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는 내용의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 권고를 두고 언론에서는 검찰 수사 독립성 침해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검찰 내 분권 등을 통해 선택적 수사, '제 식구 감싸기' 관행을 타파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권력형 비리 수사 등에 있어 수사 독립성 담보가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법무·검찰개혁위는 27일 검찰총장의 구체적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각급 고등검찰청장에 넘기고, 법무부 장관이 고검장에게 수사지휘권을 행사토록 하라고 법무부에 권고했다. 권고에 따르면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는 서면으로 이뤄지며 '불기소 지휘'는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아울러 법무·검찰개혁위는 법무부 장관이 검사 보직 인사를 할 때 검찰 외부 인사가 위원장을 맡는 '검찰인사위원회'로부터 의견을 듣도록 했다. 기존에 검찰 보직 인사 시 법무부 장관에게 직접 의견을 전달했던 검찰총장은 검찰인사위원회에 서면으로 의견을 제출하게 됐다. 또 법무·검찰개혁위는 현직 검사만 검찰총장으로 임명하는 관행을 개선해 판사, 변호사, 여성 등도 임명돼야 한다고 권고했다.

법무·검찰개혁위원회 김남준 위원장이 27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제43차 회의를 마친 뒤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이 사실상 폐지되는 권고안에 대해 언론에서는 검찰 수사 독립성 침해 우려가 일면서 이번 권고는 '민주적 통제'가 아니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차기 검찰총장 후보군인 고검장들이 장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어 수사 독립성 침해가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겨레 28일 기사 <장관이 고검장 직접 지휘… '권력형 비리 수사' 입김 우려>에서 양홍석 변호사(전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는 "지휘는 보고를 전제로 한다. 법무부 장관이 각 고검장으로부터 보고도 받겠다는 것인데 이건 민주적 통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검에서 형사정책을 담당했던 한 변호사는 "개별사건에 대해 법무부 장관이 총장을 거쳐야만 지휘·감독이 가능하게 한 이유는, 총장은 임기가 2년 보장돼 있어 인사권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워 권력형 비리 수사 등을 할 때 외풍을 막아줄 수 있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차기 총장 제청권을 쥔 법무부 장관이 구체적 사건에 대해 총장 후보군인 고검장들을 지휘할 경우 과연 몇명이나 소신대로 수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같은 날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검찰이 선택적 수사와 '제식구 감싸기' 행태를 보여왔고,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하는 일사불란한 지휘체계가 그 배경이었던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검찰 내부 권한 분산이나 민주적 통제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검찰의 수사 독립성 확보"라고 강조했다.

경향신문은 "고검장은 차기 검찰총장 후보군에 속하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에게 소신 있게 맞서기 쉽지 않다. 주요 사건이 몰리는 서울중앙지검을 관할하는 서울고검장에 정권의 입맛에 맞는 사람을 앉힐 경우도 있을 수 있다"면서 "인사에서도 민주적 통제를 빙자한 '코드 인사'를 막는 장치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경향신문 7월 27일 사설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 폐지하라는 법무·검찰개혁위 권고>

이번 권고가 검찰 인사, 검언유착 의혹 사건 등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갈등을 이어 온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힘 빼기' 아니냐는 일각의 시각도 있다. 한국일보는 사설 <검찰총장 권한 축소 필요하나 정치적 오해 없도록>에서 "이번 권고는 문재인 정부가 강조해 온 검찰 개혁의 일환이지만, 벌써부터 미묘한 해석을 낳고 있다. ‘윤석열 힘 빼기’ 용도 아니냐는 것"이라며 "특히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고등검사장에게 분산하면서 대신 장관이 고등검사장에게 수사지휘를 할 수 있도록 한 건 여러 오해를 낳을 수 있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추미애 장관은 이날 국회에 출석해 '검찰의 권한이 막강해 민주적 통제가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일련의 검찰 개혁 추진이 ‘검찰 길들이기’로 비쳐지는 현실 또한 직시해야 한다"며 "이를 고려해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에 휘말리지 않도록 적용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반면 주요 보수언론에서는 '윤석열 힘 빼기'에 초점을 맞춘 기사와 사설들이 이어졌다. 중앙일보는 이날 기사 <검찰총장 지휘권 폐지 대놓고 윤석열 힘뺀다>에서 "개혁위는 이날 발표에서 검찰총장직에 대해 '문명적 형사사법 절차가 구축된 어느 국가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제왕적 검찰총장'이라고 언급했다"며 "이는 추 장관이 국회에서 언급한 '제왕적 검찰총장은 견제가 필요하다'는 발언과 맥이 닿아 있다. 개혁위가 사실상 추 장관에게 맞춤형 제안을 내놓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라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기사 <검찰총장은 행정·사무만… 非검사 출신 임명도 권고>에서 이번 개혁위 권고를 '윤석열 제거 위한 검찰장악법'으로 풀이했다. 조선일보는 "이날 개혁위 권고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채널A 기자 사건'으로 무리하게 지휘권을 발동했다가 '편파·불공정 수사'라는 역풍을 맞게 된 추 장관이 국면 전환용으로 '윤석열 때리기'와 검찰 수사권 해체에 나섰다는 관측도 제기됐다"며 "한 법조인은 '정권 보위용 개혁'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 외에도 조선일보 기사에서 제시된 법조계 반응은 "윤석열 총장을 '식물총장'으로 만들고 정권이 검찰권을 장악하겠다는 의도", "검찰의 정권 예속화를 위한 개악", "개혁위가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국정농단을 하는 것", "검찰개혁이라는 명분으로 정권에 눈엣가시 같은 윤 총장을 제거하기 위해 '검찰장악법'을 제안한 것" 등이다.

동아일보는 사설 <검찰총장 수사지휘권 폐지… 檢의 권력 예속화 부를 퇴행>에서 "개혁위 권고안은 외견상 검찰의 분권화라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검찰 독립을 통해 권력의 부패를 막으라고 한 현행 검찰제도의 근간을 뒤흔드는 퇴행적 방안"이라며 "더구나 이번 권고안은 '윤석열 총장 힘 빼기'를 겨냥한 것이라는 지적까지 받고 있다. 살아있는 권력에 칼을 겨눴다고 해서 검찰 독립을 무력화하려 한다면 이는 권력의 사유화나 다를 바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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