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안타깝고 치욕적인 패배였습니다. 공격, 수비 모든 면에서 일본에 졌습니다. 조광래호 출범 후 세 번째 맞대결에서 처음 이겨보겠다는 의지는 강했지만 '탄탄한 기술 축구'를 구사한 일본에게 진 충격은 꽤 오래 갈 듯합니다.

한국 축구가 일본에 완패했습니다. 조광래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0일 저녁, 일본 삿포로 돔에서 열린 일본과의 평가전에서 일본의 신성, 카가와 신지에게만 2골을 내주는 등 굴욕적인 경기력을 보여주며 0-3 완패했습니다. 한국 축구가 일본에 3골 이상 내준 것은 지난 1974년 9월 28일, 제3회 한일정기전에서 1-4 대패한 이후 37년 만에 있는 일이었습니다. '한국 축구의 시대는 끝났다'고 기세등등했던 일본의 기만 더 살린 꼴이 됐습니다.

▲ 삿포로돔에서 열린 한ㆍ일 국가대표축구팀 친선경기에서 0대3으로 패배한 대표팀 선수들이 침울한 표정으로 응원단에게 인사하러 가고 있다. ⓒ연합뉴스
이청용, 지동원 등 몇몇 주축이 빠졌다고 하지만 너무나 무기력했던 경기력은 경기를 지켜본 사람들의 마음만 답답하게 했습니다. 조광래호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었던 짧은 패스를 활용한 점유율 축구는 온데간데없었고, 일본의 강한 압박에 오히려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했습니다. 경기 자체가 잘 안 풀리다보니 선수들은 자신들의 장점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고, 마음만 급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결국 한 골도 터트리지 못하고 총체적인 문제만 드러내며 완패했습니다.

조광래 감독은 경기 전 기자회견에서 '중원을 지배해야 경기를 풀어나갈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 같은 예상은 그대로 들어맞았습니다. 하지만 나름대로 고심해서 짠 진용은 전혀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중원에서의 플레이가 제대로 살지 못하다보니 측면에만 의존한 '구식 축구'로 회귀했고, 선수들의 움직임은 모두 고립되거나 겉돌기만 했습니다. 여기에 어려운 상황에서 터져줘야 했던 공격수들은 수준 낮은 슈팅만 터트리며 단 한 번도 시원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3골을 내준 뒤, 꾸준하게 따라가기 위한 기회를 잡았지만 선수들은 마음만 급급해 부정확한 슈팅만 남발했습니다.

수비에서도 일본의 빠르고 유연한 패스 축구에 쫓아가기만 급급했고, 잇달아 결정적인 실점 위기를 내줬습니다. 상대 선수가 들어오고 있는 상황에서 협력 수비가 잘 이뤄지지 않다보니 놓치는 선수가 계속 나왔고, 이 과정에서 결국 3골을 허용하고 실점과 다름없는 상황도 내줬습니다. 3골이 나왔지만 하마터면 5-6골까지 허용할 뻔 했던 굴욕적인 모습이었습니다.

반면 일본 축구는 눈에 띄게 강했습니다. 경기 초반부터 중원을 장악해 원활하게 경기를 이끌어갔고, 문전 앞에서는 침착한 플레이로 한국 수비진을 농락시켰습니다. 수비 역시 한국 선수가 볼을 잡으면 여러 선수가 따라붙어 공격 길목 자체를 차단했습니다. 전체적으로 간격을 촘촘하게 유지하며 경기를 운영하다보니 유기적인 플레이도 많이 나왔고, 그런 가운데서 결정적인 순간을 많이 만들어냈습니다. 한국 문전에서 개인기를 활용해 수비를 따돌리고 슈팅을 하는 상황은 그들이 그렇게 말하던 '탈아시아' 수준이었습니다.

경기를 진 것도 마음 아팠지만 조광래호 특유의 경기력을 전혀 보여주지 못한 것은 더욱 가슴 아팠습니다. 여러 가지 변수가 있는 경기였다고 해도 일본 선수들의 개인기에 무너지는 모습까지 보인 것은 굴욕 그 자체였습니다. 단순히 평가전이라고는 해도 유럽파까지 불러들였고, 무엇보다 자존심이 걸린 경기에서 우리 특유의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한 것은 반성해야 할 점으로 지적됐습니다. 더 나은 팀으로의 도약을 위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맞은 '쓰라린 주사'였다고 하지만 조금은 더 씁쓸함만 남겼던 '굴욕적인 한일전'이었습니다.

단순한 패배로 넘어가기에는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잘 나가다가 한 번 당한 패배로 넘어갈 것이 아니라 냉철하게 이번 한일전 패배에 대한 분석을 통해 월드컵 3차예선에서 새로 태어나는 조광래호가 될지,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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