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동아일보·채널A 출신 미래통합당 조수진 의원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 대상에서 '보도' 부문 심의를 배제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통합당은 최근까지 논란이 일었던 뉴스·시사프로그램에 대해 방통심의위 제소 방침을 밝혀왔다. TV조선, 채널A 등은 공정성·객관성 조항 등의 법정제재를 매년 일정 건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

조수진 의원 등 통합당 의원 26명은 지난 24일 방통심의위 심의 대상에서 뉴스, 시사프로그램 등 보도에 관한 내용을 제외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채널A ‘정치 데스크’ 2월 19일 방송화면 갈무리. 당시 동아일보 뉴스연구팀 부장으로서 패널로 출연한 조수진 미래통합당 의원 모습.

현행 방송법은 방통심의위가 방송의 공정성·공공성 유지와 공적 책임 준수 여부를 심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방송 내용이 심의 규정을 위반한 경우에는 방통심의위 심의를 거처 방송통신위원회가 제재조치를 할 수 있다.

동아일보·채널A 출신인 조 의원은 올해 초 채널A 방송에서 "대깨문", "대깨조" 등의 표현을 사용해 선거방송심의위원회로부터 행정지도를 받은 바 있다. 그는 당시 김남국 변호사를 향해 "언행을 보면 왜 '대깨문'(대가리가 깨져도 문재인)이라는 요즘 단어 있지 않냐"며 "저런 행동을 보면 '대깨조'다. 머리 깨져도 조국"이라고 말했다.

조 의원은 기자 시절인 2015년 채널A <[단독] "정치인과 식사 않겠다" 격노 왜?> 기사에서 이희호 여사가 하지 않은 발언을 '전언' 형태로 사실인 것처럼 보도했다는 이유로 방통심의위로부터 행정지도를 받았다. 당시 조 의원은 친노계 여성 의원들이 고 김대중 대통령 묘역으로 몰려들어 이 여사에게 참배와 헌화가 끝나고 점심을 대접하고 싶다고 제안했지만 이 여사가 단호히 거절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여성의원들과 김대중평화센터 관계자 등이 '사실무근'이라고 곧바로 반박하면서 보도 논란이 일었다.

2019년 7월 채널A '정치데스크'에서는 '퓨마가 탈출했을 때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열렸다'는 허위조작정보를 발언했으며 같은 해 3월에는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이 제기한 문재인 대통령 가족 관련 의혹에 대해 '청와대가 의혹을 부정하지 않았다'는 등 사실과 다른 내용을 전하기도 했다.

이번 방송법 개정안을 발의한 통합당 의원들은 "뉴스와 시사프로그램 등 보도에 관한 내용은 합리적 의심에 근거한 의혹을 제기하는 내용이더라도 심의 대상이 되어 국민의 알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며 "또 보도에 관한 내용은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해 정정보도·반론보도 청구가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중규제에 해당한다는 지적도 있다"고 제안 이유를 밝혔다.

방통심의위가 공정성·객관성 조항 등을 들어 보도 프로그램을 심의하는 데 대해서는 기능 축소 등 개선 논의가 필요하다는 일각의 시선이 있는 게 사실이다. 외관상으로는 독립 민간기구인 방통심의위가 심의를 통해 사실상 행정기구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고, 위원 구성이 정부와 여야 정치권에 의해 이뤄지는 상황에서 언론 공정성 등을 심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하지만 통합당의 이번 법안 발의가 이 같은 개정 취지를 진정성 있게 담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기 방통심의위 보도통제 사례를 논외로 하더라도, 통합당은 전신인 자유한국당 시절부터 최근까지 문재인 정부 이후 특정 매체의 보도 프로그램과 관련해 방통심의위 제소 방침을 분명하게 밝혀왔기 때문이다.

20대 국회에서 "언론이 좌파에 장악됐다"며 방통심의위 제소 등 강경대응 절차를 밟아 온 통합당은 21대 국회 개원과 함께 자당 1호 법안을 분석한 KBS 보도를 방통심의위에 제소했다. 이 외에도 통합당은 ▲KBS '사사건건' 패널로 참여해 지성호 의원을 비판한 깁갑수 평론가 ▲MBN '뉴스와이드'에 패널로 출연해 '고 백선엽 장군은 현충원 묻힐 자격이 없다'고 발언한 노영희 변호사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에 대해 "집도 없으면서" 발언을 해 물의를 빚은 진행자 김어준씨 등에 대해 방통심의위 제소 방침을 꾸준히 밝혀왔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진=연합뉴스)

통합당은 21대 총선 공약으로 '뉴미디어위원회 신설'을 내걸며 방통위의 방송사업자 허가·승인 업무를 이관하고, 방통심의위 기능은 없애거나 대폭 축소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런 통합당이 실제로는 보도 프로그램에서 정치적 사안이 불거질 때마다 방통심의위 제소를 당 차원에서 추진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보도 프로그램 심의 폐지 내용의 법안을 발의하고 있는 것이다.

통합당의 이번 법안 발의는 사실상 TV조선, 채널A 등 종편채널 재승인 조건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지난 4월 방통위로부터 재승인을 받은 TV조선과 채널A는 '매년 법정제재 5건 이하 유지' 등의 조건을 부가받았다. 하지만 이미 TV조선의 경우 객관성 위반 등으로 올해만 법정제재 건수가 5건에 이르렀고, 채널A 역시 3건을 기록하고 있다. 이들 방송사는 재심을 청구하거나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방통심의위 법정제재 누적 건수를 줄여왔다. 소송 제기 시 법원 판결이 확정될 때 까지는 법정제재 건수가 누적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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