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상하이 세계수영선수권은 '마린보이' 박태환이 완벽하게 부활했다는 것을 확인시켜준 무대였습니다. 지난해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통해 명예 회복에 성공했던 박태환은 세계 대회인 이번 대회를 통해 자유형 중거리 뿐 아니라 단거리에서도 새로운 가능성을 보이면서 앞으로의 전망을 밝혔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박태환이 보여준 것은 대단했습니다. 턴동작과 돌핀킥, 그리고 막판 집중력 등 경기력, 기술 거의 모든 면에서 이전보다 한층 진보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여기에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결선 1번 레인에서 라이벌 선수들을 모두 따돌리고 자유형 400m에서 세계 최강자다운 면모를 보여줬을 때는 그야말로 압권이었습니다. 그밖에도 비록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어도 자유형 200m에서 보여준 포기하지 않는 뒷심, 그리고 자유형 100m에서의 선전 등은 충분히 박태환의 저력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엿볼 수 있는 순간이었습니다. 전체적으로 100점 만점에 80-90점을 줄만했습니다.

▲ 2011 국제수영연맹(FINA)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400m 자유형 결선에서 박태환이 1레인의 불리한 조건을 넘어 1등을 차지한 후 관중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제 박태환에게 남은 것은 딱 1년 앞으로 다가온 2012 런던올림픽입니다. 이 대회는 박태환이 '마지막 올림픽'이라고 이야기했던 대회이기도 합니다. 때문에 박태환은 오로지 이 대회에온 힘을 집중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를 위해 지금까지 했던 것보다 더 고된 훈련과 연습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 달 정도 휴식을 취한 뒤 런던올림픽을 위해 전력을 다하려 하는 이유도 올림픽이라는 더 큰 목표가 남아있기에 그랬습니다.

이 대회에서 박태환이 이뤄야 하는 것은 바로 '올림픽 2연패'와 '세계신기록 작성'입니다. 0.1초 차이로 순위가 판가름 나는 수영에서 오랫동안 수위를 지키는 것은 솔직히 어려운 일입니다. 그것도 4년이라는 결코 길지 않은 시간에 타이틀을 지키는 것은 더더욱 어렵습니다. 이미 박태환은 2008 베이징올림픽과 2009 로마 세계수영선수권을 통해 냉온탕을 오간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수영 올림픽 2연패는 정말 대단한 쾌거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박태환은 세계선수권에서의 좋은 성과를 바탕으로 런던올림픽에서도 또 한 번 정상을 꿈꾸고 있습니다. 중국의 쑨양, 독일의 파울 비더만, 프랑스의 야닉 야넬, 튀니지의 우사마 멜룰리 등 쟁쟁한 라이벌의 거센 도전이 예상되는 만큼 박태환은 더욱 이를 악물고 준비를 할 것입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쑨양, 야넬 같은 젊은 선수들의 기량이 확인된 만큼 박태환은 타이틀을 지켜내기 위한 레이스 운영, 경기력 향상에 초점을 맞추고 올림픽을 준비해 나갈 것입니다.

이것이 어느 정도 쌓였을 때 이번 세계선수권처럼 자신만의 레이스를 펼치고 즐기면서 경기를 하다보면 어느새 새로운 세계 기록을 작성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실제로 이번 대회에서 세계 기록 도전에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가졌던 박태환이었습니다만, 레인 배정의 불리함 때문에 아쉽게 기록 달성에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스피드, 체력 등이 모두 좋아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 역시 1년 동안 잘 준비한다면 3분 40초 07의 자유형 400m 세계 기록을 깨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아 보이는 게 사실입니다. 세계 최고 선수의 상징과도 같은 자유형 세계 기록은 박태환이 귀국 후 인터뷰에서도 욕심을 가질 정도로 올림픽 2연패와 더불어 이뤄 볼만한 가치가 있는 성과입니다.

이런 좋은 기록과 성과들을 통해 박태환은 한국 수영, 나아가 아시아 수영의 진정한 전설로 완벽하게 남아야 할 것입니다. 그동안 남자 자유형은 유럽, 북중미, 호주 등 서양 선수들이 독식해 왔습니다. 하지만 박태환을 통해 자유형에서 서양 선수들만 잘 한다는 개념은 완벽하게 깨졌습니다. 또 한 번의 올림픽에서 박태환이 다시 금메달을 따낸다면 서양 선수들이 자유형 종목에서 코웃음 치는 일은 더 이상 없을 것입니다. 기록 뿐 아니라 수영계 외적인 부분에서도 박태환의 런던올림픽 도전은 매우 중요하고 의미가 있습니다.

이미 많은 것을 이룬 그에게 또 한 번 너무 과한 짐을 지우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직은 힘이 넘치고 여전히 진화를 거듭하는 박태환이기에 더 큰 도전과 목표 의식에 대한 박수와 격려를 보낼 필요가 있습니다. 선수 생활 최전성기를 맞이할 기회를 잡은 박태환의 '위대한 도전'이 '위대한 승리'로 이어질 수 있기를, 많은 수영팬들은 벌써부터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국, 아시아를 넘어 세계 수영의 전설로 기억에 남는 박태환의 힘찬 역영은 이제 다시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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