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프로그램에 누구를 세울지 말지는 분명한 제작진의 권한이다. 이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JYJ를 빼고 소녀시대와 f(x)를 방송에 출연시킨 것 또한 제작진의 부인할 수 없는 권한이다. 이것이 불합리하다고 느껴질 수는 있지만 제작진이 자신들의 고유권한을 사용한 이상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일이 잘못된 것은, 이미 JYJ가 출연한다는 사실이 대내외적으로 공개 됐고, 덕분에 수많은 팬들이 제주도를 직접 방문하기 위해 호텔을 예약하고 심지어는 비행기표까지 예약했었다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출연진의 변경은 JYJ팬들에게는 직접적인 손해를 입힐 개연성이 있었다. 그러므로 이 문제는 단순히 제작진의 권한을 보호해야 한다는 논점을 넘어설 수밖에 없다.

제작진은 JYJ를 보기 위해 실제로 비용을 지불하고 실질적인 손해를 입을 수 있었던 팬들에게, 그리고 그 방송을 기대하고 있었던 수많은 예비 시청자들에게 정당한 이유를 제시하고 사과해야 했고, 그렇게 되면 이번 일은 단순한 헤프닝으로 끝날 수도 있었다. 하지만 KBS의 졸렬한 변명은 JYJ의 출연자 교체에는 실제로 정당한 사유가 없었다는 자기변명으로 귀착되었다.

▲ 그룹 JYJ(김재중, 박유천, 김준수)가 지난 3일 태국 방콕 임팩트 아레나에서 'JYJ 월드투어 콘서트 2011'의 첫 공연을 펼치고 있다. 2011.4.5 <<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
'제주는 섬이기 때문에 대중문화에 대한 사람들의 욕구는 크지만 그 공급이 서울이나 다른 지방 대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빈약한 것이 사실이다'며 '소녀시대와 f(x)의 출연 가능 연락을 받고 이 프로그램이 대중 스타의 공연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것이 제작진의 판단이었다'고 말했으나 그렇다면 JYJ는 대중 스타가 아니라는 말인데 전혀 공감할 수 없는 이유이다.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어도 JYJ는 엄연한 대중스타이다. 대중적인 인기는 한국을 넘어 전 세계로 뻗어 있다. 그렇다면 꼭 JYJ가 아닌 소녀시대와 f(x)이어야 한다는 논리에는 개연성이 떨어진다. 누가 더 대중 스타인지는 기준에 따라 다르게 결정될 수밖에 없다.

'현재 유럽까지 진출해 있는 소녀시대와 f(x)는 세계7대 자연 경관에 도전 중인 제주를 전 세계에 알리는 데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이 따랐다'라는 해명 또한 설득력이 떨어진다. JYJ의 맴버인 김재중이 출연한 '보스를 지켜라' 제작 발표회에 팬들이 기부를 위한 쌀 화환을 보냈다. 그런데 이 화환을 보낸 팬들의 국가가 총 28개국이었고 여기에는 카타르, 라트비아, 우크라이나, 이탈리아 등 아시아를 넘어 유럽과 남미국가가 포함되어 있었다. 물론 JYJ가 이 정도의 인기를 가지고 있는지 몰랐다고 할 수도 있지만 이제 막 해외 활동을 시작한 소녀시대 f(x)와, 이미 몇 년 전부터 해외에서 꾸준히 활동해온 JYJ 중에서 누가 더 많은 팬층을 갖는지, 그게 아니면 적어도 JYJ의 인지도나 소녀시대, f(x)의 인지도가 큰 차이가 없을 거라는 정도의 예측은 누구든지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제작진은 구태여 소녀시대와 f(x)를 선택했다. 제주 7대 경관 홍보대사인 JYJ를 대신하는 무리수를 던지면서 말이다.

결국 제작진은 이를 통해 JYJ를 소녀시대나 f(x)보다는 떨어지는 그룹으로 만들어 버렸다. 물론 인지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이마저도 도대체 누가 누구보다 인지도가 많고 적은지를 명확하게 가려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JYJ는 KBS에 의해 어떤 가수보다는 좀 '떨어지는 그룹'으로 설정되어 버린 것이다.

마지막으로 '7월 16일 오전 9시께 JYJ측 소속사 팀장에게 전화로 상황을 얘기했고 정중히 사과했으며 양해를 부탁했다'고 하였으나 JYJ의 매니지먼트를 담당하는 씨제스 엔터테인먼트는 이번 일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한 상태이다.

이렇듯 KBS측의 주장은 설득력도 없고 진정성도 의심되는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실질적 손해를 입은 팬들은 분노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한국제품을 보이콧하겠다는 해외팬들은 더욱 분노할 것이 틀림없다. 제대로 된 어떠한 이유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한 많은 이들이 말할 수 없는 어떤 힘에 의해서 JYJ의 활동이 방해받고 있다는 의심을 사실로 생각하게 될 것이다. 실제로 그렇지 않더라도 말이다.

모든 것의 발전에는 공정함이 우선되어야 한다. 공정하지 않으면 썩어 들어가고 발전하지 못한다. 그러나 JYJ의 사태를 보면서 분명히 공정하지 못한 무언가가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한류는커녕 오히려 한류에 찬물을 끼얹는 이 같은 행위가 하루빨리 시정되어야 할 필요성이 느껴지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경제만 발전한다고 해서 선진국의 대접을 받을 순 없다. 경제와 함께 올바른 사회적 인식, 공정하고 깨끗한 의식이 함께해야 비로소 선진국의 대접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한류 열풍에 자랑스러워하기도 즐거워하기도 하지만 대한민국이 세계 문화의 중심권에 서기에는 아직 갈 길이 먼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중심권에 들어가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문화의 발전도 아니고 예술가들의 역량 향상도 아니라 올바른 사회적 인식과 공정하고 깨끗한 의식과 문화적 시스템을 갖춤으로써 일어날 수 있는 국격의 상승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문화칼럼니스트, 블로그 http://trjsee.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문화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화 예찬론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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