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정부 부동산 대책이 논란인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행정수도 이전' 카드를 꺼내들고, 청와대발 '공공기관 지역이전설'이 언론을 통해 나왔다가 부인되고 있다. 이 사이 세종시 인근 부동산이 들썩이고 있다. 정부여당이 행정수도 이전, 국가균형발전을 천명하면서도 구체적 안을 내놓지 못하고, 언론이 당국자들의 말을 옮기면서 혼란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YTN은 24일 <[단독]靑 "공공기관 이전 본격 추진…KBS·IBK·산업은행도 지방 이전 검토>기사에서 "여당과 청와대가 행정수도와 국가균형발전을 화두로 꺼낸 가운데, 수도권 340여 개 공공기관 중 국책은행과 공영방송의 지방 이전이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24일 오후 세종시청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사진=연합뉴스)

YTN은 "수도권 340여개 공공기관 가운데, 이번에는 특히 IBK, 산업은행 같은 국책은행과 공영방송인 KBS까지 검토 대상이라고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밝혔다"면서 "국가균형발전위에서도 지방 이전 검토 주요 기관으로 IBK와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과 KBS, EBS 같은 공영방송을 꼽았다"고 했다.

이어 YTN은 "김사열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은 일부 반대도 있는 것으로 알지만, 수도권의 인구 집중과 경제 집중이라는 국가적 어려움을 수술하는 의미가 있다고 추진 의지를 밝혔다"며 "이전 대상 지역으로는 공영방송의 경우 여당이 추진하는 행정수도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면 세종시 인근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했다.

또한 YTN은 "지난 20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 김사열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을 참석시켜 보고를 받은 문 대통령은 다음 달 초 세부 계획을 다시 들어본 뒤 검토를 거쳐 다음 달 안에 종합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22일 김사열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은 국회를 찾아 민주당 이해찬 대표, 김태년 원내대표, 윤호중 사무총장 등 지도부와 비공개로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보도 뒤 타 언론 보도가 이어지는 등 논란이 일자 청와대는 보도 내용을 즉각 부인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언론에 KBS와 IBK 산업은행 등 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검토되지 않았고 추진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또 지난 20일 김사열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이 참석한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도 이전 대상 공공기관이 거론된 바 없다고 YTN 보도를 부인했다.

하지만 YTN은 후속보도에서 해당 소식을 전하며 "YTN은 어제 다른 청와대 고위 관계자와의 통화에서 공공기관 지방 이전 검토 대상에 국책은행과 KBS, 서울대 등이 포함된다는 설명을 듣고, 오늘 국책은행과 공영방송의 지방 이전이 검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고 밝혔다.

YTN 7월 24일 <[단독] 靑 "공공기관 이전 본격 추진...KBS·IBK·산업은행도 지방 이전 검토">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세종시로의 행정수도 이전을 제안했다. 민주당은 김 원내대표 지시로 연설 직전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자체 긴급 여론조사를 실시, 찬성여론이 높아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21일 국무회의에서 '한국판 뉴딜'은 국가발전의 축을 수도권 중심에서 지역 중심으로 이동시키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여당의 '국가균형발전'을 내세운 행정수도 이전 방침은 정부 집권 4년차에 나왔다는 점,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일어 그 여파로 지지율이 연속 하락하고 있다는 점, 개헌을 필요로 한다는 점 등 때문에 국면전환용이라는 의심과 비판을 사고 있다. 다만 부동산 실패 논란에 따른 국면전환용 대책이 아니라 지역균형발전과 분권을 위한 작업이라면 민주당이 개헌 등을 포함한 구체적 계획을 발표해 범국가적 과제로써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정의당, 언론 일각의 의견이 제시된 상태다.

김 원내대표 제안 이후 민주당 안팎에서 나오는 행정수도 이전 추진방향 관련 언급을 보면 구체적인 단일안은 없고, 사실상 논의 시작 단계다.

2004년 참여정부가 추진한 행정수도 이전에 헌법재판소는 서울이 수도라는 점은 '관습헌법'에 해당한다며 수도 이전에는 개헌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당시 헌법재판소는 '세월의 흐름과 상황의 변화에 따라 국민적 합의가 상실된 경우 관습헌법은 자연히 사멸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김 원내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는 개헌 없이도 행정수도 이전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아직 방향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 여야 합의로 행정수도 특별법을 발의하는 안, 행정수도 이전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 국민투표 등 이전 결정을 위한 경우의 수만 3가지가 나와있다. 민주당은 당내 '행정수도완성추진TF'를 구성했다.

이런 상황에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은 부동산 정책 실패 논란에 따른 국면전환용 제안이라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면서도 당 충청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논의해보자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에서 국회 일부를 세종으로 옮기는 안 등을 언급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언론이 불확실성이 높은 정치권의 입에 매달려 언론이 보도를 이어가는 사이 세종시에서는 부동산 바람이 일고 있다. 23일 한국감정원 시·도별 아파트 매매가격 지수 변동률을 보면 세종시 집값은 전주 대비 0.97% 급등했다. 전국 평균 증가율이 0.12%인 것을 고려하면 가파른 급등세라는 분석에는 이견이 없다. 전셋값도 0.99% 올랐다. 물론 세종의 경우 올해 들어 21.36% 집값이 오른 지역이지만 언론보도에 따르면 행정수도 이전 발언 이후 기존 매물이 줄어들고 호가 매물이 등장하며 억 단위로 가격이 뛰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언론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정부여당의 지역균형발전 논의와 계획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민주당은 지난 4월 총선 직전, 선거 이후 수도권에 있는 300여개의 공공기관들을 지역 간 균형 발전을 위해 지방으로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이해찬 대표는 공공기관 지방이전 용역을 하고 있으며 '마무리 단계'에 왔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월 기자회견에서 "지금 요구되고 있는 공공기관 이전 이후에 새롭게 생겨난 공공기관의 추가 이전, 충청남도·대전 지역의 혁신도시 추가 지정 요구 등은 총선을 거치면서 검토해나가겠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는 국가균형발전 정책으로 지역공약 143개를 내놨는데, 이에 대한 점검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정부 공약이 있었고, 총선 후 4개월여가 지난 현재 정부여당의 국가균형발전 선언이 갑작스레 등장한 것인지, 촘촘한 검토 끝에 나온 진정성 있는 정책인지 차분히 따져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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