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에서 시즌 초반과 비교했을 때 가장 '극과극'의 행보를 달리고 있는 팀을 꼽는다면 바로 상주 상무입니다. 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상위권을 맴돌며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던 상주 상무는 승부 조작 파문으로 힘든 시기를 겪은 뒤 10경기 연속 무승(3무 7패)의 부진에 빠지며 13위로 추락했습니다. 골키퍼 자원 부족으로 수비수 이윤의가 임시 선발 골키퍼로 나서는 해프닝을 겪는가 하면 감독까지 구속되고, 팀 조직력이 크게 무너지면서 패기넘쳤던 시즌 초반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라는 팬들의 반응도 나타나고 있을 정도입니다.

▲ 상주 상무 김정우 ⓒ연합뉴스
그렇기는 해도 상주 상무 주장이자 '말년 병장' 김정우의 꾸준한 득점 행진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20라운드에서 김정우는 친정팀 성남 일화를 상대로 골을 터트리며 리그 14호골, 시즌 17호골을 기록했고 득점 랭킹에서는 데얀(15골, FC 서울)에 한 골 차로 따라붙으며 다시 앞서나갈 기회를 살려갔습니다. 시즌 목표였던 15골은 거의 실현했고 내친김에 득점왕까지 도전할 기회를 얻은 것입니다. 시즌 첫 경기부터 득점포를 가동했던 김정우는 좋은 기록도 기록이지만 어려운 팀 여건 속에서도 주장으로서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꾸준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 더욱 눈길을 끕니다. 그것도 조금은 풀어질법한 '말년'임에도 전혀 흔들림 없는 모습을 보여주며 후임 선수들의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습니다.

김정우의 고군분투는 대단한 것을 넘어 정말 눈물겨울 정도입니다. 경기를 이기지 못한 지난 10경기에서 상주는 10골을 집어넣었는데 그 중에 6골을 김정우가 책임져서 넣었습니다. 정규리그 20라운드 전체를 놓고 봤을 때도 상주가 넣은 27골 가운데서 김정우가 책임진 골은 절반 이상입니다. 지난 5월 이후 승리 소식을 가져다주지는 못해도 경기에 이기기 위해 어떻게든 골을 집어넣겠다는 김정우의 의지가 경기에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부분입니다. 공격수로 변신해서 시즌 초반 센세이셔널한 반응을 불러일으켰던 김정우의 활약은 상주 상무에 큰 활력을 불어넣기에 충분했는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여전히 그 활기 넘치는 모습은 그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팀 입장에서는 그렇지만 김정우 개인만 놓고 보면 꾸준한 득점력 하나만으로도 상당히 좋게 평가할 만합니다. 정규 리그에서 연속해서 경기에 골을 못 넣은 것이 단 2경기(2회)에 불과할 만큼 김정우의 공격 본능은 지금도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좋은 공격수가 갖춰야 할 요건 가운데 하나가 바로 주어진 상황에서, 꾸준하게 골을 뽑아내는 것인데 김정우는 공격수로 변신한 첫 해에 이 요건을 제대로 갖추면서 득점왕 경쟁에도 가세할 정도가 됐습니다. 특히 마른 체격 때문에 체력이 관건이 될 것이라는 예상도 보기 좋게 잠재웠습니다. 어쨌든 '공격수 김정우의 재발견'은 K리그뿐 아니라 조광래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에도 새로운 동력 자원이 되기에 충분했습니다.

김정우의 기술, 몸놀림, 전체적인 플레이가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면도 긍정적이지만 무엇보다 멘탈적인 면에서 대단히 돋보이는 것은 그의 득점력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사실 이전에 다수의 상무 선수들이 보였던 문제 중에 하나가 말년이 되면 서서히 풀어져서 '용두사미'가 되는 경우가 많았던 점입니다. 이 때문에 한창 순위 싸움을 벌여야 하는 시점에서 힘이 빠졌고, 이는 상무 구단의 최대 문제점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하지만 김정우는 선수가 다수 빠지고, 감독까지 나간 어려운 상황에서도 묵묵하게 '새로운 포지션'에서 꾸준하게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습니다. 주장이라는 중책을 맡기까지 해서 여러 선수들의 플레이를 조금씩 신경 써야 하는 상황에서도 자신이 해야 할 일은 꾸준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윽박지르는 병장이 아닌 따뜻하면서도 본인이 먼저 모범이 되는 '솔선수범형 리더십'으로 팀의 대표 선수다운 모습을 톡톡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전 '말년 병장'들과는 확실히 다른 모습으로, 후임 선수들에게는 분명히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습니다.

제대를 한 달 반 정도 남겨둔 상황인 만큼 다양한 유혹들이 김정우의 앞을 가로막을 가능성은 여전히 있습니다. 최근에는 해외 진출설도 떠돌기 시작해 김정우의 마음을 붕 뜨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김정우는 "제대하기 전까지 팀이 승리해서 기분 좋게 군생활을 마무리했으면 좋겠다"며 상주 상무를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 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워낙 어려운 순간이 많았던 때에 주장을 맡아 고군분투했던 만큼 김정우의 말이 허언이 아닐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드는 건 사실입니다. '상무에서의 재발견 계보'를 이어가며 새롭게 태어난 김정우의 말년이 정말 기분 좋게, 따뜻하게 마무리될 수 있기를 응원하고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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