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중씨의 방송통신위원장 임명을 막기 위해 비상행동 돌입을 선언한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최상재)이 최씨의 '여론조사 유출·땅 투기 의혹'에 대해서도 도덕적으로 함량 미달이라며 즉각 사퇴를 촉구했다.

언론노조는 6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KBS는 어제(5일) 한국갤럽 회장이던 최시중씨가 1997년 대선 직전 주한 미 대사와 점심을 먹으며 여론조사 결과를 털어놨다고 보도했다"며 "한국갤럽 회장직을 방통위원장의 전문성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던 그가 범법 행위를 저질렀다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정법을 위반하면서 외국 정부의 정보원 노릇을 자청했다"는 것이다.

▲ 전국언론노조는 3월 6일 국회 앞에서 최시중씨의 방통위원장 내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곽상아
언론노조는 또 "한겨레신문도 6일, 최씨가 가진 땅들이 대부분 투기바람이 불던 지역이며 구입 과정도 불법과 편법이 동원된 의혹이 있다고 보도했다"며 "최시중씨는 이제 도덕적으로도 함량 미달이라는 점이 드러났다. 한나라당과 이명박 대통령이 부적격자를 감싼다면 시대 정신을 지키려 애쓴 수많은 인물들을 모욕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언론노조는 이어 "방통위원장은 집권 정당에 치우친 사람이 탐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고, 최씨가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적 멘토였다는 점만으로도 이미 자격 미달"이라며 "더구나 직업윤리와 도덕성, 중립성을 헌신짝처럼 내버린 의혹이 속속 드러나는 정황이라면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라고 강조했다.

언론노조는 "이미 드러난 문제만으로도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해야 한다"며 "앞으로도 언론노조는 모든 언론인, 시민사회 단체와 함께 지금보다 강하게 최시중 씨 임명 반대 투쟁을 벌일 것이며 나아가 국민적 저항 운동으로 확산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아래는 성명서 전문이다.

여론조사 유출, 땅투기 의혹 최시중씨는 즉각 사퇴하라
- 한끼 밥과 돈 몇푼이면 양심을 파는 인물이 어떻게 방송 독립을 지킬 수 있는가 -

방송통신위원회 초대 위원장으로 내정된 뒤 최시중 씨가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방송 독립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나는 언론인, 여론 조사인으로서 독립성, 객관성, 중립성을 원칙으로 삼고 살아왔다.”라고. 하지만 이 말은 새빨간 거짓으로 드러났다. KBS는 어제(5일) 보도에서 한국갤럽회장이던 최시중 씨가 1997년 대선 직전 주한 미 대사와 점심을 먹으며 여론조사 결과를 털어놨다고 보도했다. 만난 시기는 선거법상 여론조사 결과 공표 금지기간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갤럽 회장직을 방통위원장의 전문성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던 그가 사실은 범법 행위를 저질렀다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더군다나 한국의 정치상황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미국 정부에 이런 정보를 고한 것은 더욱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실정법을 위반하면서 외국 정부의 정보원 노릇을 자청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이제는 고위 공직자의 필요조건이 돼버린 땅투기는 또 어떤가? 투기와 투자는 한 끗 차이라는 정신나간 허언을 설파하는 언론같지 않은 언론도 있지만, 투기는 명백히 투자와 다르다. 한겨레신문은 오늘자 보도에서 최씨가 가진 땅들이 대부분 투기바람이 불던 지역이며 구입 과정도 불법과 편법이 동원된 의혹이 있다고 밝혔다. 흔히들 말하는 개발 정보를 사전에 입수해 땅을 사놓았다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특히 땅을 구입할 때 최씨가 동아일보 기자 신분이었다는 점도 의혹을 키우고 있다. 이점에 대해 최씨 측은 궁색한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최씨에게 땅투기 의혹은 상대적으로는 부담스럽지 않은 문제일 수 도 있다. 이명박 정부가 기용한 참모와 내각의 상당수가 최씨보다 훨씬 심하게 땅투기에 매달렸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씨의 행위가 가볍게 처리되어서는 절대 안된다. 당시의 시대상황이 그랬던 것 아니냐며 투기 의혹을 어물쩍 넘어가려해도 안된다. 그런 논리는 친일파를 감싸는 논리와 똑같다. 만약 한나라당과 이명박 대통령이 부적격자를 이런 식으로 감싼다면 시대 정신을 지키려 애쓴 수많은 인물들을 모욕하는 일이다. 최시중씨는 이제 이제 도덕적으로도 함량 미달이라는 점이 드러났다는 점을 똑똑히 알아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에게 다시 한번 경고한다. 방통위원장은 집권 정당에 치우친 사람이 탐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최씨가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적 멘토였다는 점만으로도 이미 자격 미달이다. 하물며 살아온 이력에서 직업윤리와 도덕성, 중립성을 헌신짝처럼 내버린 의혹이 속속 드러나는 정황이라면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최씨도 지난 날을 속죄하고 자진 사퇴할 것을 권고한다. 이미 드러난 문제만으로도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해야 한다.

앞으로도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최상재)은 모든 언론인, 시민사회 단체와 함께 지금보다 강하게 최시중 씨 임명 반대 투쟁을 벌일 것이며 나아가 국민적 저항 운동으로 확산시킬 것이다. 이미 우리 사회는 언론자유, 방송독립이 민주주의를 위해 필수적 요소임을 공감하고 있다. 한국의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려는 이 도도한 흐름에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 그리고 최시중씨는 걸림돌이 되지 않길 바란다. 우리는 발부리에 걸리는 돌을 반드시 캐내고 언론자유, 방송 독립, 민주주의를 태운 수레를 힘차게 밀고 갈 것이다.(끝)

2008년 3월 6일 전국언론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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