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미안하게 만들었을까. 모두가 미안하다고 합니다. 같이 배를 타며 노를 저었던 동료들에게, 자신들을 지도해준 코치들에게, 숨이 턱까지 차오른 목소리로, 부르르 떨리는 손을 내밀며 미안하다고 말합니다. 왜 그랬을까. 비록 다른 팀과의 큰 격차를 두며 마지막으로 결승점을 통과하기는 했지만 누구에게 부끄러워해야 할 정도의 부담감을 가진 대회 참가는 아니었습니다. 그들의 도전이 가지는 의미는 언제나 최고가 아닌 최선이었고, 이번 조정 도전 역시도 이런 무한도전의 가치를 충분히 증명해준 빛나는 순간들로 가득 차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우리는 삶이라는 것이, 인생이라는 것이 모두 그런 의도하지 않은 걸림돌들의 연속인 것을 알고 있습니다. 때로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사람에게 뒤통수를 맞기도 하고, 잘하려고 하다가 더 안 좋은 결과를 불러오기도 합니다. 억울하고 힘든 상황이기는 하지만 딱히 무엇을 원망하고 탓할 수도 없는 답답함에 마음을 쓸어내리기도 하죠. 무한도전의 사람들이 2000미터의 물길을 완주하기 위해서 겪은 수많은 에피소드들 안에는 이렇게 우리네 인생에서 겪을 수 있는 일들의 많은 파편들이 오롯이 녹아 있습니다.
그것은 진실함이, 거짓 없이 땀을 흘리며 최선을 다한 이들만이 전해 줄 수 있는 마음의 울림입니다. 목소리가 생명인 진행자의 직업을 가진 정형돈은 목이 터져라고 소리를 지르며 울먹입니다. 그렇게도 자기 관리가 철저한 유재석은 침이 흐르는지도 모르며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를 끝마치지 못합니다. 내일이 공연이라는 2AM의 진운과 끝나자마자 생방송 진행을 해야 했던 노홍철은 완주가 끝나자마자 녹초가 되어 배 위에 누워 버렸습니다. 발목이 아픈 박명수도, 장난기만 가득해 보이던 하하도, 뭘 해도 욕을 먹어 상처투성이가 된 길도, 정식 멤버도 아닌 개리와 데프콘도 결승점을 통과하고 헛구역질을 하며 눈물을 흘립니다. 결코 진심이 아니었다면, 최선을 다하지 못했다면 누릴 수 없는, 보여줄 수 없는 너무나 리얼하고 자연스러운 반응이었죠.
'사람들의 마음, 시간과 공간을 공부하는 인문학도. 그런 사람이 운영하는 민심이 제일 직접적이고 빠르게 전달되는 장소인 TV속 세상을 말하는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확인하고 소통하는 통로' - '들까마귀의 통로' raven13.tistor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