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권진경] 미국 폭스뉴스 미투(#MeToo) 사건을 다룬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이하 <밤쉘>)이 10만 관객을 목전에 두며 흥행 열기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지난 11일 임현주 MBC 아나운서와 함께한 <밤쉘> 스페셜 토크 또한 화제다.

11일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된 <밤쉘> 스페셜 토크에서는 영화뿐만 아니라 실제 우리 주변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권력형 성폭력 사건과 미디어 속 성차별적 문화에 관한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갔다.

먼저 진행을 맡은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가 <밤쉘>이라는 제목의 ‘폭탄선언’과 ‘매력적인 금발 미녀’라는 두 가지 의미를 소개하며 “부당한 것을 고발하고 권리를 되찾으려는 목소리가 진정한 ‘밤쉘’의 시작이었다고 할 수 있다. 외적으로는 과거 할리우드에서 대표적인 ‘밤쉘’로 소비됐던 여배우들이 할리우드가 자신에게 입힌 틀을 거부하고 이런 작품에 출연했다는 의미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라며 “또렷하고 파괴적인 제목”이라는 의견을 덧붙였다.

'팀 밤쉘’ 스페셜 포스터

임현주 아나운서는 영화 소감에 대해 “일단 이 주연배우들이 이 영화를 선택했다면 충분히 볼 만한 영화겠다는 기대감을 안고 봤었고, 영화를 보면서는 정말 많이 깜짝 놀랐다”라고 밝히며, “나만의 이야기가 아니구나, 단지 한국의 이야기가 아니라 어디에서나 보편적으로 일어나는 이야기구나 하는 공감을 많이 느꼈고, 어떤 점에서는 같이 화가 났고 또 많이 위안도 받았다”라고 전했다.

임현주 아나운서는 ‘메긴’(샤를리즈 테론), ‘그레천’(니콜 키드먼), ‘케일라’(마고 로비) 세 주인공 모두에게 감정 이입을 했다고 덧붙이며 인물 하나하나에 대한 공감 포인트를 짚었다. 먼저 ‘케일라’에 대해, “‘케일라’는 어떻게 보면 순수한 열정을 갖고 있는 인물이다. 아나운서를 꿈꾸기 시작했을 때 방송국에 입사하기 전 굉장히 열정 넘치는, 순수한, 어떤 것들이 날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는, 그런 인물이라는 점에서 공감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레천’은 소위 미인대회에도 나가고 수석 졸업도 하고, 그렇게 항상 자기가 원하는 대로 노력해서 무언가를 다 이루어왔는데, 방송국에서는 어느 순간 유리천장을 느낀다”라며, “내가 더이상 선택할 수 없고 선택 받아야 하는 입장, 저도 그걸 굉장히 많이 느꼈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나중에 결국 용기를 낸 인물이라는 점에서 인상 깊었다”라는 감상을 남겼다.

‘메긴’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면 저보다 한 세대 조금 위의 모습, 혹은 현재 저의 모습이 많이 오버랩이 됐다”라며 “억울한 상황을 말할 수 있는 환경도 아니었고 수단도 없었고, 그래서 결국에는 거기에 적응해 나가야 했던 인물이었고, 그랬기 때문에 그 자리에 올라갈 수 있었고, 그 자리에 올라가 힘을 갖게 됐을 때 그 힘을 사용한 것에 대해 많은 감정 이입과 공감을 했다”라고 더했다.

