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에서 가장 중요한 3요소를 고르라면 풍자, 페이소스(슬픔), 슬랩스틱(몸개그)를 들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위대한 코미디에는 이 세 가지 요소가 잘 어우러져 있다. 무조건 웃기기만 한 작품보다는 짠한 무언가를 주었던 작품이, 그리고 현 시대를 슬며시 만져준 작품이 더 기억에 남고 가슴에 오래 남는 것은 그 때문이다. 코미디의 명작인 찰리채플린의 작품들과 로베르토 베니니의 인생은 아름다워 같은 작품들을 보면 이를 알 수 있다.

무한도전은 이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있다. 무한도전의 매니아들에게 있어서 무한도전이 던지는 작은 메시지들을 찾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이 되었다. 그것은 에피소드 안에 조용하게 숨어있는 풍자들이다. 때로는 직접적일 때도 있고 때로는 간접적일 때도 있지만 무한도전과 풍자는 언제나 함께한다. 만약 이 풍자가 전면으로 나온다면 무한도전은 예능이 아닌 다큐멘터리나 사회고발 프로그램이 되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무한도전의 원래 가치인 '재미'를 가장 위에 놓고 풍자는 살짝 양념으로만 뿌려진다. 아주 뛰어난 연출이다.

풍자가 거의 없었던 것 같았던 조정편에도 풍자는 있었다. 대놓고 남을 비판하고 조롱하는 것이 아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돌아보게 하는 풍자 말이다. 그것은 어느새 서로 미워하고 경쟁하고 조롱하고 반목하게 된 우리에게 던지는 작지만 소중한 메시지였다.

'하나가 되자'

물론 무한도전이 이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어서 조정을 선택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냥 그 시기에 조정대회가 있었고 선택했을 뿐이다. 하지만 그 안에서 '하나'라는 메시지를 끌어낸 것은 분명한 제작진의 의도이다. 마지막 경기가 끝나고 '인생도 함께'라는 길의 메시지는 무한도전의 풍자가 얼마나 세련되고 얼마나 신중한 것인지를 잘 보여준다.

슬픔도 마찬가지다. 슬픔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다. 헤어져서 아픈 슬픔도 있고 안타까움에 생기는 슬픔도 있다. 무한도전은 때로는 슬픔을 진지하게 비추기도 하고 때로는 희화화시키기도 한다. 어떤 방식을 취하든 시청자에게 카타르시스를 준다.

고생하며 노를 젓는 동료들을 보면서 '얼굴이 다 똑같더라'고 말하는 정형돈의 모습은 짙은 슬픔의 감정을 드러냈다. 그리고는 그 모습을 보며 결국 터졌다고 말하는 그의 눈가에는 진심어린 페이소스가 묻어 있었다. 그는 그렇게 무한도전 조정편의 감동을 극대화시켰다.

정준하 또한 마찬가지다. 그의 눈에 비친 미안함은 진심어린 것이었다. 방송 나오는 내내 고개를 살짝 위쪽으로 하고 있는 모습은 분명히 그가 정상상태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는 전혀 편한 모습이 아니었다. 아마도 수술 때문에 고개를 마음대로 하지 못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는 그럼에도 계속 응원하고 눈물 흘렸다. 자기 대신 고생한 동료들에게 미안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진심 역시 고스란히 전해졌다.

슬랩스틱은 무한도전의 장기이다. 조정편에서 최고 웃겼던 장면을 뽑으라면 나는 거침없이 데프콘의 '잘못했습니다'를 들고 싶다. 정말 죽을 만큼 웃겼던 이 장면은 전형적인 몸개그의 일환이었다. 넘어져서 다치거나 하지 않아도 후들거리는 팔과 희번덕거리는 눈, 그리고 적절한 대사를 통해 상상을 초월한 웃음을 만들어냈다.

무한도전의 슬랩스틱은 단순한 웃음을 넘어선다. 봅슬레이, 프로레슬링, 조정편을 통해서 그들의 슬랩스틱은 페이소스의 영역으로 그리고 더 크게는 카타르시스의 영역으로 확장된다. 그것은 그들의 슬랩스틱에 진심이 담겨 있기 때문일 것이다. 프로레슬링에서 정형돈의 헛구역질과 조정편에서 하하의 헛구역질이 같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계속 감동을 주는 것은 그 안에 진심이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무한도전 안에는 '풍자, 페이소스, 슬랩스틱'이 모두 어우러져 있다. 이것만으로도 무한도전이 최고의 코미디임이 입증된다. 그런데 무한도전에는 여기에 한 가지 요소가 더 추가되어 있다. 바로 끝없는 '진심'이다.

꼴지를 해도 상관없고 성공하지 못해도 상관없다. 하지만 뜨겁게 최선을 다하는 것, 그 진심만은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 것이 무한도전이다.

레슬링편에서 유재석이 제대로 하지 않으면 시청자에게 욕을 먹는다는 투의 말을 한 적이 있다.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들이 가진 최고의 장점은 시청자가 느낄 만큼 열심히 하는 진심에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진심을 통해 시청자는 무한도전과 감정선을 연결하고 그들이 느끼는 모든 감정을 함께 느낀다는 것을 말이다.

단언하건대 역사상 어느 예능도 이 모든 요소를 무한도전만큼 잘 아우르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무한도전은 단순히 하나의 프로그램을 넘어서 예능 역사에 독보적인 레전드로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며, 그 모든 것은 이후 나올 모든 예능 프로그램의 한 부분으로 발전되거나 변형되어 갈 것이다.

무한도전은 앞으로도 멈출 생각이 없는 것 같다.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서 충실하게 빅재미와 깨알 같은 웃음에 집중할 다음 주의 예고편만 봐도 그들은 어디로 가야할지를 명백하게 알고 있는 듯하다. 짙은 감동 후에 큰 웃음, 그렇게 무한도전은 시청자를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갈 것이다. 무한도전의 역사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문화칼럼니스트, 블로그 http://trjsee.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문화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화 예찬론자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