로 박지성과 대표팀의 관계를 둘러싸고 벌어질 여러 논란들이 머릿속에 그려지기도 했다.

이날 대표팀이 한 골을 잃은 이후 추가골을 허용하고 그 이후 쐐기골을 허용하는 과정에서 한국 대표팀 전체적인 조직력이 급속하게 와해되는 모습은 적어도 박지성이 대표팀 주장으로 있을 때 결코 볼 수 없는 장면이다. 현 주장 박주영에게는 대단히 미안한 말이지만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11일 포털 뉴스사이트를 검색해 보니 한 일본인 기자가 "한국은 박지성, 이영표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제시했다는 기사가 주요 기사로 다뤄지고 있었다.

'스포탈코리아'와 인터뷰 한 모리 마사후미 기자는 "박지성과 이영표가 있어야 한다. 왼쪽 측면이 약해졌다"라고 말했고, 모토카와 에츠코 기자는 "박지성과 이영표가 꼭 있어야 한다"라며 "일본은 아시안컵보다 수준이 올라섰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라고 박지성, 이영표의 국가대표 은퇴 후 전력이 약해졌음을 지적했다.

이처럼 일본 기자들이 지적한 것은 박지성과 함께 이영표도 거론이 됐지만 필자 뿐 아니라 대다수 국내 축구팬들의 생각을 예상해보자면 이영표보다는 박지성의 존재가 더 절실하다는 점에 고개가 끄덕여질 것이다.

왜냐면 이날 한국의 미드필드나 수비가 일본에 비해 기량적인 측면에서 현격하게 떨어진 것이냐하면 그것은 아니었다. 다만 선수들 스스로 경기를 치르며 어떤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는 심리적 구심점이 보이지 않았던 것뿐이었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1차적으로 주장 박주영이, 그리고 그 뒤에서 차두리가 그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이날 박주영이나 차두리 두 선수의 플레이나 전체적인 움직임, 그리고 멤버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은 박지성의 공백을 대체하기에는 분명 모자란 수준이었다.

단기적인 미래를 바라볼 때 박지성이 현실적으로 대표팀에 복귀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하지만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을 통과한 이후 최종예선이 어느 정도 진행되다 보면 그의 대표팀 복귀론이 뜨겁게 달아오를 가능성이 농후하다.

한국이 호주와 일본에 밀려 일찌감치 최종예선 톱시드를 잃은 상황에서 만약 한국이 최종예선에서 그야말로 '지옥의 조'에 편성되어 고전을 면치 못하게 되는 상황에 직면한다면, 팬들은 물론 언론들과 축구계가 모두 나서서 '박지성 대표팀 복귀론'에 군불을 땔 것이고, 그와 같은 상황을 맞게 될 박지성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잊어야지 하면서도 못 잊는 것은 미련 미련 미련 때문일 거야. 생각말자 하면서도 생각하는 건 미련 미련 미련 때문일 거야'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인기 트로트 가요의 가사 중 일부다. '삿뽀로 참사'로 불리는 한일전 완패를 지켜본 많은 축구팬들이 박지성을 떠올리며 읊조렸을지도 모르는 노랫말이다.

'한일전 완패', '삿뽀로 참사'의 연관 키워드 '박지성'...이는 결국 앞으로 점화될 '박지성 대표팀 복귀론'을 예고하는 하나의 징후로 볼 수도 있을듯 하다.

스포츠 전문 블로거, 스포츠의 순수한 열정으로 행복해지는 세상을 꿈꾼다!
- 스포토픽 http://sportopic.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