영화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 스페셜 토크 현장

권력형 성폭력 문제를 다룬 <밤쉘>은 영화 속에서 ‘로저 에일스’(존 리스고)의 대사로 “TV는 시각매체”라는 대사가 등장한다. 이에 대해 임현주 아나운서는 “나에게 기대하는 게 아름다움과 젊음이라는 생각 때문에 늘 다이어트에 시달렸고, 항상 작은 옷 사이즈에 저를 맞췄던 것 같다. 그 시간이 너무너무 힘들었다. 옷이 안 맞거나 옷을 잘 소화하지 못하면 다 내 탓이구나 자책도 많이 했었고, 그런 일련의 과정을 거쳐서 언제부턴가 더이상 나는 그런 역할을 감당하고 싶지 않다, 나도 내가 가진 어떤 힘을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진짜 많이 했다”라고 영화와 맞닿아 있는 자신의 경험을 공유했다. 이어, “더이상 성적 대상화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하나하나 시도하며 조금씩 제 나름대로의 자리를 찾아갔던 것 같다. 지금 제가 입고 있는 옷이 굉장히 편한데, 평소 방송도 이런 착장으로 하게 됐고. 그런 변화들이 조금씩 조금씩 쌓여 가면서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아직도 갈 길은 많이 멀다”라는 말로 관객들의 큰 환호와 박수를 이끌어냈다.

또 임현주 아나운서는 영화를 보며 공감했던 여러 지점에 대해 공유했다. 영화 속에서 “군인들은 왜 같은 옷을 입을까요? 언제든 대체당할 수 있다는 뜻이죠. 난 대체당하는 거 사양이에요”라는 ‘그레천’의 대사를 언급하며, “대체될 수 있는 존재라는 것, 아나운서 초반 몇 년간 굉장히 저를 많이 지배했던 생각이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선택을 받아야 하고 그 안에서도 수동적인 역할을 해야 되는 게 답답했다. 그런데 거기에 제가 순응하고 싶진 않았다”라며, “아나운서로서의 역할을 찾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대체재가 되지 않기 위해 열심히 살고 있다. 방송뿐 아니라 관심사, 취미, 능력들을 발현하면서 안팎으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영화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 스틸 이미지

한편,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는 ‘로저’의 회장실에 들어간 ‘케일라’가 뜻밖의 상황을 겪고 혼란에 빠지는 장면에 대해 “‘케일라’가 무력하게 당하고 있는 상황을 삭제하기를 고심했던 건 오히려 제이 로치 감독과 찰스 랜돌프 각본가였다”라고 설명하며, “하지만 이 장면을 넣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던 것이 제작자인 샤를리즈 테론이다. 이 장면에 대해 절대 프레임을 건드리지 말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이 경험은 마치 관객이 경험하는 것처럼 그들을 꿰뚫는 것이기에 아주 중요한 경험’이라는 말을 샤를리즈 테론이 했다. 믿기지 않지만 실제로 많은 남성 관객들이 이 장면을 보고 여성들이 커리어를 지키기 위해서 저렇게 폭력까지 감수해야 하는지 몰랐다는 놀라운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도 이 장면은 굉장히 유의미하다”라고 밝혔다. 또, 매체에서 강조되는 ‘피해자다움’을 벗어나 모든 피해자가 모든 면에서 무결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연대라는 게 쉽게 그려지지 않는 점을 인상 깊은 부분으로 꼽았다.

마지막으로 임현주 아나운서는 “갑자기 누가 ‘그래 바꿔 줄게’ 해서 변한 건 하나도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조금씩 역할을 해냈기 때문에 우리가 지금 이 삶을 살아오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 감사함을 느끼고 있고, 나도 그 역할을 조금이나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게 우선되어서 그 역할을 해야겠다기보다 사실은 나를 위해서, 내가 그렇게 살아가고 싶으니까, 라는 측면이다. 그리고 또 함께했을 때 응원이 중요한 것 같다. 함께 가야 멀리 갈 수 있다는 말에 공감을 하고 있다”라고 영화의 메시지를 폭넓게 이야기했다. 여기에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는 “<밤쉘>을 통해서 연대의 힘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라는 말로 1시간을 꽉 채운 이날의 행사를 마무리했다.

관객들에게 강력 추천 열풍을 불러일으키며 폭발적 입소문을 이어가고 있는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은 전국 극장에서 절찬 상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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