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주택임대차보호법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가운데 언론에서는 여당의 법안 단독 처리를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부동산 입법은 신속히 진행돼야 하지만 소위원회 심사, 찬반 토론, 병합심사 등의 국회의 민주적 절차를 충실히 지켜야 한다는 비판이다.

더불어민주당은 29일 국회 법사위에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소위원회 심사, 찬반 토론 없이 처리했다. 민주당은 전날 종부세·양도세 인상 등 부동산 관련 법안 11개를 상임위에서 단독 처리했다. 민주당의 법안 단독 처리에 정의당은 "민주당발 법안처리를 위해 상임위를 당정협의회로, 본회의를 민주당 의원총회로 만드는 행태는 민주주의를 벗어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등 부동산 관련 법안 심의가 진행된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미래통합당 조수진 의원이 윤호중 법사위원장에게 항의하자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김남국 의원이 조 의원에게 항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언론에서는 부동산 문제 해결을 위한 관련 입법의 시급성은 인정되지만 이 같은 민주당의 태도는 '오만'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경향신문은 30일 사설 <부동산 입법 속도내야 하지만 절차적 정당성도 확보해야>에서 "부동산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하루라도 빨리 입법이 마무리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여당의 속도전에 일리가 있다"면서 "하지만 입법이 급하다고 절차적 정당성까지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민주당이 전날 국토교통위와 기획재정위에 이어 법사위에서도 소위원회 심사를 건너뛴 점, 법사위 전체회의 시작 전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서 '대안반영폐기'로 표시된 점, 통합당이 발의한 관련 법안에 대한 병합심사가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이렇게 하면 민주당이 오만해졌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경향신문은 통합당엔 "여당 비판에 앞서 스스로를 되돌아보기를 바란다. 뛰는 집값을 잡고 전·월세 시장 불안을 진정시키기 위한 법안 심사에는 협조하지 않고 사사건건 딴죽만 걸려는 행태는 옳지 않다"며 "민생을 최우선시하는 것이 여론의 지지지를 받는 대안야당이 되는 길"이라고 조언했다. 통합당은 "일당독재"를 주장하며 장외투쟁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일보는 사설 <부동산법 급하지만 독주밖에 방법 없나>에서 "부동산 관련법 처리의 시급성이 있더라도 법안 처리 절차와 관행을 무시한 채 군사작전 하듯 속도전을 펴는 것은 의회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라며 "야당의 고질적 발목 잡기가 빌미를 주기는 했지만 졸속 처리되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대부분 집값 급등에 따른 국민 불안을 진정시키고 정부의 집값 잡기 의지를 시장에 확실히 전달해야 한다는 점에서 처리가 시급한 법들"이라면서도 "민주당은 균형과 견제, 대화와 타협이라는 의회 민주주의 정신으로 돌아와야 한다. 통합당도 무조건 반대만 하다가 여당에 강행 처리의 명분을 줬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서울신문은 사설 <여당이 밀어붙인 부동산 입법, 실패하면 여당 책임>에서 "승자 독식에 대한 부정적 여론 탓에 민주당에서 국토교통위원장 등 7개 상임위원장을 야당에 주겠다는 제안을 했을 때 통합당이 ‘협치’의 차원에서 이 제안을 수용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그러나 통합당이 “법제사법위원장 아니면 안 받는다”고 거부했으니, 이번 여당의 부동산법 단독 처리는 예고됐다고 볼 수 있다"고 봤다.

서울신문은 "이제 ‘독재와 민주세력의 투쟁’이라는 프레임이 작동하던 1980년대 선명 야당의 투쟁 방식은 소각해 버릴 때가 됐다"며 "심판은 야당이 아니라 유권자가 하는 것이다. 소수당은 지지자들의 이익을 반영하기 위해 법안소위나 상임위에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반대토론을 통해 자신들의 존재를 부각해야 하며, ‘대의제 민주주의’가 돌아가게 해야 한다. 민주당은 부동산 관련법을 모두 단독으로 처리했으니 책임도 단독으로 지면 된다"고 야당 투쟁 방식에 더 각을 세웠다.

반면 조선·중앙·동아일보 등 주요 보수언론에서는 부동산 관련 입법의 시급성이나 통합당의 '발목잡기'식 태도는 고려되지 않은 채 '입법 폭주' '군사정권' 등의 평가만이 나붙고 있다.

조선일보는 사설 <'민주 절차 필요 없고 이견 듣지 않겠다' 폭주하는 1당 국회>에서 "과거 군사정권 시절 여당이 국회에서 법안을 날치기 처리할 때도 최소한의 토론 절차는 거쳤다"며 "그런데 민주화 운동권이 집권한 한국에서 마구잡이로 법안을 통과시키는 폭거가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대통령의 한마디에 여당 국회의원 176명이 졸병처럼 줄을 선다"면서 "국회 상임위원장 독식, 국회의장의 야당 의원 상임위 강제 배정, 추경 단독 처리, 장관 청문회 무시, 모든 법안 절차·토론 생략 등이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사설 <巨與의 입법 폭주, 독재시절에도 엄두 못 낸 국회 농단>에서 "거여가 야당 몫 법사위원장을 빼앗고 18개 상임위원장을 독식한 것이 이런 폭주를 위한 사전 포석이었던 모양"이라며 "여당 스스로 삼권분립의 한 축인 국회를 청와대 하명을 집행하는 '청와대 거수기'나 '통법부'로 전락시킨 것"이라고 썼다.

중앙일보는 기사 <토론 없는 거여 독주, 정의당도 "국회가 민주당 의총이냐">에서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변인의 민주당 비판을 기사 서두에 설명했지만, 강 원내대변인이 민주당 비판에 앞서 언급한 통합당 대한 비판은 담지 않았다.

강 원내대변인은 29일 브리핑에서 "먼저 통합당은 나쁜 습관을 버리고 국회 일정에 충실하게 임하라"며 "21대 국회 시작부터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상임위원장직을 거부하고 국회를 나가더니, 이제는 소위원장 자리를 핑계 삼아 또 다시 국회를 파행시킨다면 결국 통합당의 목적은 국정 발목잡기라는 얘기다. 국회는 ‘모 아니면 도’만 있는 도박판이 아니다"라고 질타한 바 있다.

중앙일보는 "이미 국회의장 단독 선출과 18개 상임위원장 싹쓸이란 '신기원'을 보였던 민주당은 개원 국회에서 개별 법안의 상정부터 의결까지 몇 시간 만에 끝내는 '완력'도 자랑했다"며 "실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국회'를 경험하고 있다는 얘기가 여의도에서 나온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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