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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박재동 가짜미투 논란' 보도가 삭제된 이유작성 기자 독단으로 인터넷 송고 처리 …편집국, 성폭력보도준칙 위반 판단
송창한 기자 | 승인 2020.07.29 17:09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경향신문이 성추행·성희롱 가해자로 지목된 박재동 화백 사건과 관련해 "가짜 미투 논란이 제기됐다"고 보도했다가 기사를 삭제했다. 

경향신문은 29일 아침 6시 30분경 인터넷 판에 <[단독]박재동 화백 '치마 밑으로 손 넣은 사람에 또 주례 부탁하나' 미투 반박>제하의 기사를 내어 박 화백 측이 피해자 이 모 작가의 진술에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고 보도했다. 

2018년 2월 26일 SBS '8뉴스' <[단독] 만화계도 '미투'…"시사만화 거장 박재동 화백이 성추행"> 보도화면

경향신문 모 기자는 '성평등시민연대'와 '만화계성폭력 진상규명위원회'가 28일 낸 성명서, 박 화백이 이 사건을 최초 보도한 SBS를 상대로 낸 정정보도 소송 과정에서 제출된 2017년 5월 녹취록, '미투' 직후 이 작가가 동료작가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용 등을 바탕으로 관련 기사를 작성했다.

해당 기사에서 피해자 이 모 작가는 경향신문에 "이미 1심 재판결과 저의 성추행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결론이 내려진 사안"이라며 "진실을 외면하고 피해자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으면서 한결같은 모습으로 반복되는 2차 가해에 이제 염증이 나고 한심할 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경향신문은 해당 기사를 수시간 만에 삭제 처리했다. 경향신문 내부에 따르면 기사를 쓴 모 기자가 별도의 상부보고 없이 독단으로 인터넷에 송고했다고 한다. 해당 기사를 확인한 경향신문 측은 보도 내용이 성폭력보도준칙에 위반된다고 판단, 기사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경향신문 관계자는 29일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이번 기사가 경향신문이 가지고 있는 성폭력보도준칙, 또 기자협회·신문윤리위원회 성범죄 관련 보도준칙 등의 기준에 비추어 봤을 때 합당하지 않다고 내부적으로 판단해 기사를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보도경위와 관련해선 "과정을 파악 중"이라고 말했고, 추후 입장표명 여부에 대해서는 "고민 중"이라고 답했다.

2018년 2월 SBS는 이 작가 인터뷰를 통해 박 화백 성폭력 의혹을 보도했다. 2011년 이 작가가 결혼을 앞두고 박 화백에게 주례를 부탁하려고 만났다가 성추행·성희롱 피해를 입었다는 내용이다. 또 박 화백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로 재직하면서 학생들에게 성희롱적 발언을 해 논란을 빚었다고 당시 SBS는 보도했다. 

SBS 보도 이틀 뒤 박 화백은 사과문을 발표하고 이 작가에게 공개 사과했다. 사과문에서 박 화백은 "이 작가에게 사과하고 이 작가의 아픔에 진작 공감하지 못한 점도 미안하다"며 "아울러 수십 년 동안 남성으로 살아오면서 알게 모르게 여성에 가했던 고통도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인 여성의 입장에서 잘못된 저를 찾을 수 있었다"며 "제 잘못에 책임을 지고 피해자와 저를 믿어준 분들에게 용서를 구하며 자숙의 시간을 갖겠다"고 했다. 

하지만 박 화백은 이내 SBS를 상대로 정정보도 소송을, 정직 징계를 내린 한예종을 상대로는 징계취소 소송을 제기하며 성추행 한 사실이 없다고 입장을 뒤바꿨다. 이 작가의 성추행 주장은 자신에 대한 무고이자 허위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이라는 게 박 화백 주장이다. 

지난해 11월 박 화백은 SBS를 상대로 낸 정정보도 청구 소송 1심에서 패소했다. 1심 재판부는 이 작가 진술에 신빙성이 있고 언론보도가 허위임을 증명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는 "제보한 내용과 법정 증언이 대부분 일치하며, 실제 경험하지 못하면 진술하기 어려운 구체적 내용이 포함돼 있다"며 "이씨는 당시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이사장으로 거론되던 박 화백이 대표자로서 부적절하다거나 미투운동에 동참하기 위한 공익적 목적으로 제보를 한 것으로 보이며, 허위로 제보할 만한 별다른 사정이나 동기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박 화백이 한예종 학생들에게 성희롱적 발언을 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이를 제보한 학생들에게 특별히 허위로 진술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발견되지 않는다"면서 "다수 학생들이 '성차별적 발언으로 불편하다'는 내용의 강의평가를 올리고, 자발적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수집한 성희롱 사례도 있었다"고 판시했다.  

이보다 앞서 박 화백은 한예종을 상대로 낸 징계취소 소송에서 지난해 7월 승소했다. 박 화백의 손을 들어준 재판부는 박 화백 성희롱·성추행 여부를 판단한 것이 아니라 징계 시효 등 한예종이 관련 법규를 제대로 살피지 않고 징계를 내린 점을 문제로 판단했다. 

송창한 기자  sch696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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