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한국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3.3%를 기록하자 보수·경제지 중심으로 '역성장 쇼크', '고꾸라진 경제'라고 보도하자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경제가 바로 망하기나 하듯 호들갑을 떤다"고 총평했다. 이들 매체가 코로나19 영향, OECD 주요국가들의 마이너스 성장 등의 수치를 애써 외면한 채 과장·왜곡보도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2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분기 실질 GDP 통계에 따르면 한국 실질 GDP는 전 분기 대비 3.3% 감소해 -6.8%를 기록한 1998년 1분기 이후 22년 3개월만에 가장 낮은 실적을 보였다.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실적(전 분기 -1.6%)이기도 하다. 코로나19에 따른 세계적 경기 침체로 한국 경제의 기반인 수출이 16.6% 급감한 게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24일 주요 보수·경제지 1면은 '역성장 쇼크'라는 단어가 장식했다. 중앙일보<-3.3% 역성장 쇼크>, 조선일보<고꾸라진 경제 '-3.3% 추락'>, 동아일보 <'코로나 역성장' 쇼크… 환란 이후 최저 -3.3%>, 한국경제<-3.3% '성장률 쇼크'… 22년 만에 최악>, 서울경제<성장률 -3.3%… 짙어진 'R(Recession·경기후퇴)의 공포'> 등이다.

7월 24일 주요 보수·경제지 1면은 '역성장 쇼크'라는 단어가 장식했다.

이 같은 보도에 대해 이준구 교수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흑(黑)과 백(白), 여러분은 어느 쪽을 믿으시렵니까'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조선·중앙·동아일보 등의 이 같은 기사를 직격했다.

이 교수는 "조중동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듯, 우리의 2분기 실질 GDP가 지난 1분기에 비해 3.3% 감소했다는 '역성장 쇼크'를 탑 기사로 실었다"며 "이것이 사실인지라 그걸 탑 기사로 보도했다 해서 특별히 문제될 건 없다. 그런데 사실을 보도하는 듯 하면서도 교묘하게 과장해서 보도한 게 눈에 확 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우선 '고꾸라진 경제'라는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제목이 무척 자극적이지 않나. 이 제목만 보면 마치 우리 경제가 죽을 병에 걸려 신음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조금 작은 글씨로 성장률 하락의 원인을 설명한 부분을 보면, 코로나19 얘기는 한 마디도 없다. 기사 본문에 코로나19에 대한 언급이 나오지만, 사람들은 대체로 이런 제목만 읽고 그대로 넘어가지 않나"라고 비판했다. 제목과 부제목 등에 코로나19 영향을 언급하지 않는 데 대한 비판이다. 조선일보는 이 기사 부제목으로 '혼돈의 대한민국, 아무도 예상못한 역성장 쇼크', '57년만의 최악 수출 부진으로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성장률', '14조 긴급지원금도 침체 못막아' 등을 달았다.

이 교수는 "우리 경제가 지금 어려움에 처해 있는 결정적 이유가 코로나19라는 건 삼척동자도 다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그런데 이 부제목만 보면 마치 정부가 무언가 잘못해서 역성장 쇼크를 가져온 듯한 인상을 풍기고 있다. 조중동이 모두 경제가 바로 망하기나 하듯 호들갑을 떨기는 마찬가지였지만, 오직 동아일보만 제목에서 코로나를 언급했다"고 질타했다.

이어 이 교수는 "더욱 웃기는 건 '아무도 예상 못한 역성장 쇼크'라는 부제목"이라며 "아니 아무도 예상 못했다니, 그 신문 사람들은 예상치 못했는지 몰라도 거리의 장삼이사가 모두 예상하고 있었던 일 아닌가. 코로나19 때문에 우리 경제가 역성장을 하리라는 건 상식에 속하는 일"이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OECD의 주요국가 2020년도 경제성장률 예상치를 도표로 그린 영국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의 6월 20일자 기사를 언급하며 "미국, 일본, 유럽 여러 나라, 심지어 중국까지 역성장 쇼크에서 자유롭지 못한 판에 우리라고 쇠뿔 빼는 재주가 있어 플러스 성장을 할수 있겠나"라고 했다.

OECD 2020년 6월 세계경제전망 성장률 전망치 (표=기획재정부)

OECD가 지난달 10일 발표한 회원국 경제전망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예상치는 -1.2%, 코로나19 2차 확산이 있을 경우 -2.5%다. 이 같은 전망치는 OECD 회원국과 주요국가 중 가장 양호한 수치다. OECD가 함께 제시한 세계 경제성장률 예상치는 -6%, 코로나19 2차 확산 시 -7.6%다. 주요회원국 예상치는 미국 -7.3%·-8.5%, 일본 -6%·-7.3%, 영국 -11.5%·-14%, 독일 -6.6%·-8.8%, 중국 -2.6%·-3.7% 등이다.

이 교수는 "이 도표가 등장하는 기사에는 코로나19로 쑥밭이 된 세계경제에서 한국을 '가장 성과가 좋은'(best performing) 나라의 예로 들고 있다"며 "그런데 우리 경제를 가리켜 '고꾸라진 경제'라고 표현하는 것은 무슨 심보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그는 "우리 2분기 성장률이 -3.3%라고 그렇게 호들갑을 떠는데, 이 그림 보면 영국과 프랑스는 무려 12%나 되는 역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독일 경제조차 6%가 넘는 폭의 역성장이 예상되고 있다"며 "그럼 그 나라들은 이미 '거덜난 경제'인가"라고 되물었다.

이 교수는 "문재인 정부를 두둔할 생각은 전혀 없다. 나는 이 정부와 아무런 관련을 맺지 않고 완전히 자유로운 입장"이라며 "다만 우리 보수언론이 자행하는 불공정 보도의 민낯을 보여주기 위해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형편없이 기울어진 운동장은 공정하지 못하다는 믿음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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