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에 붕어가 없는 것이 낫지 강호동이 없는 1박2일은 생각할 수도 없다. 아직은 본인의 의사표명이 없기 때문에 그저 낭설이라고 믿고 싶은 마음이 더 크지만 이번에 제주로 가면서 보인 강호동의 행동이 신경을 건드린다. 부자들의 연합이었던 바보당은 제주에 도착하자마자 김종민의 달리기로 시작됐고 강호동이 그 뒤를 따라 이수근을 졸지에 따돌리게 된 이후 강호동은 유난히 자신의 배신행위에 대해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지만 착한 척만 하는 것은 예능인의 직무유기라며 예능에 충실한 자신의 결백(?)을 합리화시키려는 모습을 보였다. 그것을 볼 때만 해도 강호동이 좀 오버한다는 생각도 들기도 했지만 참 별 것도 아닌 걸로 웃길 줄 아니 괜히 강호동이 아니구나 싶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 느닷없이 터진 강호동 1박2일 하차설이 들리자 괜한 것이 아니라 복선을 깔아둔 것이었나 하는 생각도 들게 했다.

만일 강호동의 하차가 기정사실이라면 아마도 오랫동안 고민을 했을 것이고,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유사한 상황이 되자 자신도 모르게 그 고민을 드러내는 일은 당연하다. 인간은 무의식적이라도 자신을 보호하고 변호하고자 하는 본능에 지배받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강호동이 1박2일을 떠나면서 정말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해오고 있었다는 말이 된다. 누구라도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강호동을 국민MC 반열에 오르게 해준 것이 1박2일이기에 이런 느닷없는 하차는 자연 배신이라는 비난을 각오할 일이기 때문이다.

강호동 하차설을 접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그 이유에 대해서 궁금해 하기 마련이다. 1박2일이 치명적인 잘못을 저지른 것도 아니고, 프로그램에 존폐위기에 빠질 시청률 급락도 없이 매주 당당히 한국 일등 시청률을 자랑하고 있는데 남들은 들어오지 못해 안달이 날 프로에서 자진에서 하차하겠다는 데는 그럴 만한 커다란 이유가 있는 것이 당연하다. 일각에서는 몸값 올리기라는 말도 있지만 현시점에서 가장 그럴 듯한 것은 앞서 1박2일을 떠나 종편으로 떠난 이명한 PD와 합류하는 시나리오다.

강호동 하차설이 나기 하루 전날 황정민, 정우성 등 굵직한 배우들의 종편행 소식이 전해졌다. 전혀 무관한 일이 될 수도 있지만 올 겨울에 등장하게 될 종편들이 이제 개국을 위한 실질적인 막바지 피치를 올리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기에 이미 거액의 스카우트 비용을 들여가며 예능PD들을 데려갔던 것은 결국 그 이상의 거물급 예능스타를 영입하기 위한 사전작업이었다는 분석도 무리는 아니다.

과거 SBS는 모래시계의 대히트로 인해 방송국의 입지를 다지는 데 큰 힘을 얻게 되었다. 종편들 역시 같은 꿈을 꾸기 마련일 것이다. 그러나 요즘은 드라마보다 예능에 대한 파급력이 훨씬 크기 때문에 투자의 크기도 비례하게 될 것이다.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지만 김태호PD에게 제시한 비용이 30억이라는 소문도 있고 보면 종편이 예능대어에 대한 투자는 그보다 훨씬 클 것도 짐작할 수 있다. 하물며 그 대상이 대어 중에 대어 국민MC 강호동이라면 그 액수는 상상을 초월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강호동이 종편으로 옮기게 된다면 생각 이상의 비난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강호동은 그간 공인론이라든지, 진정성이라든지 해놓은 말들이 있어서 비난을 받는다고 해도 억울하다는 표정조차 짓기 어려운 입장이다. 어쩌다 1박2일을 보는 사람에게는 별무관심이겠지만 소위 일박빠를 양산해낸 장본인이 강호동이기에 국민예능으로 올라선 1박2일의 와해를 의미하는 강호동의 하차에 비난은 피할 수 없는 일이 될 것이다.

종편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점도 강호동에게 불리한 배경이다. 그뿐 아니다. 1박2일의 수장 나영석 PD도 종편의 손길을 거절했다는 것에서 ‘월급쟁이도 지킨 의리를 예능갑부가 돈 때문에 배신하냐’는 말을 들어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숙명적 라이벌 유재석이 아직 종편으로 간다는 말이 없는 것도 강호동의 이적에 불리하게 작용될 것이다. 강호동의 종편행이 기정사실화되면 유재석과의 비교는 피할 수 없는 일이고, 과연 강호동이 현재의 국민MC의 이미지와 네임밸류를 지켜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아직은 더 기다려봐야 하는 일이지만 강호동의 하차설이 낭설이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만은 아마도 모두 같을 것이다. 그 마음을 흔들리고 있는 강호동이 꼭 알아주기 바란다. 그리고 김C가 하차할 때 이승기에게 “너는 사고치지 말라”던 그 말을 꼭 자신 스스로에게 해주기 바랄 뿐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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