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넌트 레이스 133경기 중 62%를 소화한 전반기에서 LG는 41승 41패로 승률 5할, 승패 마진 0를 기록했습니다. 한때 +10까지 치솟으며 선두를 위협했던 승패 마진을 감안하면 6월과 7월의 부진이 뼈아픕니다. 매년 시즌 초 상승세를 유지하며 파란을 일으킬 듯하다 연패하며 하위권으로 추락해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는 빈정거림을 샀던 행보가 올해도 반복될 것인지 주목받고 있습니다.

날씨가 더워지며 부진에 빠졌기에 외형적으로는 지난 몇 년 간의 모습을 답습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과거 LG의 가장 큰 약점이 무엇인지 감안하면 올 시즌의 부진은 원인이 분명 다릅니다.

작년까지 LG의 가장 큰 약점은 투수력이었습니다. 제대로 된 선발 투수가 없었습니다. 2002년부터 지난 9년 간 한 해를 제외하고 LG는 매년 10승 투수를 1명밖에 배출하지 못했습니다. 2008년부터 작년까지 봉중근이 3년 연속 10승 투수로 고군분투했지만 봉중근 외에 10승 투수는 2008년 옥스프링(10승 10패) 밖에 없었습니다. 두 명의 10승 투수로도 포스트 시즌 진출을 바라보기 쉽지 않은데 매년 1명에 그쳤으니 가을 야구가 난망했던 것은 당연합니다. 제대로 된 5인 선발 체제도 갖추지 못했던 것은 물론입니다. 외국인 투수 스카우트에 실패했던 탓도 큽니다.

그러나 올해만큼은 다릅니다. 봉중근이 팔꿈치 부상으로 이탈했으나 작년에 트레이드된 박현준과 올해 새로 영입된 외국인 투수 리즈와 주키치로 구성된 선발진은 리그 상위권입니다. 박현준이 이미 데뷔 첫 10승 투수의 반열에 올랐으며 리즈는 8승으로 10승 달성 가능성이 높습니다. 주키치는 5승을 거두고 있는데 호투에도 불구하고 승운이 따르지 않았습니다. LG는 올 시즌 선발 투수 세 명이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비록 이들을 뒷받침하는 계투진이 취약한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 LG의 근본적인 문제는 침체된 타선입니다. 부상 선수의 속출로 라인업을 꾸리기조차 어려웠던 5월부터 타선의 부진이 이어졌지만 상당수 돌아왔습니다. 박용택, 이진영, 이대형 등이 크고 작은 부상으로 이탈했지만 이제는 복귀해 상위 타순의 이름값은 타 팀에 전혀 뒤지지 않습니다. 이택근, 작은 이병규, 오지환 등이 여전히 부상 중이지만 이들의 복귀가 과연 8월 이내로 가능할지, 설령 복귀한다 해도 기대처럼 활약할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최선은 현재 1군에 있는 선수들이 제몫을 다하는 것입니다.

LG는 최하위 넥센과의 지난 주 목동 3연전에서 적지 않은 안타에도 불구하고 3경기 연속 역전패를 당하며 치욕적으로 전반기를 마무리했습니다. 7월 21일 목요일 경기는 선발 주키치의 난조로 인한 패배였으나 그에 앞선 두 경기는 많은 출루에도 불구하고 추가점을 얻지 못해 무너졌습니다. 장타에만 의존하며 팀 배팅을 무시한 타자들의 짜임새 없는 타격이 호투한 선발 투수들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LG가 9년 만에 포스트 시즌 진출을 달성하기 위한 최선의 시나리오는 세 명의 선발 투수가 현재처럼 굳건히 로테이션을 지키는 가운데, 타자들이 선발 투수들의 어깨를 가볍게 할 수 있도록 초반부터 많은 점수를 뽑아내는 것입니다. 상대가 역전을 넘볼 수 없게 초반에 다득점하면 취약한 불펜에 돌아가는 부담도 감소할 것입니다.

‘타자들은 믿을 수 없다’는 야구계의 속설이 있습니다. 타자들의 타격감은 들쭉날쭉하며 한 시즌 내내 불방망이를 휘두를 수는 없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타격감이라는 것이 오르락내리락하는 사이클이 있는 만큼, 두 달 가까이 침체 일로였던 LG 타자들의 타격감이 다시 올라올 때가 되었습니다. 타자들이 자신들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는 것만으로도 LG 타선은 충분히 타 팀에게 위협적입니다. 올해도 LG가 ‘내려갈 팀’이 될지, 아니면 올해는 ‘올라갈 팀’이 될지는 타자들에 달렸습니다. 9년 만의 가을 야구를 위해 LG 타자들의 분발이 절실히 요구됩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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