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SBS <8뉴스> 유사중간광고(PCM)도입 논란을 두고 SBS 내부에서 “불통과 전략 부재가 빚은 PCM 사태”라는 진단이 나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는 30일 노보에서 “메인뉴스 PCM 도입 문제가 큰 논란을 불러 일으키게 된 것은 도입 여부를 떠나 추진 과정 곳곳에 불통과 전략 부재라는 고질적인 문제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소통의 문제'가 거론된 것은 SBS 구성원이 PCM 도입 추진을 외부 언론 보도를 통해 접했기 때문이다. SBS본부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PCM 도입 논의는 7월 8일 광고전략 회의에서 시작됐다. 13일 임원회의에서 해당 사안이 보고되고, 메인뉴스 PCM도입을 검토·결정했다. 20일 보도본부 지도부에 PCM 도입 논의가 공유됐고 23일부터 관련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다.

24일 언론시민단체 등에서 관련 성명이 나왔으며 28일 보도국 관계자들이 모여 긴급 보도편성위원회를 개최했다. 이날 보도편성위에서 “구성원들 내에서도 다양한 층위의 입장이 있는데 기자 직군이 마치 PCM을 극렬히 반대해 회사에 도움이 되지 않은 집단으로 매도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며 “지도부의 안일한 대응이 이를 키운 것”이란 목소리가 나왔다.

언론노조 SBS본부는 “추진 사실을 노동조합은 물론이고 뉴스 제작 당사자인 보도국 구성원들조차 까맣게 모르고 있다가 외부에서 먼저 시작된 광고 판촉과 언론 보도, 시민단체들의 성명을 통해 거꾸로 인지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지난 28일 SBS 8뉴스의 분리편성광고(PCM)도입 논란과 관련해 긴급 보도편성위원회가 열렸다. 보도 실무자 측에는 김학현 전국언론노조 SBS본부 사무처장, 임찬종 한국기자협회 SBS지회장, 최재영 부지회장, 이경원 SBS본부 공정방송실천위원장이, 보도 책임자 측에서는 남상석 보도본부장, 이주영 뉴미디어국장, 서경채 8뉴스부장, 조정 사회에디터(전 뉴스혁신부장)이 참석했다. (사진=SBS노보 304호)

언론노조 SBS본부는 '전략부재’에 대한 언론시민사회단체들의 지적은 타당하다고 했다. “사측은 JTBC와 MBC 등이 이미 메인뉴스 PCM을 도입했다는 점과 불법이 아니라는 점만 강조하고 있으나, 방송의 공적 책임과 시청자들의 시청권 훼손 문제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시민사회가 비판을 제기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어 “메인뉴스 심층성과 탐사보도를 대폭 강화하면서 메인 뉴스 편성을 1,2부로 나눠 광고를 삽입한 경쟁사들과 달리 보도 경쟁력과 신뢰도 강화, 심층성 강화 등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과 공론화 과정 없이 느닷없이 PCM부터 도입하겠다는 SBS 사측의 행태는 입으로는 방송의 주인이 시청자라고 말하면서 정작 행동으로는 시청자를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고 했다.

SBS본부는 경영실적회복을 위해 PCM 확대문제를 꺼낸 광고담당자들의 어려움을 이해하지만, 회사차원에서 사전 준비와 설명, 뉴스 경쟁력 강화 전략이 치밀하게 준비되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불통과 전략 부재 속에 매를 자초한 셈”이라며 자칫 SBS 재허가에 악영향을 미칠까 우려하기도 했다. SBS를 비롯한 지상파방송 재허가 심사는 올해 말 실시된다.

SBS본부는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6월 1일 티와이홀딩스 사전승인 당시 방송의 공적 책임, 공정성, 공공성 실현과 관련된 내용을 법인 정관에 반영하고 구체적 실행 계획을 제출하라는 조건을 달았다”며 “하지만 벌써 방송 공정성의 핵심기능을 담당하는 메인뉴스 PCM 도입 문제가 터져 나오고 말았다. 스스로 자초한 여론의 뭇매 속에 재허가에도 적지 않은 부담을 줄 수 있는 상황으로 일이 전개되고 있다”고 했다.

SBS본부는 보도본부 수뇌부에게 구성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라고 당부했다. SBS본부는 “유감이나 불찰이니 논란이 빚어지고 난 뒤 마지못해 내놓은 말들은 8뉴스 PCM에 대한 어설픈 대응으로 구성원과 SBS가 입은 상처를 달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며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충실히 들어보기 어렵다면 유감표명 말고 책임을 지기 바란다”고 했다.

SBS사측은 가을 정기개편 때 메인뉴스 PCM 도입을 목표로 논의를 지속하겠다고 28일 밝혔다. 뉴스 시간 확대 및 뉴스 구성의 변화에 관해서도 보도본부와의 협의를 우선하겠다고 했다.

한편, 이날 노보에는 지난 24일 열린 2분기 노사협의회 논의 결과가 공개됐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1분기에 이어 2분기도 적자로 나타났다. 1분기 협찬, 콘텐츠 영업 수익은 전년보다 늘었으나 악화된 경영상황을 만회하기엔 부족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적자의 가장 큰 이유는 드라마 <더킹>의 실패로, SBS사측이 노사협의회에서 ‘수익적 차원은 물론 브랜드 이미지 관리 등 부수적인 부분에서 해당 드라마가 실패했다’고 공식적으로 언급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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