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에서 어떤 종목이든지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최고의 컨디션을 갖추기 위해 많은 연습과 훈련, 준비를 하는 것입니다. 제 아무리 좋은 기량을 갖고 있더라도 자주 다치고 경기에 뛰지 못한다면 그만큼 실력은 퇴보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스타급 잠재력을 갖췄다가 성인 무대에서 오히려 이렇다 할 빛을 발하지 못하며 평범한 선수로 전락한 경우는 많은 팬들을 안타깝게 하고, 선수 개인에게도 상당한 충격을 가져다주기도 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어렸을 때부터 연습, 훈련, 준비 운동을 하는 습관을 잘 기를 필요가 있습니다.

대다수의 운동부, 스포츠 클럽은 선수들이 원활하게 운동을 소화하고 경기를 뛸 수 있게끔 하기 위해 틀을 갖춰 준비 운동을 시키고, 훈련 프로그램을 짜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일부는 선수 개인 맞춤형으로 훈련 프로그램을 짜서 선수의 능력을 극대화시키기도 합니다. 확실히 예전에 비해서는 이런 부분들이 체계적으로 잘 갖춰져 있고, 점점 더 다양화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는 유소년 축구 클럽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되고 있습니다. 축구 역시 전후반 90분을 뛰기 위해 탄탄한 체력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이는 평소 준비, 훈련을 통해 쌓아야 하는 부분입니다. 그러나 유소년 축구의 특성상 시간이 있을 때에만 틈틈이 준비하고 연습해야 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각 유소년 클럽은 최소한의 시간에서 최대한의 효율을 끌어내 선수의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다양한 훈련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능력, 실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어린 선수들이 축구라는 스포츠와 더욱 친해지고, 축구를 통해 몸과 마음을 기르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얻을 수 있도록, 재미있는 훈련들을 통해서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이 선수들을 즐겁게 하기도 합니다.

이달 초, 서울 용원초등학교에서 열린 현대자동차 2011 KFA 유소년 클럽리그에서는 꽤 흥미로운 유소년 축구 선수들의 연습 장면이 시선을 끌었습니다. 한 경기장에서 세 경기가 치러지는 만큼 시합을 치르기 위해 미리 경기장에 와서 대기하고 있는 선수들은 저마다 가볍게 공도 차고, 몸을 풀면서 컨디션을 조절하는 모습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는데요. 특히 용원FC 팀은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이용해 이전 타임 경기 하프타임에 그라운드에 나와 원을 빙 그리고 단체로 몸을 풀고 준비 운동을 했습니다. 이 선수들이 코치 선생님을 따라 어떤 준비를 할지, 관심 있게 지켜보았습니다.

▲ 그라운드 가운데에서 몸을 푸는 용원 FC 선수들 (사진: 김지한)
처음에 목, 발목, 팔, 허리 운동 등 일반 준비 운동으로 가볍게 몸을 푼 선수들은 곧바로 그라운드 사이드 쪽으로 이동해 '독특한 훈련'을 했습니다. 바로 콘을 깔아 일련의 동작을 취한 뒤 코치 선생님이 있는 곳까지 전력 질주를 해서 달리는 것이었습니다. 선수 두 명이 빠르게 동작을 하고 목표 지점을 향해 달린 뒤 다시 원위치를 하는 것이었는데요. 코치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훈련하는 선수들의 모습에서는 제법 진지함과 프로 선수 기운이 물씬 풍기는 느낌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코치 역시 선수들과 함께 호흡하고 때로는 높이 뛰어오르며, 선수들의 훈련 의지를 더욱 북돋우기도 했습니다. 10분도 채 안 된 짧은 시간이었지만 선수들은 충분히 몸을 풀었고, 무엇보다 연습 자체를 재미있어 하는 것 같았습니다.

다른 팀이 경기하는데도 선수들의 준비는 계속 이어졌습니다. 용원 FC 상대팀인 위더스 FC는 배구 코트에서 공을 차면서 패스 연습을 하고, 컨디션을 점검했습니다. 공과 떨어지지 않고 시합에서 자신들이 목표했던 '무언가'를 위해 열심히 차고 또 찬 뒤에야 비로소 시합에 뛰기 위해 그라운드에 나갈 채비를 갖췄습니다. 결코 그냥 뻥뻥 차고 장난 식으로 차는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 일반 학원 축구 같은 딱딱함과 격식은 없었습니다. 그냥 발 감각을 맞춰보면서, 스스로 축구에 재미를 붙여간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런 다양한 연습, 준비 운동의 효과가 있었기 때문이었을까요. 경기 결과는 용원 FC가 6-3 승리를 거뒀지만 치열한 난타전이 벌어졌을 만큼 양 팀 선수들은 화끈한 경기력으로 흥미진진한 대결을 펼쳤습니다. 두 팀이 이날 터트린 9골은 이날 열린 경기 중에서도 가장 많이 나온 골이었습니다. 충분히 재미있는 경기였고, 무엇보다 선수들 모두가 즐기면서 축구를 하는 듯 했습니다. 때로는 화이팅도 크게 외치고, 때로는 활짝 웃는 이들의 모습에서는 분명 연습, 준비를 통해 얻은 자신감, 즐거움이 바탕이 돼 있다는 걸 느끼게 했습니다.

때로는 연습이 딱딱하거나 그저 힘들게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유소년 클럽 리그에서 볼 수 있었던 수준의 훈련이라면 어린 선수들 누구나 쉽게 따라하고, 그러면서 축구에 대한 재미와 즐거움을 알아갈 수 있는 계기로도 이어질 수 있겠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런 환경, 문화가 잘 정착이 됐을 때 유소년 축구 문화는 더욱 탄탄해지고, 그만큼 우리 축구 뿌리도 더욱 튼실하게 키워질 것입니다. 그냥 쉽게 넘어갈 수도 있지만 운동에서는 정말 필수적인 이 행동, 준비 운동, 훈련을 통해 왠지 모를 많은 기대감, 그리고 생각을 갖게 했던 순간이었습니다.


대학생 스포츠 블로거입니다. 블로그 http://blog.daum.net/hallo-jihan 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스포츠를 너무 좋아하고, 글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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