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K리그는 '축제 한마당'인 올스타전을 치르지 못하게 됐습니다. K리그 뿌리를 뒤흔들기까지 한 승부조작 사태의 영향으로, 올스타전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대신 K리그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끝까지 사랑해준 팬들에 보답하고, 리그를 치르면서 돌아보지 못했던 어려운 이웃들을 돕기 위해 '사랑나눔 릴레이' 행사를 열어 올스타전 기간에 의미있는 시간을 보내게 됐습니다. 16개 각 구단은 연고 지역에서 사회 공헌, 봉사 활동을 하며 이웃과 소중한 시간을 갖고, K리그 올스타는 올스타전 대신 '사랑나눔 클리닉'이라는 이름으로 자선 행사를 열어 바로 오늘(1일 오후), 파주 NFC(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에서 중증 뇌성마비 장애우로 구성된 곰두리 축구단과 의미 있는 축구 재능 기부 행사를 갖게 됩니다. 지난해 어린 꿈나무들을 대상으로 '드림 클리닉'을 연데 이어 올해는 장애우 축구팀을 초청해 축구라는 울타리 안에서 마음을 나누는 뜻 깊은 시간을 갖게 됐습니다.

▲ 복지시설을 찾아 봉사활동을 한 경남 FC 김병지와 선수들 (사진= 경남 FC)
예전과 같은 올스타전 경기는 아니어도 그동안 돌아보지 못했던 이웃에 더 가까이 다가가는 이번 행사는 선수들이나 관계자, 그리고 팬들에게 일반 경기 이상의 큰 의미로 다가올 것입니다. 경기장에서만 볼 수 있었던 K리그 선수들을 우리 이웃 동네에서, 또는 공원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면 그만큼 일반 팬들 입장에서는 색다르게 여겨질 것입니다. 특히 K리그, 축구를 제대로 접할 기회가 없던 이웃에게 더없이 좋은 추억을 선사하면서 '더욱 친근한 K리그'가 되는 데도 큰 도움을 얻을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서는 지역 사회에 공헌함으로써 구단과 지역 간의 연고 의식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행사 자체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이도 있기는 합니다. 올스타전 대신 열린 이번 사회 활동, 행사가 승부조작에 대한 후폭풍 때문에 열리게 된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그래서 진정성이 떨어진다는 말도 나옵니다. 이번 사랑나눔 릴레이 행사 한 번으로 지금까지 있었던 승부조작에 대한 죄값을 다 치렀다고 하면 문제가 있다고 보기도 했습니다.

이번 사랑나눔 릴레이가 아니어도 K리그 각 구단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은 봉사 활동을 해 왔습니다. 강원 FC는 꾸준한 봉사 활동으로 지역민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가는 노력을 자주 보인 대표적인 팀입니다. 농촌 봉사 활동을 비롯해 집짓기, 보육시설 방문 등 다양한 봉사활동은 지역팬, 특히 어르신팬들의 전폭적인 사랑을 받는 계기로 이어졌습니다. 또 부산 아이파크는 안익수 감독이 부임한 직후, 공식 행사로 경기장 인근 재활원을 찾아 축구 클리닉, 대청소 등의 봉사활동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밖에 대구 FC는 매달 2-3차례 지역민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실시하고 있으며, 포항 스틸러스도 꾸준한 봉사활동으로 지역 팬들의 호응을 얻었습니다. 대다수의 구단들도 역시 크고 작게 봉사활동, 지역 사회 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처럼 K리그 구단들은 조용히 기부, 자선, 봉사 활동을 펼쳐 왔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K리그 전 구단이 참여하는 '사랑나눔 릴레이'는 흐뭇한 소식이었으며, 오히려 경기 결과, 소식만큼이나 더 많이 알려져야 함이 마땅했다고 봅니다. 하지만 승부 조작 여파에다 올스타전이 아니라는 이유 때문인지 다른 이슈에 묻히기만 한 것은 안타까울 뿐이었습니다. 꼭 화려한 조명이 있고, 명성이 자자한 선수들만이 나와야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하는 순간이었습니다.

K리그의 '사랑나눔 릴레이'는 지난달 28일, 울산 현대를 시작으로 순조롭게 이어지고 있으며, 오늘 오후에는 K리그 올스타들의 '사랑나눔 클리닉'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승부조작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일'이 있기는 해도 K리그는 꾸준하게 팬들의 사랑을 받기 위해 진정성 있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채찍질을 할 때는 가차 없이 하더라도 그런 노력에 대해서는 박수를 쳐주고 용기를 불어 넣어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K리그가 더욱 거듭나고, 한국 축구가 발전하며, 지역 사회 발전에도 진정으로 기여할 수 있는 계기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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