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남을 팀만 남았다. 빅4 구성에 강력한 다크호스가 되어줄 것으로 기대했던 유노윤호와 클라우디아의 자진 하차로 이번 주 경합이 조금은 싱거워졌지만 그래도 마지막 박준금, 김도환 조가 탈락하고는 김연아의 키스 앤 크라이에는 누구 하나 탈락을 예상할 수 없는 쟁쟁한 팀들만 남았다. 그래서 키앤크는 이제 더 이상 주간 탈락자는 내지 않고 김연아의 아이스 쇼에 참가할 한 명을 가려낼 그랜드 파이널에 네 팀이 겨루게 된다.

실제 모든 운동 경기가 그렇듯이 최종 결선에서의 승부는 누가 더 잘하는 것보다 누가 더 실수를 하지 않는가에 달려있다. 그리고 키앤크에는 또 하나의 강력한 변수가 있다. 바로 장미평가단인데, 장미평가단은 피겨 전문가가 아닌 단순한 시청자인 까닭에 각 선수들의 연기를 냉정하게 평가하기보다는 자신이 가졌던 호감이나 당일의 볼거리에 치우치기 쉽다. 그런 문제점은 이번 주 결과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지난주 불쇼에 이어 이번에 물쇼를 선보인 김병만은 장미평가단을 움직이는 두 가지 모두를 가졌기에 최종 순위에서 1위에 오를 수 있었다. 김병만, 이수경 조는 심사위원 평가에서는 크리스탈, 이동훈 조에게 총점에서 0.3점이 뒤진 2위였으나 압도적인 장미평가단의 점수가 합산된 최종 순위에서는 오히려 크게 앞선 결과를 보였다. 장미평가단 점수에서는 김병만, 이수경 조가 크리스탈, 이동훈 조보다 무려 1.2점이나 앞섰다.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은 문제점도 없지 않지만 김연아의 키앤크가 공식 시합이 아닌 예능 프로그램이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또한 최종 우승자가 누리게 될 아이스 쇼 참가도 누군가 점수를 매기는 것보다 관객을 열광하게 만들 한 팀이 필요한 것이기에 결국 심사위원의 전문적 평가보다 일반인의 단순한 평가가 더욱 어울릴 수도 있다. 또한 이번의 결과만 놓고 반드시 김병만, 이수경 조가 유리하다고 단정짓기도 어렵다.

얼마 전 크리스탈이 환상적인 리프트 연기를 보였을 때 장미평가단은 그 아름다움과 노력을 외면하지 않았다. 다만 전문가의 시선에 완벽해 보이는 연기도 이벤트 성이 덜했던 이번 주의 연기에는 장미 투척에 인색했던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런 생각을 다른 시청자들도 많이 하는지 키앤크 게시판에는 장미평가단에 대한 불만 섞인 글들이 많이 게재되었다. 그러나 세상 모두를 만족시키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제작진의 선택과 결단에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바로 그 제작진의 결단에 따라 장미평가단의 문제도 해결하고 아이스 쇼의 관심을 더 높일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다. 본래 키앤크의 최종 우승자는 한 팀이지만 아이스쇼에 진출하는 팀을 준우승자로 한 팀 더 늘리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현재 우승 가능성이 가장 높은 김병만, 이수경 조와 크리스탈, 이동훈 조 모두를 아이스 쇼에서 볼 수 있으니 그야말로 윈윈의 결과가 아닐까 싶다.

현재 김병만은 이벤트에서 확실히 크리스탈을 앞서고 있다. 김병만의 불쇼, 물쇼 그리고 아직 공개되지 않은 다음 프로그램에 보일 또한 강력한 이벤트에 대한 기대가 크다. 또한 처음 목표했던 빙상 위에서의 백덤블링이 성공하게 된다면 그만한 이벤트는 없을 것이다. 반면 크리스탈은 타고난 운동신경과 빼어난 몸매로 피겨의 아름다움을 일반 시청자에게 강력하게 어필하고 있다. 그래서 키앤크 홈페이지에서 진행하고 있는 최종 우승자 예상 투표에서 이 두 사람이 1,2위를 차지하고 있다.

물론 득표수에서는 김병만이 많이 앞서지만 그것은 키앤크에 대한 냉정한 평가라기보다는 달인에 대한 인기와 지지도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사실 득표수가 크게 의미가 없는 것이 이번에 자진하차해서 의미가 없어졌지만 이 투표에서 절반 가까운 몰표를 받은 팀은 유노윤호였다. 키앤크 커플 서바이벌에서 단 한 번도 1위를 한 적이 없다는 점에서 유노윤호의 압도적인 득표는 팬덤의 밀어주기로 보이며, 그만큼 키앤크에 대한 평가와는 별도의 성격이 짙다는 것이다.

어쨌든 미리 예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빅4의 실력은 종이 한 장 차이에 불과하다. 누가 우승자가 돼도 크게 이상할 일이 아니고, 누가 떨어져도 아쉬울 수밖에 없는 팀들이다. 8월의 아이스 쇼가 김연아 혼자 하는 것이 아니고 세계적인 선수들이 대거 참가하기 때문에 일반인 팀이 둘이나 배정되는 것이 그들에게 결례가 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만일 그들이 이해해준다면 국내 피겨 붐업을 위해서라도 두 팀 진출도 충분히 고려해볼 만한 일이 아닐까 싶다. 또한 공동우승이 나올 확률도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기에 두 팀 진출을 대비할 가치도 충분히 있을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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