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군 당국이 26일 20대 탈북민의 월북가능성을 공식 인정하면서 탈북민 관리·보호 시스템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남한에 정착하지 못해 재입북한 탈북민 수는 100명이 넘을 것”이라며 “탈북민이 남한에 정착하게 관리 시스템을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월북한 것으로 추정되는 탈북민 김 모 씨(24)는 3년 전 한강 하구를 통해 탈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도 같은 루트로 재입북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김 씨는 지난달 평소 알고 지낸 탈북민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고 구속영장도 발부된 상태다.

최근 월북한 것으로 추정된 20대 북한 이탈 주민(탈북민)의 주민등록 발급신청 확인서. (사진=연합뉴스)

안찬일 소장은 28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지금 3만 4000명의 탈북민이 있는데 아마 누구도 헤엄쳐서 북한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는 사람은 없다”며 “다만 그 친구는 자기가 온 길을 알고 있기 때문에 수영으로 도강해 강화도로 오는 길을 선택했고 아무도 막을 수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안 소장은 김 씨의 월북이 가능했던 이유로 허술한 담당 경찰 관리 시스템을 꼽았다. 현재 탈북민들은 신분에 따라 가급, 나급, 다급으로 분류해 신변을 보호하고 있다. 안 소장은 “가급인 경우 좀 치밀하고 관리가 잘되지만 김 씨의 경우 다급 정도에 포함되다 보니 담당 경찰관을 임명하고 한 달에 한 번 정도 전화해서 잘 있는지 확인하는 정도였을 것”이라며 “제때 체크를 안 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이라고 밝혔다. 심지어 담당 경찰관은 김 씨가 사라진 달에는 연락을 하지 않았으며, 김 씨 지인의 실종 의심 연락도 받지 않았다. 또 다른 경찰서에 신고하자 ‘우리 관활이 아니’라는 답변만 들었다는 김 씨 지인의 증언이 나오기도 했다.

통일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재입북한 탈북민 수는 11명이다. 하지만 안 소장은 북한 측이 공개한 이가 11명이지만 실제로는 100여 명이 넘을 거로 추정했다. 또한, 중국이나 제3국으로 사라진 탈북자들은 300여 명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탈북민들이 남한을 떠나는 이유에 대해 안 소장은 “한국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20대는 대학교에 다니다 보니 친구를 사귈 수 있고, 40~50대는 자녀들이 있기에 자녀 교육 등으로 적응할 수 있지만 다른 나이대는 적응이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안 소장은 탈북자 관리 시스템을 손봐야 한다고 했다. 현재 탈북자를 관리하는 부서는 통일부로, 행정안전부에서도 추가로 탈북자를 관리해야 한다고 했다. 행정안전부 산하 동사무소, 주민센터 조직 등은 전국 각지에 분포돼 있기 때문에 탈북민이 잘 적응하고 있는지 확인·관리할 수 있는 인적 자원이 풍부하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안 소장은 북한에서 김 씨를 코로나 이슈와 엮어 외교적 수단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했다. 안 소장은 “지난 6월까지만 해도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에 의해 북한 전역이 탈북자를 찢어 죽이자는 콘셉트가 강했는데 이번 북한의 표현을 보니 ‘귀향’이라는 표현을 쓰고 ‘배신자’라는 말을 거의 쓰지 않는 것을 보니 ‘회유 콘셉’으로 바꿔, 이를 이용하려고 하는 게 아닌가 의심된다”고 말했다.

안 소장은 “김 씨에게 코로나라는 이유를 얹으면, 대한민국에서 넘어온 사람이 코로나를 개성지역에 퍼뜨렸다고 하면 북한체제로서는 환영할 만한 인물이 되어버린 것”이라고 했다. 또한 개성지역에 긴장감을 조성시켜 지난 6월 16일 개성 남북연락공동사무소를 폭파시킨 김여정에 대한 비판 여론도 다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들은 26일 “개성시에서 악성비루스(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의심되는 월남 도주자가 3년 만에 불법적으로 분계선을 넘어 7월 19일 귀향하는 비상사건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와 관련 25일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비상확대회의를 긴급 소집, 국가비상방역체계를 최대비상체제로 전환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