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저녁 일본 삿뽀로돔에서는 한국과 일본 축구대표팀간 친선 A매치가 열릴 예정이다.

아시아 뿐 아니라 세계 축구계에도 유명할 만큼 축구 한일전은 어느 때고, 그리고 경기의 성격이 어떤 것이든지 치열한 승부가 벌어진다. 이는 축구 한일전이 단순히 축구 경기 이상의 의미 내지 감정을 지닌 경기이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서 언급된 '감정과 의미'는 굳이 더 말할 필요 없이 과거사의 문제임을 모르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특히 이번에 열리는 한일전은 시기적으로 그 어느 때 보다 매우 민감한 시점에서 치러지는 것이 사실이다.

▲ 한국 대표팀ⓒ연합뉴스

최근 일본 정부에서 승인한 국방백서에 독도를 일본의 영토로 명시했고, 유사시에 독도에 일본 해상 자위대를 출동시킬 수 있도록 명시한 점이나, 일본 자민당 극우성향의 의원 3명이 독도 문제에 관한 울릉도 주민들의 의견을 듣고 싶다는 명분으로 입국을 시도하다 입국거부 조치를 당해 다시 돌아서는 정치쇼를 벌인 점, 그리고 미국 정부가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해야 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힌 점 등등 한일간 과거사와 영토문제로 그 어느 때보다 시끄럽고 감정이 상해 있는 상황이다.

굳이 이와 같은 시기적인 문제가 아니더라도 요즘 젊은 세대들은 적어도 스포츠 분야에 있어서만큼은 일본에 대해 이전 세대보다 훨씬 더 맹목적인 적대감 내지 공격적 성향을 나타내는 경향이 보이는 듯하다.

물론 '스포츠는 스포츠일 뿐'이라는 '쿨'한 태도를 보이는 비율도 만만치 않지만 ,공격적이고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이 더 도드라져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단적인 예로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김연아와 경쟁을 펼친 아사다 마오, 안도 미키 등 일본 선수들에 대한 국내 팬들의 태도에서도 그와 같은 현상들은 극명하게 드러난 바 있다.

이와 같은 상황을 만든 데는 한일간 민족감정을 교묘하게 시청률과 '클릭 수 장사'에 이용한 미디어의 책임이 적지 않다. 인터넷상에서 떠도는 티끌 같은 가십거리를 마치 대단한 이슈인양 포장해서 확대 재생산, 불필요한 논란을 키우곤 한 책임의 한가운데 언론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축구 한일전을 앞두고 이전보다 언론들이 민족감정을 부추기는 보도를 애써 자제하는 모습이지만 일부 언론들은 여전히 현재 한일간 미묘한 정치적, 외교적 감정대립을 그대로 이번 한일전에 대한 관심으로 연결시키기 위해 이런저런 이슈들을 던지고 있다.

예를 들면 일본 측이 한국 대표 팀에 배정한 형편없는 연습구장 문제로 조광래 감독이 격분했다는 내용이 크게 보도된 것이나, 일본 응원단이 들고 나타날지도 모르는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 '욱일승천기를 언급한 것은 독자들로 하여금 은연 중에 '역시 일본놈들은...'이라는 생각을 갖게 함은 물론 친선 축구 경기의 파트너 그 이상의 감정으로 일본을 바라보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물론 한국과 일본 뿐 아니라 유럽의 국가들도 국가대표간 축구경기에 있어 민족적 감정이 개입되는 경우도 있고, 심지어는 같은 나라의 클럽팀끼리도 지역민 간의 과거 갈등이나 민족적인 문제가 개입된 더비 매치가 많다는 점을 떠올려 본다면 한일전을 앞두고 두 국가간 과거사나 민족적 감정 문제가 거론되는 것이 이상할 것은 없다.

다만 그 정도가 지나치면 문제가 있고, 언론이 그와 같은 스포츠에 개입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은 감정들을 시청률이나 클릭율에 이용하는 것은 더더욱 경계할 일이다. 모쪼록 이번 축구 한일전 경기 중계방송 도중 '후지산이 무너진다'거나 '오늘 승리를 독도에 바친다'거나 '최근 한일 문제로 응어리진 감정이 풀어진다'거나 하는 멘트가 캐스터나 해설자의 입에서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스포츠 전문 블로거, 스포츠의 순수한 열정으로 행복해지는 세상을 꿈꾼다!
- 스포토픽 http://sportopic.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