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아시아 정상을 차지했던 성남 일화의 2011 시즌은 참 힘들었습니다. 주축 선수들이 초반부터 대거 전력에서 이탈하며 순위는 곤두박질쳤고, 한때는 16개 팀 가운데 15위까지 떨어졌습니다. 여기에 주장인 샤샤는 FC 서울로 이적을 추진하다가 접으면서 신태용 감독의 화를 불러일으키기도 했고, 성남 전력의 핵과 같았던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도 올 시즌만큼은 그리 확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한때 '레알 성남'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화려했던 스쿼드는 온 데 간 데 없었고, 2/3를 치르는 동안 내내 신태용 감독은 속앓이를 해야만 했습니다.

그랬던 성남 일화가 남은 1/3을 제대로 뒤집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좀 늦은 감이 있기는 하지만 주축 선수들이 하나둘씩 복귀하기 시작하면서 이제야 베스트 11을 가동할 수 있게 됐습니다. 전력을 풀가동하자 그 효과는 금방 나타나면서 FA컵 8강전을 포함, 2연승을 내달렸습니다. 경기력도 확실히 이전보다 더욱 활력이 넘쳤고, 선수 운영 역시 부상만 많지 않다면 충분히 최상의 전력을 풀가동할 수 있을 정도로 사정이 나아졌습니다. “10%의 가능성이지만, 마지막 경기까지 희망을 놓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며 6강 진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힌 신태용 감독의 말이 허언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성남의 최근 분위기입니다.

▲ 성남 일화 ⓒ연합뉴스
최근 2경기에서 보여준 성남의 전력은 한창 좋았을 때와 비슷했습니다. FA컵 8강전에서 '닥공 축구'로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는 전북 현대에 2-1 승리를 거뒀고, '다크호스' 상주 상무와의 리그 20라운드에서는 경기 내내 유지한 공격 축구로 3-1로 이기며 6경기 만에 승점 3점을 챙겼습니다. 경기를 이긴 것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선수들의 의욕이 확실히 이전에 비해서 눈에 띄게 좋아졌다는 것이 고무적이었습니다. 부상에서 복귀한 라돈치치가 2경기 연속 골을 넣으며 활력을 불어넣었고, 새롭게 영입된 에벨찡요는 빠른 스피드와 폭발적인 경기력으로 단 몇 경기 만에 신태용 감독을 흐뭇하게 했습니다. 새롭게 들어온 선수들 덕분에 기존 선수들은 더욱 패기 넘치는 플레이로 경기를 주도해나갔고, 지난해 AFC 챔피언스리그, 2년 전 리그, FA컵에서 보여준 모습과 유사한 '성남다움'을 찾으면서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습니다.

이 분위기를 적어도 25라운드까지(앞으로 5경기 동안) 잘 끌고 가서 6위권과 승점 차이를 6점 이내로 좁힌다면 성남이 6강에 진입할 가능성은 상당히 높아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9월 말에 제대하는 김정우가 곧바로 성남에 복귀해 남은 라운드에서 가용할 수 있는 전력이 지금보다 더 배가 될 수 있는 것은 성남이 더 기대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전반기보다 후반기에 더 힘을 내왔던 '신태용 성남'의 특성상 앞으로 승점 관리를 잘 하기만 한다면 6강 진입이 못 이룰 꿈은 결코 아닙니다. 또한 번번이 우승 문턱에서 좌절했던 FA컵에서도 포항, 울산, 수원 등 만만치 않은 팀을 상대하기는 해도 'FA컵의 사나이' 허정무 감독의 인천과 1위 전북을 꺾고 올라왔기에 그리 두려워할 이유는 없어 보입니다. 오히려 전보다 더욱 강한 모습으로 12년만의 FA컵 우승을 꿈꾸고 있을 것입니다.

2009년 신태용 감독이 부임한 뒤 성남은 매년 '신태용 매직'을 통해 명문팀다운 면모를 보여왔습니다. 모기업의 지원이 준 데다 주력 선수들이 빠진 가운데서도 신 감독의 ‘형님 리더십’은 젊은 선수들을 일깨웠고, 언제나 활력이 넘치는 팀으로 주목받으며 '아시아 정상 팀'이라는 타이틀도 거머쥐는 데 성공했습니다. 3년 연속 리그 우승을 2번이나 했을 만큼 예전에는 조금 '얄미운 팀'으로 꼽히기도 했지만 신 감독의 지휘 아래 신선하고 화끈한 축구로 아시아 정상에 올랐을 때는 많은 축구팬들이 박수를 보냈던 팀이 바로 성남 일화였습니다. 그만큼 이전에 비해 성남 일화라는 팀이 내는 색깔이 참 신선했고, 신태용 감독이 보여준 리더십 역시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랬던 성남이 2011 시즌 마지막 반전을 꿈꾸며 또 한 번 새로운 '신태용 매직'을 기대하게 하고 있습니다. 워낙 언제든지 치고 올라갈 잠재력은 갖춘 팀이고 한 번 발동이 걸리면 제대로 올라가는 팀인 만큼 앞으로 남은 리그 10경기, 그리고 FA컵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 기대가 됩니다. 더 이상의 추락은 없다며 막판 대반전을 선언한 성남 일화의 상승세는 안 그래도 뜨거운 K리그 판도를 더욱 후끈하게 만들 것입니다. 다시 한 번 아시아 정상을 꿈꾸는 성남 일화의 후반기 행보는 상당히 주목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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