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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검 기자’라는 비판에서 벗어나려면?법조기자 출신 박영흠 교수 ’법조뉴스 생산관행 연구‘..."언론-뉴스 수용자 함께 바뀌어야"
김혜인 기자 | 승인 2020.07.21 08:31

[미디어스=김혜인 기자] “평범한 기자가 검찰에 출입하게 되었을 때 그를 둘러싸고 있는 여러 가지 구조와 조건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또는 어쩔 수 없이 친검 성향의 기사를 쓸 수밖에 없도록 강요하는 측면이 있더라”

박영흠 협성대학교 미디어영상광고학과 초빙교수는 19일 방송된 KBS <저널리즘 토크쇼J>에서 법조 출입 기자들을 심층 인터뷰한 연구결과를 소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박 교수는 “친검 성향의 기사를 쓸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환경과 구조가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총 18명의 현재 법조를 출입하고 있거나 과거에 법조에 출입한 적이 있는 기자들을 인터뷰했다”고 소개했다.

박 교수는 지난달 ‘법조 뉴스 생산 관행 연구-관행의 형성 요인과 실천적 해법’이란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만 1년에서 15년까지 법조 출입 경력을 지닌 18명의 방송·신문·인터넷 매체 기자들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해 내놓은 결과물이다.

KBS1TV <저널리즘토크쇼J>에 출연한 박영흠 교수 (사진=KBS)

법조 출입 기자들이 스스로 말하는 관행

인터뷰에 응한 법조 출입 기자들은 ‘피의사실 보도는 정당한가’란 질문에 대부분 비판적인 입장인 동시에 수사에 대한 보도를 아예 하지 않을 수는 없다는 의견을 가지고 있었다. 이들은 언론의 과도한 피의사실 보도 경쟁에 강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으며, 단계별 수사 중계 보도에 부정적이었다.

‘검찰의 관점에서 사건을 보도한다’는 지적에는 기자들의 입장이 극명하게 갈렸다. 대부분은 검찰의 말에 신뢰하며 일방적인 권위를 부여하고, 검사와 피의자를 당사자나 대등한 관계로 인식하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고 답했다.

박 교수는 “인터뷰했던 기자들 중 많은 이들이 ‘검찰은 진실만을 말하는 조직이라는 인식을 은연중에 가지고 있었다’고 고백했다”며 “기본적으로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에 생기는 측면이 있다. 법조라는 곳이 폐쇄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 데다 다른 어떤 취재처보다 정보를 독점하고 있어 언론이 종속적 을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가 있다”고 말했다.

기자 일부는 공직자인 검사는 기자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헛된 신뢰 때문에 크로스 체크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자성의 목소리를 낸 반면, 법률 집행자인 검찰의 수사에 더 많은 신뢰와 비중을 부여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비슷했다. 

‘KBS-김경록PB 인터뷰’ 논란에서 표출됐듯 ‘검찰에 최종 확인을 거쳐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기자들은 ‘강제수사 권한’이 있는 검찰에 확인하는 과정은 불가피하고, 생략할 경우 오보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답했다.

또한 기자 대다수는 피의자 측에 크로스 체크를 하는 취재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수사 단계에서 피의자는 검찰의 눈치를 보거나 확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아 기자가 접촉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나중에 재판 가게 되면 얘기하겠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기사 작성에 있어 ‘수사 과정에 대한 사실 확인이 충분했냐’는 질문에는 '기사에는 전망과 해석을 붙여야 한다'는 의견과 '팩트 하나를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하는 출입처'라는 시각이 엇갈렸다. 다만 확실하지 않아도 소위 ‘지르는’ 기사가 많다는 데에는 상당수가 동의했다. ‘알려졌다’ ‘전해졌다’, ‘의혹이 제기됐다’식의 기사 작성 문법이 굳어지다 보니 무책임한 보도가 남발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한 신문사 기자는 “검찰 수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보는 피해 당사자가 수사를 받는 피의자이기 때문에 명예훼손 소송을 내는 경우가 많지 않고, 따라서 오보에 따르는 위험성이 덜하다는 판단도 작용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관행이 유지되는 이유는 '언론사 조직 영향'

