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래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오는 10일, 일본 삿포로에서 일본과 평가전을 갖습니다. 국제축구연맹(FIFA)에서 정한 A매치데이가 아니기에 양 팀 모두 국내파 위주로 선발해서 경기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새 시즌을 앞둔 유럽파를 총동원하다시피 할 정도로 벌써부터 자존심 싸움이 대단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남아공월드컵 본선 이후 3번째 대결을 펼치는 한국과 일본, 두 팀은 라이벌답게 대단한 신경전을 벌이며 필승을 자신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A매치데이가 아닌 시기에, 그것도 일본에서, 시즌을 앞두고 있는 유럽파까지 동원해서 경기를 할 필요가 있느냐는 비판적인 시각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월드컵 3차예선을 앞두고 전력을 다지면서 사기를 끌어올리는 데는 한일전 만한 경기가 없는 것도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리고 조광래호는 어느 경기보다도 이 경기에 많은 신경을 쓰고 대비해서 반드시 승리로 이끌 필요가 있습니다.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는 한일전이기는 하지만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75번째 축구 한일전을 꼭 이겨야 하는 이유, 그래서 최선을 다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 아시안컵 4강전 한국 대 일본 경기에서 황재원이 연장 후반 극적인 동점골을 성공시킨 후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광래호 출범 후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조광래 감독은 지난 해 7월 축구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해서 9승 4무 1패를 기록했습니다. 대표팀을 맡고서 첫 해에 이 정도 성적을 거둔 것은 정말 대단한 것입니다. 무엇보다 패스 중심의 축구, 끊임없이 압박하고 움직이는 축구로 팬들의 시선을 끌면서 대표팀 축구도 참 재미있게 할 수 있구나 하는 걸 느끼게 해 줬습니다. 새로운 선수들도 많이 발굴됐고, 이를 통해 보다 활력 있고 신선한 축구로 재미와 감동을 줬던 지난 1년의 조광래호였습니다.

그런 가운데 조광래호는 부임 후 첫 경기였던 나이지리아와의 평가전을 치른 지 딱 1년 만에 일본을 만났습니다. 공교롭게 일본은 조광래호가 유일하게 두 차례 맞붙은 상대이며, 아쉽게도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했습니다. 지난해 10월, 서울에서 만났을 때도 그랬고 지난 1월, 카타르 아시안컵 준결승에서 만났을 때도 그랬고, 한국은 일본에 완전히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며 0-0, 2-2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습니다. 그리고 아시안컵에서는 승부차기에서 아쉽게 패하며 51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 도전에 실패했습니다. 이전과는 확실히 달라진 축구를 구사하면서도 정작 일본을 아직 이기지 못한 것은 조광래호에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지난 아시안컵에서의 아픔을 완전하게 씻어내기 위해서라도 일본전 승리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기세등등한 일본, 보기 좋게 꺾을 필요 있다

특히 일본은 한국과의 경기에서 이긴 뒤 호주까지 제압하며 2004년 이후 7년 만에 다시 아시안컵 패권을 가졌습니다. 알베르토 자케로니 감독 부임 이후 더욱 짜임새 있어졌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아시안컵 정상으로 다시 기세등등해졌습니다. 남아공월드컵 16강에 이어 아시안컵 우승까지 거머쥔 만큼 일본의 기세는 그야말로 하늘을 찌르고 있는 상황입니다. 나카토모 유토는 이탈리아 명문 인터밀란으로 이적했으며, 독일 분데스리가에도 잇달아 일본 선수들이 러브콜을 받으며 러시를 하고 있기까지 합니다. 물론 한국도 구자철, 지동원 등이 아시안컵 이후 해외에 진출했지만 일본 팬들이 근거 없이 '일본이 한국보다 한수 위'라고 하는 것에 대해 자존심이 많이 상하는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런 가운데 일본 적지에 가서 찬물을 끼얹는 모습을 한국 축구가 보여준다면 그 기세는 한풀 꺾일 것입니다. 반대로 조광래호는 좋은 분위기로 다음 경기를 맞이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5월, 일본 사이타마에서 열린 친선전에서 박지성, 박주영의 연속골로 2-0 완승을 거두면서 일본대표팀 출정식 분위기를 완전히 망가트렸던 모습 그대로 말입니다.

월드컵 3차예선을 앞두고 갖는 마지막 평가전

이번 경기는 다음달 2일부터 열리는 브라질월드컵 3차예선을 앞두고 갖는 마지막 평가전입니다. 예선에서 손발을 맞출 전력을 점검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입니다. 조광래 감독이 열의를 다해서 가능한 모든 자원을 끌어 모으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아시안컵 이후 다시 퍼즐 조각을 맞춰야 하는 상황에서 조광래 감독은 한일전을 통해 최상의 전력이 어떤지를 시험 가동하는 무대로 삼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정강이뼈 부상으로 한동안 대표팀에서 뛰지 못하는 이청용을 대신할 측면 자원을 찾는 것이 절실합니다. 또 주전 자원 외에도 이에 버금가는 전력을 갖춘 백업 요원을 키우는 것도 이번 한일전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우리와는 다른 환경, 빡빡한 일정 속에서 중동팀과 월드컵 3차예선에서 잇달아 맞붙는 만큼 한일전에서 기분 좋은 승리를 가져가면서 상승세 분위기를 계속 이어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한국 축구 분위기 반전에도 좋다

조광래호는 지난 6월 초, 세르비아, 가나와의 2차례 평가전에서 2연승을 달리며 쾌조의 분위기를 보였습니다. 특히 FIFA 랭킹 10위권 안팎에 있는 팀을 상대로 거둔 2승이어서 그 승리는 내용이 있었고, 값졌습니다. 이 경기 승리를 통해 조광래호는 승부조작 파문으로 어려움에 빠져 있던 K리그, 한국 축구에 큰 힘을 불어넣었습니다. 당시 K리그에서 활약하거나 K리그에서 뛰다 해외에 진출했던 선수들이 모두 골을 넣어 그야말로 'K리그의 힘'을 보여주고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승부조작 파문은 쉬이 가라앉지 않았고, 이 때문에 '축제 분위기'에서 치러져야 했던 올스타전은 1995년 이후 16년 만에 치러지지 못했습니다. 잠시나마 한국 축구 분위기를 띄우는데 한일전 승리만큼 좋은 것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그냥 일본이기에 이겨야 한다

여러 가지 이유를 이야기했지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필승 이유는 바로 상대가 일본이기 때문입니다. 건전한 라이벌 관계를 유지해 왔다고 하지만 일본은 여러 가지 문제에서 한국을 자극하고 도발하며 한국민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습니다. 최근에는 일본 의원들이 독도가 일본땅이라고 하면서 울릉도를 방문하려 하는 소동을 불러일으키면서 엄청난 비난을 샀습니다. 그래도 독도 문제, 역사교과서 문제 등 한일 관계의 큰 이슈가 있을 때마다 한국 축구는 알게 모르게 큰 힘을 발휘하며 기분 좋은 승리를 이끌어낸 바 있습니다. 정치, 사회 문제와 스포츠는 별개라고 생각하지만 한일 간에 불편한 상황이 벌어진 마당에서 한국 축구가 일본에 승리를 거둔다면 국민들이 느끼는 쾌감, 즐거움은 이루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축구 한일전이 1주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평가전이라 해도 이번 경기에 내포하고 있는 의미는 상당히 큽니다. 이 의미 있는 매치를 잡고 계속 해서 떠오르는 조광래호가 될지, 많은 축구팬들은 한일전 승리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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