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수 편집 논란에 대해서 김유곤PD가 편집은 당연한 것이라고 항변을 했다. 물론 제작PD의 전반적인 편집권한은 시청자라 할지라도 함부로 간섭할 것은 아니다. 한 언론이 인터뷰한 보도에 따르면 김유곤 PD의 생각은 무척 위험해 보였다. 시청자가 왕이라는 말은 다만 전시성 꾸밈말이고 진심은 PD가 왕이라는 생각을 드러낸 것은 아닌가 싶기도 했다. 가장 어처구니없던 발언은 “노래를 망치기 위함이 아니라 돋보이게 하기 위함”이라는 아전인수식 변명이었다.

나가수 편집 논란 이후 대부분의 사람들의 자우림은 물론이고 YB의 경우에도 편집된 부분이 정말 빠져서는 안 될 중요한 부분이라고 입을 모았으며, YB의 경우 중간 연주 부분이 오히려 YB의 예술성을 공감할 수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다시 말해 김유곤 PD가 말한 것처럼 “음악을 그대로 내보냈을 때는 지루한 감이 없지 않아 있다”는 말과는 정면으로 대립되는 것이다. 무엇이 맞는 걸일까?

또 PD는 “방송은 한정된 시간에 최적의 것을 내보내야 하는 제악이 있다. 노래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재미와 감동을 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 이해해 달라”고 했다. 정말 말처럼 노래를 해치지 않았다면 이해해 달라는 말을 하지 않아도 굳이 시비를 걸 일도 없다. 이 문제를 PD와 시청자 사이에서 갑론을박할 필요도 없다.

당사자인 김윤아도 서운하다는 표현을 썼으며 결정적으로 윤도현은 “음악의 본질을 다 잘라먹음”에 불만을 내비쳤다. 더 이상 무슨 말이 더 필요하단 말인가. 뮤지션 본인이 음악의 본질이 훼손당했다는데 PD 혼자서 노래를 해치지 않았다고 우기는 것이 마치 벌거숭이 임금님처럼 본 것을 말하지도 듣지도 말라는 것처럼 들린다.

또한 제한된 시간이라는 점도 그다지 설득력이 없다. 일곱 개의 노래 평균 런닝타임을 5분으로 잡아도 총 35분이다. 100분 중에 그 35분이 진짜고 나머지는 장식이다. PD가 말한 예능의 재미를 나머지 65분에 충분히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알짜배기 35분에서 덜어내서 써야 할 정도로 매니저 역할을 하는 개그맨들이 재미는 주는 것도 아니고, 제작진이 가장 심혈을 기울여서 망치는 마지막 16분이 좋다는 시청자는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짜증스러울 정도로 질질 끄는 순위 발표의 시간이야말로 편집의 기술을 발휘해야 할 지점일 것이다.

예능이고, 서바이벌이기 때문에 순위 발표를 끌어서 순간 시청률을 올리겠다는 의도를 모르는 바 아니지만 그것은 길게 보면 나가수 수명을 단축시키는 일이다. 그런 식으로 누가 몇 위를 하고, 누가 탈락을 하는 것에 관심이 집중되면 결국 본방 사수할 이유가 없어진다. 본방 시간대에는 1박2일을 보다가 후에 포털만 확인하면 그만인 프로그램으로 전락하길 바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제작진이 가장 꺼려야 할 방향으로 편집을 해놓고는 당연하다는 말을 하는 것은 참 대책 없이 용감하기만 한 것이다.

정 그렇게 나온다면 시청자 입장에서도 치사한 말을 좀 해야겠다. 제작진이 가수들의 노래를 자르면 안 되는 이유는 문자 투표에도 있다. 나가수에서는 매주 문자 집계를 공개하고 있지 않고 있지만 분명한 것은 누군가는 투표를 하고 있고, 방송 내내 투표하라고 화면 상단에 자막을 고정시켜 놓고 있다. 그렇다면 시청자 입장에서 가수들의 무대를 청중평가단이 보는 것과 다르지 않은 노래 전부를 들을 권리가 있다.

현장의 평가단이건, 집에서 보는 시청자 건 어떤 평가나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일부가 아닌 전체를 놓고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겠는가. 편집한 노래를 들려주고 1위를 맞추라는 것은 문제지 일부만 보여주고 답을 쓰라고는 격이다.

물론 방송이 끝난 후 다음 포털에서 무편집 영상을 접할 수 있지만 문자투표는 다음날 하는 것이 아니라 방송 중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정히 가수들 노래를 제작진의 판단 하에 재미를 위해서 잘라야 한다면 문자투표를 폐지하거나 아니면 단서를 붙여야 할 것이다. ‘비록 제공되는 노래는 전부가 아니라 일부지만 운이 좋으면 스마트 티비를 탈 수 있다’고 말이다. 200원이라는 푼돈을 들여 정말 티비를 타기 위해 목매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티비를 보면서 느낀 자신의 평가가 현장 평가단과 맞는지 맞춰보는 아주 소소한 재미가 대부분의 동기일 것이다.

판단하기에 부족한 노래를 보여주면서 1위를 맞춰보라고 하는 것은 일종의 대국민 사기나 다름없는 일이 아닐까? 대관절 가수도 시청자도 모두 불만이라는데 PD들만 만족하면 그만이라는 투는 소통을 거부하는 자세로 보인다. 나가수에 PD산성을 세우려 들지 말라.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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