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가 KBS 수신료 인상 필요성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은 한 위원장 연임 시 5기 방통위에서 수신료 인상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논의해달라고 주문했고, 한 위원장은 "공영방송 재원구조 문제를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야 한다"며 동의를 표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소속인 우 의원은 20일 방통위원장 인사청문회에서 "수신료 인상으로 인해 여유가 생기는 방송광고 여유분을 타 방송매체로 이전시키는 시장 선순환을 만들지 않고서는 지상파 위기의 극복은 굉장히 어려워진다"며 "기존에 지상파 공영성 강화하기 위해 했던 여러 규제와 재원구조 흐름을 바꾸지 않고서는 KBS, MBC 뿐만 아니라 SO, IPTV에 이르기까지 전체 사슬구조가 10년 안에 무너질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가 2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우 의원은 "방송산업의 전체적 흐름이 OTT, 넷플릭스 등으로 다 넘어가고 있다. 다 넘어갔을 때 국내 방송사는 과연 어떻게 존재할 수 있겠느냐"며 "수신료 인상, 지상파 중간광고 신설 등 그동안 머뭇거려왔던 이슈들을 꺼내야 한다. 산업계 전체의 토론과 새로운 딜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 의원은 한 후보자에게 "재임되면 이 문제를 최우선과제로 다뤄달라"고 했다.

이에 한 후보자는 "그렇게 하겠다"며 "현재 광고를 비롯해 몇 가지 규제완화만 가지고는 지상파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불가능하다. 근본적으로 공영방송 재원구조를 다시 생각해야 하는 상황이 왔다"고 답했다.

우 의원은 "지난 4~5년 간 방송산업 매출을 점검해보니 지상파 뿐만 아니라 SO, IPTV까지 적자상황이 심각하거나 영업이익이 급락하는 상황"이라며 "우리가 '매체 간 균형발전'이라는 원칙아래 2000년 통합방송법을 만들 때에는 지상파에 공영성을 강제하면서 신생매체를 활성화하는 게 목표였다면, 지금 상황은 가장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는 게 지상파"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 의원은 "그러면 매체 간 균형발전 정책의 주안점이 뉴미디어 활성화에서, 지상파 쪽으로 정책 우선순위를 바꿔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지상파는 한해 수백억 적자가 발생하고 지금 땅 팔아서 메꾸고 있다. 기간방송, 공영방송이 무너져 가서야 프로그램 생산기지로서의 존재가치인 공적프로그램 품질 등이 떨어져 시청자 피해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우려를 표했다. 우 의원은 "이 문제에 대해 우리 위원회에서 심도있게 전적으로 논의하지 않으면 안된다. 방송사 다 무너지고 나면 무슨 소용이 있나"라며 과방위 차원의 논의를 촉구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이 20일 방통위원장 인사청문회에서 질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KBS는 지난 1일 '경영혁신안'을 발표하면서 '수신료 현실화' 추진을 선언했다. 양승동 KBS 사장은 "KBS가 국가기간방송이자 공영방송이 되려면 수신료 재원이 전체 재원의 70% 이상이 되어야 하지만 현재 45% 전후에 머물고 있다"며 "하반기 수신료 현실화 추진단을 출범시켜 40년째 동결된 수신료를 올리는 데 힘써보겠다"고 밝혔다.

박성제 MBC 사장은 지난 5월 7일 한국방송학회 웹 콜로키움에 참석해 "앞으로 MBC가 공영방송으로서 역할에 충실할테니 제도적 모순과 한계를 개선해달라"며 방송법의 전면 개정 필요성과 공영방송 재원 현실화를 강조, 사실상 MBC에 대한 수신료 지원을 언급했다.

지난 9일 EBS 후원으로 열린 언론3학회(한국방송학회·한국언론학회·한국언론정보학회) 주최 세미나에서는 EBS의 수신료 배분 비율을 기존 3%에서 최대 20%까지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달 방통위가 공개한 '2019 회계연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에 따르면 지상파는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전체 방송사업자의 영업이익은 2018년도 대비 2222억원 감소한 2조 6021억원이다. IPTV는 3215억원 감소한 1조 5580억원, PP는 1844억원 증가한 8213억원, SO는 705억원 감소한 2400억원, CP는 263억원 감소한 1302억원, 위성은 17억원 증가한 650억원, 지상파는 97억원 이익이 증가한 -2140억원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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