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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용직 노동자부터 전범기업 연쇄폭파사건까지! 주목할만한 이 감독의 필모그래피[미디어비평] 너돌양의 세상전망대
권진경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7.24 12:16

[미디어스=권진경] 일제 전범기업 연속폭파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이 8월 20일 개봉을 앞둔 가운데,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을 연출한 김미례 감독의 노동 다큐멘터리 4편 <노동자다 아니다> <노가다> <외박> <산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노동자의 권리 찾기에서 가해자성과 반일까지

제18회 프리부르국제영화제(2004)에서 다큐멘터리 경쟁부문 대상을 수상한 김미례 감독의 첫 번째 장편 다큐멘터리 〈노동자다 아니다〉(2003)는 레미콘 운전기사들이 노동자로 인정받기 위해 벌였던 3년간의 법적투쟁 과정을 그린 영화다. 이 영화는 일용직 노동자로 평생을 산 감독의 아버지 발자국을 따라 기획을 시작했다. 레미콘 노동자들이 박탈당한 노동자성을 드러내고, 특수고용직 노동자로서 불합리한 구조를 자각해 가는 과정 속 깨지고 넘어지면서도 서서히 단단해지는 이들의 투쟁과 연대를 카메라에 담았다. 

다큐멘터리 영화 <노가다> 스틸컷

이어 건설 노동자의 현실을 그려낸 <노가다>(2005)는 필요할 때만 쓰이고 언제든 버려지는 일용직 노동자들의 노동 현장과 삶, 임금 체불 이후의 투쟁을 담담하게 담았다. 경제 성장을 지탱하는 실체가 일제 건설사업에서 시작된 원청, 전문업체, 그 아래 하청업체 등 끊임 없이 이어지는 피라미드 구조임을 짚어낸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건설일용노동자들의 거리 ‘가마가사키’를 방문해 공통의 어려움에 처한 일용직노동자들의 저항과 연대에 주목하며 ‘노가다’의 현재와 미래의 희망을 찾는다. 

김미례 감독의 5번째 장편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의 시작점이 바로 <노가다>의 ‘가마가사키’ 지역이기도 한데, 국가가 존재조차 잊고 싶어 하는 것, 일용직 노동자를 기억하고 애도하는 <노가다>와 제국주의의 피해자들을 위해 행동했던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은 서로 다른 방향에서 마주하며 교차점을 만들어낸다.

다큐멘터리 영화 <외박> 스틸컷

<카트>(2014)보다 일찍이 홈에버 여성 노동자들의 파업 투쟁 과정을 다루며 호평을 얻은 바 있는 <외박>(2009)에서 김미례 감독은 총 510일간 파업 동안의 여성 노동자들의 갈등을 담았다. 파업을 통해 의식화되고, 연대를 노래했던 조합원들의 복잡다단한 마음결들을 담아낸 감독의 사려 깊은 시선이 돋보인다. 2020년을 살아가는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삶은 여전히 <외박>과 맞닿아 있기에 우리에게 수많은 질문을 안겨준다. 

다큐멘터리 영화 <산다> 스틸컷

김미례 감독의 네 번째 다큐멘터리 영화 <산다>(2013)는 '나가느냐, 견디느냐' 두 가지 선택을 강요하는 회사의 명퇴 요구에 맞선 KT 노동자들에 주목한 다큐멘터리다. 80-90년대 노동운동의 물결을 직접 겪었던 중년들의 현재 노동환경에 대한 의문이 기획동기였다. 그 흐름에 해당되는 KT의 중년 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인간적인 상황 속 서로 연대하며 인간을 동력으로 견뎌내는 모습을 2년 동안 기록했다. 상시적인 인력 퇴출 프로그램과 강제 명예퇴직 등 기업이 자본이라는 이름 아래 자행하는 폭력을 조명하고, 기업의 성장 이면에 앵글을 맞춘다. 2020 ‘인디다큐 시간여행’ 온라인 상영으로 7월 31일(금)부터 8월 14일(금)까지 2주간 한국영상자료원 KMDb 홈페이지를 통해 <산다>를 관람할 수 있다.

다큐멘터리 영화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 포스터

이어 오는 8월 20일 개봉을 확정한 김미례 감독의 다섯 번째 장편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은 일제 전범기업 연속폭파사건(1974~75)을 다룬 영화로, 일본 사회의 진정한 반성을 촉구하며 침략의 역사를 멈추고 동아시아 연대로 나아가기 위해 행동하는 인물들을 기록한 작품이다.  현장에서 직접 관계를 맺으며 질문을 찾았던 전작들과 달리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은 벽 너머의 취재로 이뤄졌다. 주인공들을 직접 만날 수 없었고, 면회조차 불가능해 옥중 편지를 주고받아야 했다. 

언어를 비롯해 수많은 벽을 넘어 완성된 영화는 세계 최초로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의 이야기를 스크린에 옮긴다. ‘가해자성’이라는 개념은 단선적인 이미지로 점철된 반일의 의미를 확장하고 새로운 역사적 쟁점을 제시한다. 한국과 일본, 피해자와 가해자라는 이분법적인 역사적 위치 속 딜레마에 빠져 있는 관객들에게 폭력의 근원에 대한 탐구와 국제 평화, 연대로의 확장을 이야기하는 영화다. 

연예계와 대중 미디어를 통해 세상을 보고자합니다. 너돌양의 세상전망대 http://neodol.tistory.com

권진경 칼럼니스트  knudo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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