박영흠 교수는 이러한 관행이 작동하는 데는 개별 기자보다 조직의 영향이 컸다고 분석했다. 상당수의 기자는 왜곡된 관행을 무비판적으로 따르게 만드는 원인으로 ‘지나치게 과중한 기사 생산 부담’을 꼽았다.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면 기자가 발제를 하지 않아도 지면이 잡혀 무리한 기사를 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2009년 경향신문 법조기자로 대검 출입할 당시 기억을 더듬어보면 아침마다 지면 계획이 나오는데 1면부터 3면, 4면이 다 비어있다. 태평양 같은 지면을 두 세 명의 검찰 출입 기자들이 하루종일 취재하고 작성해서 메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 교수는 “취재할 시간이 없어 검찰 브리핑을 받아쓴 다음 추가적인 검증 없이 단순히 물리적으로 기사를 집필하는 데만도 마감 시간이 다 된다"며 "저녁 시간 때가 되면 경쟁 언론사에서 단독 뉴스들을 쏟아내고 이를 받아쓰고. 하루종일 쳇바퀴 굴러가듯이 강도 높은 노동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보면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고 왜 하고 있는가에 대한 고민과 성찰을 할 수 있는 조금의 여유도 없다”고 했다.

과도한 단독 경쟁 역시 조직이 부추기는 측면이 컸고, 이로 인해 기자들은 ‘낙종’에 대한 두려움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조직이 기자에게 단독을 요구하는 이유는 ‘클릭수’, 즉 경제젹 요인이 꼽혔다. 검찰 수사 속보는 포털에서 클릭이 많이 이뤄지기에 언론사의 수익 창출에 직접적으로 기여한다는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해결책은? 법원 중심 보도, 투명한 정보 공개, 사건 기자 제도

박 교수는 해결책 중 하나로 ‘법원 중심의 보도’를 제안했으나 수용자들의 관심이 저조하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일례로 KBS ‘법원의 시간‘, 경향신문 ’대법원 사법농단 보도’, 또 서울신문, 한겨레 등에서 사법농단이 시작된 단계부터 추적해오고 공판을 보도하고 있으나 어려운 용어에 소재가 재미없다는 이유로 수용자들의 관심이 저조하다.

인터뷰에 참여한 기자들은 한국 법조 영역의 폐쇄적 정보 관리 양태를 비판하며 ‘투명한 사법 정보 공개’를 촉구했다. 한 기자는 “정보 공개 범위가 확대된다면, 술자리에서 취재원들과 어울리며 ‘한마디 듣고’ 특종을 하는 기자들 대신 방대한 기록과 자료들을 수집·분석하며 집요하게 공부하는 기자가 특종을 하며 높은 평가를 받는 방식으로 ‘유능한 기자’의 기준도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취재 인력 보강과 재배치, 출입처 제도의 혁신 등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저널리즘 토크쇼J>에서 박 교수가 소개한 대안은 ‘사건 기자 제도’였다. 박 교수는 “하나의 사건이 발생했을 때 그 사건이 발생한 시점부터 종료되는 시점까지 그 이슈의 생애주기 전체를 기자가 따라가면서 계속 담당하는 제도”라며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을 때 지금의 방식은 참사 현장에 막내 기자들이 가고, 사건이 경찰로 가면 경찰 출입기자들이, 검찰에 가면 검찰 출입기자들이, 재판에 가면 법원 출입 기자들이 담당하는 방식인데 한 명의 기자가 참사 현장에서부터 끝까지 취재하고 보도를 하면 심층적이고 전문적인 보도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대로 법조 출입 시스템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터뷰하고 논문 쓰는 과정에서 만났던 기자들 대부분은 '바뀌어야 하지만 가능성은 별로 없을 것 같다'는 회의적인 생각을 하는 이들이 많았다”며 “아무리 비현실적으로 보인다고 하더라도 이대로 방치하는 건 언론이 공멸로 갈 수밖에 없는 길이기에 굉장히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대안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법원과 언론사의 변화 외에 뉴스 수용자들에게도 변화를 당부했다. 박 교수는 “관행에 대한 비판은 보수와 진보라고 하는 진영을 가리지 않고 제기돼야 한다”고 했다. 법조 출입 기자들은 조국 사건 보도 때와 국정농단 보도 때 똑같이 검찰 수사를 중계하고 피의 사실 보도를 했는데 때에 따라 선과 악으로 규정된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박 교수는 “한국사회에 정파적 대립과 진영 논리가 워낙 심화되다 보니 이런 문제도 발생하는 것인데 시민들도 내가 지지하는 정파에 유리한가, 불리한가에 대한 계산보다는 언제나 같은 원칙과 기준에 따라 판단하고 관행을 비판해야 언론이 실질적으로 변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혜인 기자  key_main@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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