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미안하게 만들었을까. 모두가 미안하다고 합니다. 같이 배를 타며 노를 저었던 동료들에게, 자신들을 지도해준 코치들에게, 숨이 턱까지 차오른 목소리로, 부르르 떨리는 손을 내밀며 미안하다고 말합니다. 왜 그랬을까. 비록 다른 팀과의 큰 격차를 두며 마지막으로 결승점을 통과하기는 했지만 누구에게 부끄러워해야 할 정도의 부담감을 가진 대회 참가는 아니었습니다. 그들의 도전이 가지는 의미는 언제나 최고가 아닌 최선이었고, 이번 조정 도전 역시도 이런 무한도전의 가치를 충분히 증명해준 빛나는 순간들로 가득 차 있었으니까요.

물론 아쉬운 순간들, 안타까운 부분들도 분명 있었습니다. 악천후가 계속되어 연습을 지속하기엔 원망스러웠던 기상 조건, 주장을 맡으며 의욕을 보이던 정준하의 갑작스러운 부상, 갑작스러운 박명수의 발목부상, 비좁은 8레인의 한계, 잘 들리지 않았던 출발 부저소리, 야속했던 심판정의 진행 방향. 따지고 보면 불운의 연속이었고 부정적인 요소들로 가득했던, 누구를 원망하고 남의 탓을 하기에 딱 좋은 환경이었습니다. 아주 조심스럽고 희미한 희망이기는 했지만 그들이 원하고 바라던 7위라는 목표를 달성하기엔 무척이나 힘겨웠던 장애물들 투성이었어요.

하지만, 우리는 삶이라는 것이, 인생이라는 것이 모두 그런 의도하지 않은 걸림돌들의 연속인 것을 알고 있습니다. 때로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사람에게 뒤통수를 맞기도 하고, 잘하려고 하다가 더 안 좋은 결과를 불러오기도 합니다. 억울하고 힘든 상황이기는 하지만 딱히 무엇을 원망하고 탓할 수도 없는 답답함에 마음을 쓸어내리기도 하죠. 무한도전의 사람들이 2000미터의 물길을 완주하기 위해서 겪은 수많은 에피소드들 안에는 이렇게 우리네 인생에서 겪을 수 있는 일들의 많은 파편들이 오롯이 녹아 있습니다.

그래서, 그렇기에 우린 더더욱 나와 같은 배를 타고, 같은 방향으로 노를 젓는 이들을 신뢰하고, 그 소중한 사람들과 끊임없이 호흡을 맞추고, 위로하며 응원하며 가야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목이 터져라 동료들을 독려하던 정형돈의 쉰 목소리를 들어가며, 터질 것 같은 숨소리를 주체하지 못하며 헐떡거리면서도 손을 쉬지 않던 이들의 손놀림을 보며 시청자인 우리의 마음이 떨리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그들의 조정은, 2000미터의 여정은 어쩌면 어제 내가 겪었던, 내가 내일 마주하게 되는 현실과 다를 바가 없거든요.

그것은 진실함이, 거짓 없이 땀을 흘리며 최선을 다한 이들만이 전해 줄 수 있는 마음의 울림입니다. 목소리가 생명인 진행자의 직업을 가진 정형돈은 목이 터져라고 소리를 지르며 울먹입니다. 그렇게도 자기 관리가 철저한 유재석은 침이 흐르는지도 모르며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를 끝마치지 못합니다. 내일이 공연이라는 2AM의 진운과 끝나자마자 생방송 진행을 해야 했던 노홍철은 완주가 끝나자마자 녹초가 되어 배 위에 누워 버렸습니다. 발목이 아픈 박명수도, 장난기만 가득해 보이던 하하도, 뭘 해도 욕을 먹어 상처투성이가 된 길도, 정식 멤버도 아닌 개리와 데프콘도 결승점을 통과하고 헛구역질을 하며 눈물을 흘립니다. 결코 진심이 아니었다면, 최선을 다하지 못했다면 누릴 수 없는, 보여줄 수 없는 너무나 리얼하고 자연스러운 반응이었죠.

무엇이 그들을 미안하게 만들었을까. 이런 거짓 없는 노력 중에 발견한 자기만이 알 수 있는 조그만 실수들, 아쉬움들, 그럼에도 같이 해준 이들에 대한 감사함이었을 겁니다. 우리의 가족에게, 친구에게, 동료, 연인에게 느꼈던 그 소심한 감사의 표현과 다를 바가 없어요. 어쩌면 초라하고 궁색한, 외면하고 싶고 도망치고 싶은 우리 삶의 한 부분을 응원하고, 힘을 내라며, 같이 노를 저으며 나아가자고 속삭여주는 프로그램. 단순한 예능 프로그램, 웃기 위해서 보는 1시간 반의 시간을 함께하면서 그들의 노력을 응원하고 감동하고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무한도전의 팬이 될 수밖에 없는, 그들과 함께 늙어가고 싶은 이유입니다. 이들은 그저 전설이라고 부르기엔 이미 너무 친근하고, 너무나 소중해요.


'사람들의 마음, 시간과 공간을 공부하는 인문학도. 그런 사람이 운영하는 민심이 제일 직접적이고 빠르게 전달되는 장소인 TV속 세상을 말하는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확인하고 소통하는 통로' - '들까마귀의 통로' raven13.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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