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 만에 다시 만났습니다. 서울에서 처음 만나 카타르를 거쳐 이번에는 일본 삿포로에서 대결을 펼칩니다. 브라질월드컵이라는 장기적인 목표를 향해 양 팀 모두 남아공월드컵 직후 수장을 바꿨고 나란히 '선의의 경쟁'을 펼쳤습니다. 두 번 만나 공식적으로 모두 비겼던 양 팀은 이번 세 번째 만남에서 승부를 보려 하고 있습니다. 친선경기라 해도 '축구 전쟁'이나 다름없는 이 경기, 바로 이번 축구 한일전에서 어느 팀이 웃을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조광래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오늘 저녁 7시 30분, 일본 삿포로 돔에서 일본과 통산 75번째 대결을 펼칩니다. 지난 1월 아시안컵 준결승에서 만난 뒤 7개월 만에 만난 양 팀은 브라질월드컵 3차예선을 앞두고 총력전을 다하는 경기를 다짐하며 운명의 순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어떤 것을 상상해도 그 이상의 대결을 기대하게 하는 이번 한일전의 관전포인트는 무엇인지 짚어보겠습니다.

▲ 삿포로돔서 훈련하는 대표팀 ⓒ연합뉴스

두 번 비긴 조광래호, 삼세 번 무승부는 없다

앞서 전한 것처럼 조광래호 출범 이후 한국은 일본과 두 번 만나 모두 비겼습니다. 지난해 10월, 서울에서 첫 만남을 가져 0-0 무승부를 거뒀는데요. 이후 3개월이 흘러 지난 1월 카타르에서 열린 아시안컵 준결승전에서 다시 만나 2-2 무승부를 거두고 승부차기를 가져 공식적으로 2경기 연속 무승부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이 승부차기에서 단 한 선수도 넣지 못하는 불운을 맛보며 일본에 결승행 티켓을 내주고 51년 만의 정상 정복에 실패했습니다. 출범 1년 동안 9승 4무 1패라는 쾌조의 성적을 냈지만 일본에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한 것은 조광래호에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습니다. 허정무호 시절에도 2연승을 달렸던 만큼 이번 경기에서 연이은 무승부를 털고 기분 좋은 승리로 최근 A매치 연승, 무패 행진을 이어가는 것이 필요한 조광래호입니다.

그래도 일본 원정만 가면 펄펄 날았던 한국 축구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조심스럽게 기대감을 갖게 하는 건 사실입니다. 한국은 1998년 다이너스티컵 예선에서 1-2로 패한 이후 일본 원정에서 일본과 만나 단 한 번도 지지 않았습니다. 허정무 감독이 맡았던 2010년에는 2월, 5월에 잇달아 만나 3-1, 2-0 완승을 거두며 연승 행진을 이어가기도 했습니다. 이전 대표팀이 무패 역사를 이어온 만큼 조광래호는 이번에도 기분 좋은 기세를 이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월드컵 3차예선 전 마지막 평가전

일단 이번 경기에 한국과 일본 모두 총력전을 펴는 이유는 브라질월드컵 3차예선 전 갖는 마지막 평가전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중동 3팀과 3차예선을 갖는 반면 일본은 북한, 우즈베키스탄, 시리아와 한 조에 속해 조금은 껄끄러운 예선을 치러야 하는 상황입니다. 3차예선에서 맞붙는 팀 간에 전력이 한 수 위라 해도 팀을 만들어가야 하는 상황에서 이번 한일전은 그 기초를 확실하게 닦는 전기를 마련할 수 있는 경기가 될 것으로 두 팀 모두 기대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무려 14명의 유럽파를 호출하는 초강수를 두면서 이번 한국전을 벼르고 있었으며, 한국 역시 절반 이상의 해외파를 불러 가용할 수 있는 최대한의 전력으로 일본전 필승을 다짐하고 있는데요. 최정예 전력으로 마지막 호흡을 점검하고, 기왕이면 승리를 거둬 3차예선을 기분 좋게 맞이하겠다는 각오를 엿볼 수 있습니다.


치열한 중원 싸움을 기대하라

조광래 감독은 이번 경기의 키포인트로 '중원 대결에서 어떻게 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내놓았습니다. 즉 미드필드 싸움에서 어느 팀이 잘 운영해 가느냐에 승패가 엇갈릴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실제로 한국은 지난 1월, 아시안컵에서 승부차기까지 경기를 끌고 가는 데는 성공했지만 탄탄한 조직력과 유기적인 패스플레이를 자랑하는 일본 중원에 다소 밀리는 양상을 보이며 조금은 힘든 경기를 펼친 바 있습니다. 때문에 조광래 감독은 이 일본 중원을 어떻게 공략하느냐에 운명이 걸려있다고 보고 복안을 내놓았습니다.

일본은 세기와 노련함에서 한국에 조금 앞서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는 합니다. 하세베, 엔도, 혼다로 이어지는 중원은 삼각 편대를 이루면서 세밀한 패스플레이와 호흡으로 상대방을 교란하는데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 왔습니다. 날이 갈수록 더욱 탄탄해지는 일본의 이 중원 자원들은 분명히 아시아 최정상급으로 평가할 만합니다. 하지만 한국은 아시안컵 이후 어느 정도 굳어지고 있는 기성용-이용래 더블 볼란치를 축으로 올해 가장 감각이 좋은 김정우가 공격형 플레이어로 조광래호 출범 이후 처음 한일전에 나서 일본에 맞섭니다. 수비형 미드필더 자원이었던 김정우는 올해 공격수로 변신해 리그 14골을 집어넣는 무서운 저력을 보여주고 있는데 최일선에서 상대 공격 흐름을 원천 차단하면서 공격까지 맡는 역할을 잘 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기존에 구자철 대신 김정우로 바뀐 것이지만 한국 역시 젊 음과 노련미가 잘 어우러진 삼각 편대를 만들어 결코 일본에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할 만 합니다. 절대 우열을 가리지 힘든 이 중원 싸움에서 어느 팀이 우위를 점하면서 경기를 펼칠지 관심 있게 지켜볼 일입니다.


