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내각 인사청문회’ 관련 신문보도에 대한 논평

지난 2월 27일 그동안 이중국적과 이념적 편향, 부동산 투기 등의 의혹을 받아온 남주홍 통일부장관 후보와 박은경 환경부장관 후보가 결국 사퇴했다. 이로써 24일 사퇴한 이춘호 여성부 장관후보에 이어 이명박 정부의 초대 내각 국무위원으로 내정됐던 사람 가운데 모두 세 사람이 취임도 하기 전에 낙마했다. 뿐만 아니라 김성이 보건복지부장관 후보의 경우 해소되지 않은 ‘다양한’ 의혹으로 인해 인사 청문회 보고서 채택마저 이뤄지지 않았고, 사실상 새 내각이 출범한 상황에서도 나머지 상당수 장관들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못한 상태이다.

국회는 지난 26일부터 이틀 동안 이명박 정부의 초대내각 후보자 10명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어 새로운 의혹을 내놓고 검증작업을 벌였다. 청문회에서는 김성이 보건복지부장관 후보의 논문·저서 표절, 부동산 세금 탈루, 공공유용 허위 해명 등이 새로운 의혹으로 떠올랐고, 이윤호 지식경제부장관은 분양권 전매와 미국 국적을 가지고 있는 장녀의 의료보험 혜택이 문제가 됐다. 뿐만 아니라 유인촌 문화체육부장관의 재산형성 과정과 정운천, 이영희, 원세훈 장관의 도덕성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명박 정부 초대 내각 인사 논란은 이명박 정부의 인사기용에 대한 철학과 시스템 부재 현실을 그대로 드러냈으며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만큼 각 신문들은 인사청문회와 관련한 보도를 일제히 내보냈다. 하지만 보수신문들은 청문회에서 제기된 의혹이나 자질여부에 대한 검증보다는 제기된 의혹을 축소하거나 당사자들의 해명을 부각하는 데 집중했으며, 특히 중앙일보는 남은경, 박주홍 두 장관 후보가 사퇴하자 노골적으로 ‘인사검증을 중단하자’는 입장을 보였다.

한겨레·경향, 의혹과 자질검증 집중보도 돋보여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청문회에서 거론되었던 의혹과 자질 검증에 관한 내용을 집중보도했다.

28일 한겨레는 김성이 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말 바꾸기 탈세의혹과 청문회에서 제기됐던 이윤호 지식경제부장관 딸의 보험 혜택, 그리고 유인촌 문화체육부장관의 재산형성 과정 의혹을 자세히 다뤘다. 뿐만 아니라 정종환 국토해양부장관의 농지법 위반과 김경환 법무부장관의 간접부동산 투기 논란도 집중 보도했다. 한겨레는 특히 <능력 보고 뽑았다더니…교육-노동 현안조차 “잘 모른다”>(황보연·최현준·이지은 기자)에서 김도연 교육부장관과 이영희 노동부장관에 대해 “도덕성 논란뿐만 아니라 소양과 업무 능력 부족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도연 장관에 대해서는 대입 본고사, 수능 등급제 등 핵심 교육 현안들에 대해 구체성 없는 막연한 답변으로 일관하고, 전공 분야 질문에도 제대로 답변을 못했다고 지적했고, 이영희 노동부 장관에 대해서도 “비정규직 문제 등 핵심 노동 현안에 대해 대부분 ‘아직 잘 모른다’고 밝혔다”고 꼬집었다.

한겨레는 또 <이윤호 “여의도 살만한 곳 못돼 송파 2곳 구입”/김도연 “여름엔 이천, 겨울엔 서울 아파트 산다”- 인사청문회 ‘부자내각’의 황당 답변>(신승근·김규원 기자)에서 두 장관의 ‘해명’이 ‘상식을 뛰어넘는 답변’이라고 지적했고,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에 대해서는 그가 ‘종합부동산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며 “자신의 재산이 늘어난 것을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 탓으로 돌리면서도, 과도한 종부세가 부과되는 현행 제도가 문제라고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꼬집었다.

