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 망신으로까지 비화됐던 JYJ 제주 공연 일방취소에 대한 KBS 해명이 28일 있었다. 말을 곱게 해서 해명이지 듣는 사람이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로 구구한 변명에 불과했다. 겨우 이 정도의 변명을 내놓기 위한 것이라면 굳이 일주일이 넘는 시간을 뜸들일 필요도 없었다. 애초에 제기된 문제에 대한 적절한 설명이 되지 못하는 일방적인 주장을 반복할 바에야 굳이 공식해명이라고 할 것도 없었다.

특히 “제작진의 판단으로 JYJ의 출연이 취소됐다”고 강조한 부분이 오히려 제작진의 판단이 아니었다는 의심만 키워줄 뿐이었다. “섭외와 출연진 확정은 제작PD의 고유 권한이며 프로그램의 완성도에 어떤 출연자가 더 효과적이겠느냐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사실을 재차 강조했다는데, 이 역시도 시쳇말로 말발이 서지 않을 구구한 변명일 뿐이다. 원론적인 이야기를 반복해봐야 수긍할 사람을 찾기란 어려울 것이다.

설혹 원론적 관용어구 반복을 하더라도 최소한 취소를 당한 JYJ측이 제기한 쟁점에 대한 언급은 했어야 했다. 이번 JYJ와 제주KBS 논란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쟁점은 “JYJ가 출연할 경우 방송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부분이었다. 이 말은 28일 해명의 주요 근거인 제작PD의 고유권한의 실재에 대해 정면 대치하는 모순을 담고 있었다. 때문에 JYJ측과 팬들은 그 불가의 이유가 SM의 입김이라고 생각하게끔 된 것이다.

KBS의 변명이 설득력을 갖지 못하는 결정적인 모순이 있다. 소녀시대가 출연을 결정했다고 해서 JYJ를 빼야만 했다는 것이 설명이 되지 않는 것이다. 소녀시대가 JYJ보다 더 효과적일 것이라는 판단은 PD 주관의 영역이니 그대로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그날 공연에 소녀시대만 무대에 선 것이 아닌데, 굳이 소녀시대가 온다고 JYJ를 배제시킨 것은 스스로 SM의 외압을 애써 증명한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다. 그냥 쉽게 SM 때문이라고 하면 될 걸 굳이 구차한 변명을 하는 것에 불과하다.

또한 방송 시간 때문에 굳이 누굴 빼야 한다면 JYJ가 아닌 진짜로 인지도가 낮은 다른 팀도 분명 있을 것이다. 정말 누굴 빼야 할지 고민이 되더라도 행사의 홍보대사를 배제시키는 결정은 상식적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 그런데 왜 하필 JYJ여야 했냐는 의문에 KBS는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침묵은 긍정이라고 했다.

결국 무대에 선 소녀시대도 그러지 못한 JYJ처럼 어색한 공연이 되고 말았다. 드넓은 제주오름에 마련된 성대한 공연이지만 현장 분위기는 썰렁했다는 현지의 소식도 전해졌다. 신한류의 선두주자 소녀시대가 대타로 설 무대도 아니었다. 결국은 세계7대경관에 제주를 올리고자 준비된 제주공연은 실리도 얻지 못한 채 논란만 남기게 됐다. 이미 JYJ측은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주KBS를 제소했다고 밝힌 바 있어 소문난 잔치가 되어야 할 행사가 망친 잔치로 전락하고 말았다.

공연 나흘을 앞두고 갑자기 뒤바뀐 큐시트의 결과 20일 공연 현장은 방송이 취소되는 불상사는 막았지만 화면에 담기에는 민망할 정도로 썰렁해진 객석이 되고 말았다. 아무리 소녀시대의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하더라도 제주라는 지리적 특성 때문에 갑작스런 스케줄에 팬들이 집결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거기다가 방송국의 석연찮은 태도까지 말썽을 일으키자 공연에 대한 기대감이 떨어질 수밖에는 없는 일이었다.

세간의 의심대로 SM의 외압 때문이었든지 아니면 진짜로 제작 PD의 독자적인 판단으로 바꿔치기를 했든지 간에 그 판단은 행사의 취지를 살리지 못한 악수가 되고 말았다. 순리가 아닌 편법이 업계의 뒷마당에서는 잘 통할지 몰라도 일반대중을 설득할 수는 없는 것이다. 굳이 JYJ 팬이 아니더라도 제주사태에 한결같은 비난의 목소리를 더하는 이유는 거기에 있다. 혹시라도 KBS나 SM이 이번 사태에 대한 저항을 팬덤만의 움직임이라고 오판한다면 대단히 커다란 착각이다. KBS는 해명 혹은 변명을 하기 전에 JYJ사태에 대한 민심을 왜곡 없이 읽는 것부터 해야 할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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