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5일부터 '데이터 3법'(개인정보 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시행되는 가운데 시민사회는 "아무리 '데이터3법'이란 미명으로 치장해도 그 데이터가 우리의 개인정보임은 변함이 없다"며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이하 보호위원회)의 독립적 역할을 촉구했다.

진보네트워크, 참여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등 10개 시민단체는 4일 성명을 내고 "개인정보 도둑법이 시행된다. 우리의 개인정보에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들 시민단체는 우선 데이터3법 개정안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 드러난 개인정보 유출 우려에 대해 지적했다. 데이터3법은 개인정보를 '가명처리'해 산업·연구 목적에 활용한다는 게 주요 골자다. 하지만 개인정보 중 일부 정보만을 삭제하는 가명정보는 정보결합 시 개인 식별이 가능하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가명정보는 개인정보로 취급되지 않기 때문에 활용 시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지 않는다.

이들은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 ▲'과학적 연구' 목적의 가명정보가 실제 목적대로 활용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장치가 없는 점 ▲가명정보 판매 규제의 부재 ▲기업 간 가명정보 결합·반출 허용 ▲가명정보 목적달성 후 삭제 의무 폐기 ▲개인정보 목적 외 활용 범위 확대 등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시민사회단체가 개최한 '펙트체크-데이터 3법, 왜 개인정보 도둑 법인가' 긴급 기자브리핑 현장. (사진=미디어스)

그러면서 기존 행정안전부, 방송통신위원회가 가지고 있던 개인정보 감독권한을 이관·통합해 꾸려지는 보호위원회가 "기본권의 수호자 역할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독립적 감독기구로서 꾸려지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위원회 인사를 보면 독립적 역할 수행이 가능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장관급인 보호위원회 위원장에 윤종인 행안부 차관, 차관급인 부위원장에 최영진 4차산업혁명위원회 지원단장을 내정했다. 이들 인사는 5일 보호위원회 출범과 함께 임명될 예정이다. 윤 신임 위원장은 행안부 차관으로서 데이터3법 중 개인정보보호법 개정 과정을 총괄한 인물이다.최 지원단장은 방통위 이용자보호국 조사기획총괄과장, 미래창조과학부 국립전파연구원 원장, 대통령비서실 과학기술보좌관 선임행정관을 역임했다. 보호위원회 지도부가 행안부, 방통위 출신 고위 관료로 채워져 독립기구로서 작동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게 시민사회 지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에 윤종인 행정안전부 차관(왼쪽), 부위원장에 최영진 4차산업혁명위원회 지원단장을 내정했다. (사진=청와대)

시민단체들은 "보호위원회는 정부의 데이터 정책에 종속되어서는 안된다. 오히려 인권을 침해하지 않을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며 "개인정보 처리와 활용의 균형은 개인정보의 활용을 위해 기본권을 타협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시민단체들은 향후 정보주체의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 데이터3법과 그 활용에 대한 기업고발과 헌법소원심판청구, 데이터3법 개정 촉구, 보호위원회 역할 감시 등의 활동을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시민단체들은 "데이터 산업 발전을 명분으로 정보인권을 도외시해온 문재인 정부에 유감을 표한다"며 "정부는 정보주체의 보호를 도외시한 정책의 추진이 결코 평탄하게 갈 수 없고, 오히려 기술과 산업의 발전을 지체시킬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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