29일에도 한겨레는 1면에 <김성이 복지 후보 딸 건강보험 ‘무임승차’>(김양중 기자)를 싣고 “김 후보자가 건강보험의 눈덩이 적자 문제를 풀어야 할 주무장관으로서 ‘부적격’이라는 통합민주당과 시민사회 단체들의 사퇴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4면에서도 28일 청문회에서 제기된 김경환 법무부장관의 재산형성 과정과 부인의 부동산 개발업체 투자, 병역 문제 등에 대한 의원들의 질문을, 정종환 국토해양부장관의 부동산 투기 및 편법 증여 의혹 등을 보도했다.

한겨레는 특히 29일 사설 <조각하듯 장관 후보 자격 다시 살펴야>에서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 대해 “지난 정부 시절 한나라당이 들이댄 기준으로 보면 부적격 장관이 누구인지, 나아가 이런 의혹투성이 내각이 과연 이명박 정부가 추구하는 선진화를 추구할 수 있다고 보는지”라고 물으며, “이명박 대통령은 조각하는 듯한 자세로 장관 후보들의 자질과 자격을 재검토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경향신문도 28일 전날 청문회에서 제기된 김성이 보건복지부장관 후보의 표절·부동산 세금 탈루·허위 해명 논란과 함께 ▲정운천 농림수산부장관의 농장 명의신탁 의혹 ▲이윤호 지식경제부장관의 재산은닉 의혹 ▲이영희 노동부장관의 허위경력 기재 ▲원세훈 행정안전부장관의 아들 병역특례 ▲유인촌 문화체육부장관의 소득세 탈세 등의 의혹을 다뤘다. 뿐만 아니라 김경한 법무부장관의 상습속도위반과 부인의 명품핸드백 세관 적발 건, 정종환 국토해양부장관의 농지법 위반 의혹을 새롭게 제기했다. 특히 같은 날 사설 <새정부 인사 파동, 결자해지로 수습하라>에서는 “이대통령은 설령 조각을 다시 하는 한이 있어도 결자해지 차원에서 문제가 있는 장관 후보자나 청와대 수석 내정자들은 모두 퇴진시켜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경향은 29일에도 <김성이 미국적 딸 부당 건보혜택/정종환 “대운하건설 반드시 추진”>(김근철·홍진수기자)에서 김성이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딸이 국적을 포기한 후에도 건강보험 혜택을 받아온 사실과 정종환 국토해양부장관의 대운하에 대한 입장을 보도하고, <치부 드러낸 ‘의혹내각’ 여진 계속_장관후보 청문회 결산>(선근형기자)에서 “이명박정부 첫 인사청문회는 청와대의 인사 검증 시스템 문제점, 좁은 인재 풀 등 여러 문제점을 환기시켰다”고 지적했다. 또 <“사건 관련 검찰 통화” 논란>(선근형기자)에서는 김경한 법무부장관의 급격한 재산 증식과 전관예우를 앞세운 월권행위 여부 등을 다뤘고, <“장남 오피스텔 전세끼고 사”>(이고은기자)에서는 정종환 국토해양부장관의 부동산투기, 자녀 재산증여, 경력 위조 의혹 등을 제기했다. 경향신문은 이날도 사설 <이명박 내각, 이대론 안된다>를 통해 “‘3명 내보냈으니 된 거 아니냐’는 식의 안이한 자세로는 결코 국민들의 상처받은 마음을 보듬을 수 없으며, 원활한 국정운영도 기대할 수 없다”며 “청와대 수석 진용도 다시 원점에서 꼼꼼히 살펴 논문 표절 의혹을 받고 있는 박미석 사회정책수석 등 부적격자들에 대해서는 하루속히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선·동아, 의혹 축소하는데 급급

반면, 그동안 중앙·동아와는 다르게 적극적으로 의혹제기에 나섰던 조선일보는 정운천, 이윤호, 이상희, 이영희, 유인촌, 김성이, 김경환, 정종환 등 도덕성과 자질의혹을 받았던 인물에 대한 의혹제기 내용보다는 <이윤호 지식경제 “자녀의 한국 국적포기는 저의 불찰”>(박순욱 기자), <유인촌 문화 “배용준 보라고 한 발언 부적절…죄송합니다”>(박돈규 기자), <김성이 보건복지 “논문 중복게제, 썩 잘한 일이라 생각안해”>(정시행 기자) 등 주로 당사자의 해명과 포부를 제목으로 뽑아 청문회에서 나온 의혹들을 가능한 축소하려는 의도가 엿보였다. 특히 조선일보는 사설 <지나치면 탈나는 게 인사다>에서 “새 정부가 발표한 25명 중 극소수를 빼고는 대부분 대통령과 이런저런 인연이 있다고 한다”며 “대통령과 잘 아는 사람이 정부에 들어가면 분명히 장점도 있을 것”이라고 주장해 과거 정부의 인사 때마다 ‘코드인사’ 운운하며 비판하기 바빴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기준을 제시하기도 했다.

