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일부 초선 의원과 당내 부대변인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미디어 소통학교'(약칭 '미소학교') 첫 강연자로 윤정호 TV조선 시사제작국장을 부른 것에 대해 "개혁정신을 잊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TV조선 '시사쇼, 이것이 정치다'의 진행자인 윤 국장은 2018년 6.13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참 끔찍하다"고 말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행정지도를 받은 바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12일 <민주당 압승 "끔찍하다" 발언한 TV조선 앵커 불러다 교육? 더불어민주당 개혁정신 어디로 갔는가>라는 제목의 논평을 냈다.

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들이 9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미디어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한 미디어 소통학교인 '미소학교'에 참석, 윤정호 TV조선 시사제작국장의 강의를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언련은 "방송에서 공정성과 균형성을 잃고 민심의 선택을 '끔찍하다'고 폄훼한 이를 불러다 '미디어 소통'을 교육한다는 게 공당의 역할에 어울리는 일인가"라며 "그런 TV조선 간부를 초빙해 민주당이 위기관리 및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한 수 가르쳐 달라며 교육을 했다니 참으로 어이가 없다"고 질타했다.

민주당은 9일 지상파, 종합편성채널 시사프로그램에 대한 당 대응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취지 아래 패널 육성을 위한 '미소학교'를 개강했다. 1강 '정치인의 커뮤니케이션', 2강 '대중을 사로잡는 스피치 기법', 3강 '대중을 설득하는 토론 기법', 4강 '대중이 공감하는 인터뷰 기법', 5강 '실전훈련, 토론의 달인' 등 5주 과정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1강 '정치인의 커뮤니케이션'에 윤 국장이 강사로 나서 '달라진 미디어 환경과 미디어 정치'를 주제로 강의했다.

윤 국장은 2018년 6.13 지방선거 직후 TV조선 '이것이 정치다'에서 민주당이 압승한 선거 결과표를 보고 "참 끔찍하죠? 어떤 의미에서는"이라고 발언했다. 해당 발언이 나온 직후 패널들이 말을 잇지 못해 5초간 정적이 흐르는 방송사고가 났다. 패널들의 과도한 주장이나 막말 등을 수습해야할 진행자가 편파적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셈이다. 이를 방통심의위가 심의하자 당시 윤 국장은 "'자유한국당 입장에서'라는 게 전제되어 있다"며 "내 개인적 입장은 절대 들어가지 않았다"고 강변,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윤 국장과 TV조선측은 허위진술로 가중제재를 받았다. 해당 방송분을 재방송, 인터넷 방송분에 삭제했느냐는 방통심위 위원 질의에 TV조선측은 발언에 문제가 없으므로 삭제하지 않았다고 답변했지만, 확인 결과 TV조선은 해당 방송분을 삭제했다. 윤 국장 발언이 부적절하다는 것을 TV조선측이 자인한 셈이다. 방통심의위는 제재수위를 상향해 행정지도인 '권고'를 결정했다.

2018년 6월 14일 TV조선 <이것이 정치다> 방송화면 갈무리. 이 방송에서 윤정호 앵커(TV조선 시사제작국장)은 6.13 지방선거 결과를 두고 "참 끔찍하다"고 말했다.

민언련은 "막말·편파·왜곡·오보·선정 방송으로 끊임없이 물의를 빚어온 데다 주식 부당거래 의혹 등 자본금 불법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된 TV조선 간부를, 그것도 방통심의위 행정지도까지 받은 인사에게 여당 국회의원과 당직자들이 무엇을 배울 수 있다는 건가"라며 "2009년 미디어법 날치기 통과를 규탄하고 종편 출연 금지를 당론으로 정했던 과거 '개혁정신'까지 잊었나"라고 반문했다. 민주당 전신인 민주통합당은 2009년 미디어법 통과 이후 '종편 출연금지'를 당론으로 정했다가 2013년 4월 1일 이 당론을 폐기했다.

이어 민언련은 '미소학교'의 취지에 대해 "종편 시사프로그램의 근본적 문제는 외면한 채 단편적인 정당 홍보만 생각한 한심한 처사"라고 평가했다.

민언련은 "종편 시사프로그램의 경우 다양화를 꾀하고 있다지만 전문가를 자처하는 패널이나 정당 이해 관계자들이 몰려나와 백화점식 논평을 하는 수준이 대부분"이라며 "방통심의위 법정제재와 행정지도의 주요 단골도 이들 종편 시사프로그램이다. 미디어 소통교육의 목적부터 다시 설정하라"고 민주당에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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