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 박경신 위원이 이번에는 자신의 블로그에 여성 음부가 그려진 프랑스 화가 귀스타브 쿠르베의 <세상의 근원> 작품을 게시했다. 남성 성기 사진 자체를 ‘음란물’로 규정한 방통심의위의 심의에 대한 의문을 재차 드러낸 것이다.

28일 박경신 위원은 자신의 블로그 ‘검열자 일기’ 란에 쿠르베의 <세상의 근원> 사진을 올리고 “프랑스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에서 누구나 볼 수 있도록 걸려 있는 쿠르베의 그림”이라며 “(방통심의위에서 시정명령을 통해 삭제토록 한) 문제의 사진들과 같은 수위”라고 강조했다. 쿠르베(1819~1877)는 19세기 사실주의 화가로 유명하다.

그는 “심지어 오럴섹스를 포함한 노골적인 성행위가 담긴 박진표 감독의 <죽어도 좋아>도 상영불가판단을 받았다가 헌법재판소의 위헌판정을 거쳐 상영됐고 지금도 온라인에서 쉽게 다운로드받을 수 있다”고 비교, 설명했다.

▲ 박경신 위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kyungsinpark)에 재차 쿠르베의 '세상의 근원' 작품을 올리고 방통심의위의 음란물 판단 기준에 의문을 제기했다ⓒ박경신

박경신 위원, “쿠르베 <세상의 근원>과 심의로 삭제된 사진 뭐가 달라?”

박경신 위원은 “국가기관이 국가의 주인인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때 과도하게 제한하는지 감시하고 비판하는 것은 심의위원의 직무 중 하나”라며 “그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문제의 사진들을 지인들과 같이 보기 위해 게시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가의 검열기준을 국민이 감시하고 비판할 수 없는 상황이 안타까웠다”고 입장을 밝혔다.

해당 글에서 박경신 위원은 2002년 음화 전시 혐의로 30여 점의 그림이 압수돼 소각된 최경태 작가의 “관객이 돌을 던지고 침을 뱉으면 감수하겠다. 그러나 법으로 처벌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그는 “(남성 성기) 사진을 내리기 전에 방문했던 몇몇 사람들은 ‘음란물이 맞는 것 같다’며 나의 판단에 아쉬움을 표명하고 있다”면서 “그 분들의 견해를 100% 존중한다”고 밝혔다.

이어 “최경태 화가의 말처럼 그 분들은 문제의 사진을 게시한 자 그리고 나에게 ‘돌을 던지고 침을 뱉을 수 있다’”면서 “하지만 국가가 국민의 세금을 들여 규제하고 차단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각자의 주관대로 자신에게 불쾌하거나 자신의 성적 감수성을 해한다고 해서 삭제하기 시작한다면 예술도 죽고 문화도 죽고 문명도 죽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위원은 “내 판단으로 내가 올렸던 사진들은 사람들마다 다른 반응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하지만 법원의 기준으로 보자면 음란물로 인정되지 않을 것을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박경신 위원은 쿠르베의 그림과 슬럿워크 시위 등의 예를 통해 “성적 노출은 예술적 표현이 될 수도 있고 강력한 정치적 표현이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영화 <죽어도 좋아>는 소외되고 고립된 노인들의 생활을 재조명했다는 호평을 받으며 2002년 칸 영화제 비평가 주간에 초청됐다”며 “2005년 대법원 판결의 대상이 됐던 김인규 미술교사의 성기노출작품들 일부는 자본주의의 성에 대한 집착을 비판하고 풍자하려는 것으로 대법원은 음란물이라고 판정하였지만 호된 비난을 받았다”고 적시했다.

“막나가는 박경신” VS “아직도 이런 거 갖고 논쟁”, 반응도 극과극

그러나 이를 두고 몇몇 언론매체들은 또 다시 ‘‘막 나가는’ 박경신, 이번엔 여성 음부 그림 게재’<뉴데일리>, ‘남성 성기사진 게재 박경신 위원, 이번엔 여성 음부 그림 올려 파문 확산’<전자신문>, ‘박경신 방심위 위원, 어제는 남성 성기, 오늘은 여성 음부…’<조선일보>, ‘박경신 위원, 여성 음부 사진 올려…“갈수록 태산”’<시티신문> 등 비난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한나라당 서장은 수석부대변인 역시 브리핑을 통해 “궤변을 늘어놓을 게 아니라 상아탑의 교수이자 공인으로서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하라”고 종용했다.

그러나 이와는 달리 진중권 문화평론가는 자신의 트위터(@unheim)를 통해 “내 참, 촌스럽게 아직도 이런 거 갖고 논쟁해야 하냐?”며 논란이 벌어진 그 자체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진중권 문화평론가는 “쿠르베의 그림은 원래 정신분석학자 라캉이 소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사후 유족이 상속세 대신 국가에 헌납했고 지금도 오르세에 걸려 있다”고 쓴소리를 던졌다.

한편, 방통심의위 통신소위원회에서는 28일 박경신 위원의 블로그와 관련해 “사회적 관심사안이라는 점을 고려”, 오는 8월 4일 전체회의에 부의해 심의키로 결정했다. 심의 대상은 박 위원이 방통심의위를 통해 삭제된 남성 성기 사진을 게재한 글과 폭발물 제조와 관련된 내용을 게재한 글 두 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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