동아일보 또한 28일 김성이, 유인촌, 29일에는 김경환, 정종환 장관의 도덕성 검증에 대해 보도하면서도 의혹보다는 해명이나 포부를 위주로 다뤘다. 그나마 사설 <이 정부, 인사실패 되풀이 않을 시스템 갖춰야>에서 이명박 정부의 인사시스템을 비판하는 행태를 취했지만 “‘압축 성장의 시대를 살다 보니 그 정도 결격 사유는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에서 검증에 너무 관대했던 것은 아닌가” 정도에 그쳐 잘못된 인사에 대한 비판조차도 ‘관대’하기 이를 데 없었다.

중앙, 국민에게 거짓말을 하라니

중앙일보의 문제는 더욱 심각했다. 중앙일보는 28일 인사청문회 관련 기사에서 후보자의 해명을 위주로 단순 보도하는 데 그쳤고, 유인촌 문화부장관과 관련해서는 <신문·방송 겸영 어떻게 생각하나/자율화가 세계적 추세…허용 찬성>(권호 기자) 박스기사를 통해 신문 방송 겸영에 대해 찬성입장을 가진 유 후보의 입장을 부각하는 등 정략적인 의도를 드러내기도 했다.

중앙은 특히 이날 사설 <언제나 새 얼굴의 국무회의가 열리나>에서 “이명박 정부의 첫 국무회의가 퇴색한 모양새가 된 것은 대통령과 한나라당, 그리고 통합민주당 모두의 책임”이라며 무책임한 양비론’을 들고 나와 ‘물타기’했고, “국회의 인사청문 절차가 하루속히 끝나 새 대통령이 주재하는 새 얼굴의 국무회의가 국민 앞에 등장하기를 바란다”며 사실상 인사검증 중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중앙은 29일에도 사설 <새 정부 출범 더 이상 발목 잡지 말라>에서도 “한국 사회에는 그동안 부적절한 관행이 있어 왔다. 그러니 공직자를 뽑을 때 이제는 어느 정도 타협적인 기준이 필요하다. 성직자를 공직에 보내는 게 아니다. 도덕·경력·재산에 하자가 있어도 장관직 수행을 위협할 정도가 아니라면 그 사람의 능력을 믿고 일을 맡겨야 한다. 더 이상 국정의 발목을 잡는 인상을 주어서는 안 된다”며 오히려 인사의혹 검증에 발목을 잡았다. 중앙은 27일에도 조현욱 논설위원이 쓴 <분수대/‘거짓말하는 능력>에서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국무위원 후보자들이 너무 정직해서 사태를 악화키는 듯하다”며 “공익을 위한 거짓말, 선의의 거짓말은 필요하다”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지난 29일 한승수 국무총리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민주당의 ‘정치적 양보’로 한승수 내각이 출범은 했지만 한승수 총리에 대해 제기된 의혹은 그대로 남아있다. 이번 초대 내각 인사는 일부러 의혹인사를 모으려 해도 이렇게 나오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비아냥거림에 가까운 지적이 나올 만큼 ‘아마추어’적인 인사 시스템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그러나 보수신문들은 지난 10년 동안 보여줬던 엄격한 정부인사 검증 잣대는커녕 드러난 의혹을 축소보도하거나 의혹 당사자들의 해명을 부각해 실었다. 특히 중앙일보는 “하자가 있어도 장관직 수행을 위협할 정도가 아니라면 일을 맡겨야 한다”든가 “선의의 거짓말은 필요하다”는 가히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태도로 인사검증을 중단시키려는 여론을 조성하고 있다. 의혹이 있다면 설사 내각 후보 전원이 사퇴하더라도 국민 앞에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감히’ 국민에게 거짓말을 하라니, 중앙일보는 국민들의 눈과 입이 두렵지도 않은가.

2008년 3월 3일
(사)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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