새로운 자원을 눈여겨보라

무엇보다 이번 한일전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선수 또는 포지션 변화 등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경기에서 조광래 감독은 부상, 개인 사유 등으로 빠지는 여러 선수들의 공백을 다른 선수들이 얼마나 메우느냐도 확인해야 하는 상황인데요. 장기적으로 월드컵 3차예선, 그 이후 팀 운영까지 내다보면서 이번 경기에 몇몇 선수를 선발, 테스트해 선보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가장 주시해야 할 새 자원은 중앙 수비수 이재성입니다. 조광래 감독이 오래 전부터 눈여겨 본 이재성은 또 다른 '골 넣는 수비수'로 각광받은 선수인데요. 큰 키(187cm)를 활용한 공중볼 장악 능력이 좋고, 파이팅이 넘쳐 수비수로서 나름대로 장점을 갖고 있는 이재성은 이번 한일전에서 베테랑 수비수 이정수와 호흡을 맞출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첫 A매치이기에 어떤 경기력을 보여줄지는 모르겠지만 최근 소속팀에서 기세가 좋고 이번에 대표팀에 소집되면서 조광래 감독의 특별 지도를 받았을 만큼 신뢰가 대단해 기대가 큽니다. 그밖에도 측면 자원으로 교체 출장이 예상되는 신예 김보경과 남태희 등도 이번 한일전에서 눈여겨 볼 만한 새로운 '비밀 병기들'입니다.

주 포지션이 아닌 위치에서 뛰어 새로운 가능성을 엿보는 선수들도 있습니다. 아시안컵에서 섀도 스트라이커로서 좋은 활약을 펼치며 득점왕에 올랐던 구자철은 이청용을 대신해 오른쪽 측면에 나서며, 최전방이나 섀도 스트라이커를 자주 봤던 이근호 역시 왼쪽 측면으로 선발 출장해 기량을 점검합니다. 둘 다 경기 감각이나 스피드한 플레이는 일가견이 있는 만큼 이들의 장점이 그대로 나타나는 플레이가 잘 살아날지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들이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그만큼 조광래 감독의 향후 대표팀 전술 운영에도 숨통이 트일 수 있습니다.

'재일교포' 이충성을 조심하라

▲ 이충성 ⓒ연합뉴스
조광래호 뿐 아니라 일본 팀에서도 주시해야 할 선수가 있으니 바로 '재일교포 4세 선수' 이충성이 그 주인공입니다. 아시안컵 결승전에서 결승골을 터트리며 일약 스타덤에 오른 이충성은 '모국' 한국과의 경기에 처음 나서 선전을 다짐하고 있습니다.

한때 대한민국의 대표 선수를 꿈꿨지만 뜻을 이루지 못하고 2007년 당시 일본 올림픽팀 감독의 권유로 일본에 귀화한 이충성은 최근 일본에서 가장 뜨거운 공격수로 각광받으며 이번 한일전에서도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선수로도 꼽힙니다. 히로시마 산프레체 소속으로 현재 10골을 집어넣으며 J리그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을 만큼 골 감각이 절정에 달해 있는데요.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발휘하고, '모국'에 또 한 번 강인한 인상을 심어주는 계기를 만들어낼지도 흥미롭게 지켜볼 부분입니다. 한국 입장에서는 어쨌든 골 감각이 뛰어난 이충성을 경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차두리, 또 한 번 '차미네이터' 위력 보여줄까

▲ '차미네이터' 차두리 ⓒ연합뉴스
한일전의 또다른 숨은 볼거리를 하나 더 소개한다면 바로 '차미네이터' 차두리의 시원한 플레이입니다. 차두리는 지난해 5월, 일본 사이타마에서 열린 평가전에서 측면 수비 자원으로 선발 풀타임 출장해 일본 선수들과의 몸싸움에서 밀리지 않고 위력적인 드리블 능력과 측면 플레이를 선보이며 팬들의 엄청난 박수를 받았습니다. '차미네이터'라는 별명이 생긴 것도 이때 당시 플레이가 발단이 돼 붙여졌는데요. 일본 수비수들이 잇따라 나가떨어지는 그 위용이 대단해 '차미네이터', '차 부스터'라는 별칭이 붙여졌습니다. 1년이 조금 지난 이 시점에서 과연 '차미네이터'가 또 한 번 가동해서 위용을 보여줄지 팬들은 은근히 차두리의 강력한 모습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일전 성격만큼이나 경기 전부터 양 팀, 그리고 팬, 언론은 뜨겁게 달아올라 있습니다. 돔구장에서 경기를 갖는 독특한 환경 역시 눈길을 끌고 있고, 일본의 은근한 홈 텃세 등 신경전도 대단한 상황입니다. 평가전답지 않은 평가전, 이번 한일전에서 어떤 명승부가 펼쳐져 팬들을 흥분하게 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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