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정찬형 YTN 사장이 자사 라디오 진행자 이동형 씨의 ‘2차 가해성' 발언 논란에 대해 "엄중하게 인식하고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사장은 "방송 밖에서의 발언 파장이 증폭되지 않도록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20일 직원들에게 보내는 ‘사장의 제언’에서 이동형 YTN 라디오 <뉴스 정면승부> 진행자의 발언과 관련해 입장을 밝혔다. 이동형 씨는 지난 15일 유튜브 ‘이동형TV’에서 고 박원순 서울시장 성추행 피해자를 향해 “피고소인의 인생은 끝났는데 자기는 숨어 있다”고 발언해 지탄받았다. YTN은 논란 이후 ‘입장 없음’을 고수해 왔다.

YTN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 (사진=YTN)

정 사장은 “이동형 진행자가 논란이 되는 것과 관련해 우리 방송 밖에서의 발언에 대해 풀 텍스트의 맥락을 이해하며 신중하게 답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처음 개인방송에서 발생한 문제지만, 우리 방송의 진행자이기 때문에 이 발언 논란 직후부터 상황이 엄중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주시했다”고 밝혔다.

정 사장은 해당 건과 관련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저촉될 사안이 발생하지 않도록, 외부에서 발언의 파장이 증폭되지 않도록 유념할 것을 전달했다며 라디오 제작진 역시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상태로 프로그램을 관리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 사장은 해당 이슈를 다룰 때 인권과 법리적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 사장은 “성추행 고소 사건 피해자의 인권을 중시해야 하고, 사자 명예훼손 등의 위험이 있는 고인과 유족의 인권도 존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유죄 추정은 재판 없는 처벌을 정당화할 우려가 있어 증거에 의한 유죄 입증이 지켜져야 한다”며 “조사를 통한 진실규명과 정확한 팩트 제시가 시급해졌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충분한 증거 없이 피해와 가해에 대한 예단이 지배하면, 위축 효과로 진실규명이 어려워질 우려가 있다”며 “우리로선 명확한 증거를 찾아서 있는 그대로 보도해 가해와 피해의 전모를 규명하고 진실을 밝혀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동형 씨는 지난 15일 유튜브 ‘이동형TV’ 라이브 방송에서 “이게 무슨 미투사건이야. 미투사건은 과거 있었던 일을 내가 그때 말 못 했는데 지금 용기내서 한다. 내 신상을 드러내놓고 하는 거”라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를 향해 “피고소인의 인생은 끝이 났는데 자기는 숨어가지고 말야”라고 비난했다.

이 씨는 다음 날(16일) ‘이동형TV’에서 포털사이트 실시간 인기 검색어 순위를 언급하며 “나는 4위를 했더라고, 1위를 못해 아쉽다”며 웃었다. 라디오 방송 하차 요구에 대해서는 “나는 잘못한 게 없다고 생각하는데 이럴 때 떠밀려서 사과하게 되면 더 두들겨 맞게 돼 있다”며 “모가지를 끌고 나가도 나는 버틸 것”이라고 했다.(▶관련기사 : 이동형·박지희 '박원순 고소인' 향한 2차 가해, 방송 아니면 괜찮다?)

이러한 태도를 지적하는 발언은 20일 열린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인사청문회에서 수차례 등장했다.

박대출 미래통합당 의원은 "YTN, CBS 진행자가 박원순 사건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말도 못하게 심하게 하고 있다. 피해자에게 '교통방송(TBS)'은 '고통방송'"이라면서 "이 방송들이 정파적 편향이 도를 넘어 피해자를 2번 울린다, 막말방송을 더는 방치해선 안 된다"고 했다.

같은 당 허은아 의원은 이동형 씨의 발언을 언급하며 “이게 우리 방송의 현실”이라고 주장했고, 박성중 의원은 "방송이 나서서 2차 가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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