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상하이 세계수영선수권은 한국 수영에 많은 기억을 안겨 준 대회로 남았습니다. '마린보이' 박태환(단국대)이 남자 자유형 400m에서 4년 만에 우승한 데 이어 자유형 200m에서도 4위에 오르는 등 2년 전 로마 세계수영선수권의 아픔을 씻고 완벽하게 부활한 대회가 바로 이번 상하이 대회였습니다. 그리고 박태환의 쾌거만큼이나 기분 좋은 소식도 많았습니다. 남자 평영 200m에서 최규웅(한국체대)이 결선에 올랐고, 여자 평영 200m 백수연(강원도청), 여자 접영 200m 최혜라(전북체육회)가 준결승까지 올라 새로운 희망을 보였습니다. 지난 로마 세계수영선수권을 비롯해 이전 세계 대회에서 거의 모든 선수들이 예선 탈락해 고개를 떨궜던 것과는 확실히 눈에 띄게 진보한 것입니다.

그동안 한국 수영은 세계는 물론 아시아에서도 명함을 내밀지 못했습니다. 지난 2009년 동아시안게임에서는 단 한 개의 금메달도 따내지 못해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했습니다. 중국, 일본이 양 강 체제를 구축하며 거침없이 떠오르고 있는 사이 박태환 한 명에 의존했던 한국 수영은 좀처럼 떠오를 기미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물론 한국 신기록이 연달아 쏟아지고, 선수들의 기량이 향상되기는 했지만 국제 대회만 나가면 이상하게 작아지는 한국 수영의 현실은 냉혹하기만 했습니다.

▲ 백수연-최규웅 ⓒ연합뉴스
하지만 2010년을 계기로 한국 수영은 전환점을 맞으며 다시 떠올랐습니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4개, 은메달 3개, 동메달 6개를 따내며 역대 아시안게임에서 가장 많은 금메달을 따냈습니다. 1년간 부진했던 박태환이 3관왕에 올랐고, 여자 수영 간판 정다래가 여자 평영 2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으며, 그 밖에도 9개의 한국 신기록이 쏟아져 한층 향상된 전력을 과시했습니다. 물론 중국, 일본에 비해 메달 숫자가 여전히 적기는 했지만 선수들의 기록, 기량, 심리적인 면 등 모든 면에서 이전보다는 확실히 나아졌다는 평가를 할 만했습니다. 앞으로 이어질 국제 대회들이 더욱 기대됐습니다.

그리고 2011년 중국 상하이에서 한국 수영은 분명히 더 눈에 띄는 진보를 이뤘습니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깜짝 은메달을 따냈던 최규웅은 준결승에서 2분 11초 27로 한국신기록을 세우며 결선에 오른 데 이어 결선에서도 2분 11초 17로 다시 한국신기록을 세우며 '세계 7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0.01초를 앞당기는 것도 힘든 수영에서 하루 만에 0.1초를 앞당기는 놀라운 저력을 발휘한 최규웅은 이번 대회가 낳은 한국 수영의 스타였습니다. 또한 결선까지 아쉽게 오르지는 못했어도 여자 접영 최혜라, 여자 평영 백수연이 좋은 성적으로 준결승까지 올라 지난 로마 세계선수권 여자 평영 정다래에 이어 2회 연속 준결승에 오르는 여자 선수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백수연은 정다래의 그늘에 가려 평영 강자로서의 빛을 발하지 못했지만 이번 대회를 계기로 정다래와 '건전한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면서 떠오를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최규웅, 최혜라, 백수연 등 결선, 준결승에 진출한 선수들이 모두 20-21살의 어린 선수들이라는 점입니다. 국내 1-2인자로 꼽히는 이 선수들이 여전히 더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많은 가운데서 세계 대회에서 좋은 성과를 낸 것은 분명히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박태환의 세계 제패를 시작해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젊은 선수들이 잇달아 나온다면 한국 수영에도 세계 실력에 버금가는 많은 선수들이 잇달아 배출되지 않을까 기대되는 측면이 많습니다. 이른바 '박태환 효과'가 서서히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했고, 이번 세계선수권을 계기로 그 가능성을 크게 살리게 된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세계수영선수권에서 한국 수영의 선전은 충분히 의미가 있고, 긍정적인 일이었습니다. 기대주가 없다며 발을 동동 굴렸던 한국 수영은 이번 대회를 계기로 자신감을 갖고 세계무대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이번 대회를 계기로 수영에서도 더 좋은 선수들이 많이 나와 박태환급 선수가 더 많아지고, 세계적인 선수들과 자웅을 겨루는 한국 선수들의 장면을 많이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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