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신 방송통신심의위원이 심의로 삭제된 남성 성기 이미지 사진을 자신의 블로그에 게재한 것을 두고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그는 해당 이미지를 올리면서 “위 사진들이 어떻게 ‘사회질서를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고 누구의 ‘성욕을 자극해 성적 흥분을 유발’하는지 궁금하다”면서 성기 이미지 자체를 음란물로 보는 게 타당하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음란물로 규정하면 이는 불법이 돼 성인들조차 봐서는 안 되는 게 돼 버린다면서 차라리 성인인증을 요구하는 방법이 타당하다는 게 박 위원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파장은 더욱 커져 “고위공직자로서 부적절한 처사”, “예술사진이 아니지 않느냐”는 등의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게다가 박경신 위원이 미국국적이라는 부분이 재부각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조중동, “미국서 법학박사 학위”“기본이 돼 있지 않다” 맹비난

이에 조중동은 각각 사설을 실어 박경신 위원을 비롯해 그를 추천한 민주당에 대해 맹비난을 퍼부었다.

▲ 7월 28일자 '조선일보' 사설
28일자 <조선일보>는 ‘민주당, 인물 검증한 후 추천권 행사하라’ 사설에서 “미국서 법학박사 학위와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한 법조인으로서 기본이 돼 있지 않다”, “다수결 결정을 거부한 것은 위원회 존립 자체를 부정하는 행위다”라고 비난했다.

<중앙일보>는 “(박경신 위원이) 표현의 자유는 모든 표현의 자유이지 ‘사회적으로 좋은 표현을 할 자유’가 아니다라고 했다”면서 ‘견강부회도 유분수’, ‘군색한 억지논리’라고 비난했다. 이어 “이번 사태는 여야나 진보·보수의 문제가 아닌 국민의 건전한 윤리의식과 우리 아이들의 음란물 노출 방지에 관한 문제다”, “박경신 위원은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의 논리도 다르지 않았다.

그 어떤 매체도 ‘성기 이미지를 성인들도 볼 수 없는 불법으로 규정하는 게 맞느냐’는 박경신 위원의 물음에 대한 답은 피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박경신 위원은 “제 임무는 위원장이 결재한 것을 그냥 수행하는 게 아니라 방통심의위가 국민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지 않은지를 감시하고 비판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2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전화연결에서 박경신 위원은 “방통심의위는 9명의 위원들로 구성돼 있으면서 정치적이고 법적 독립성을 갖추도록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수결로 결정되면 따라야 한다는 주장에 대한 반론격인 셈이다.

박경신, “국민의 일부만이 본다고 국가가 나서서 차단해서야”

박경신 위원은 “저에겐 방통심의위가 불법적인 심의기준을 수행하는 것을 고발할 책무가 있다”면서 “그 게시물들이 음란물이 아니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심의기준을 국민들과 같이 평가하고 공유하고자 하는 차원에서 블로그에 올렸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제 블로그에 방문자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지인들과 공유하자는 차원에서 올린 것인데 이걸 주요 언론에서 보도하기 시작하면서 방문자가 늘어 더 많은 국민들이 참여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 박경신 위원의 개인 블로그. 현재 박 위원은 "내 웹상의 일기(블로그)를 보는 사람들이 많아진 지금 청소년이나 나와 시각이 다른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방송사들의 취재가 시작되면 자료화면이 방송을 탈 수도 있다"면서 사진을 내린 상태다. ⓒ박경신
‘예술사진이 아니기 때문에 음란물이 맞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 박경신 위원은 “누가 작가이고 누가 일반인이라고 볼 수 있느냐”고 반박했다.

그는 “작가가 한 것에는 예술적 의도를 읽어내서 음란물이 아니라고 하고 작가가 하지 않은 것은 음란물이라고 말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되는 차별”이라면서 “거꾸로 지난 2002년 최경태 화가가 어린애들까지 동원되는 성 상품화 세태를 비판하기 위해 원조교제를 주제로 그림을 그린 적이 있었지만 당시 음란물로 판단돼 처벌받은 사례도 있다”고 덧붙였다.

박경신 위원의 행동과 관련해 “사람에 따라 남성의 성기사진을 보고 수치심을 느낄 수 있고 성적 흥분을 유발할 수도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이와 관련해 박경신 위원은 “물론 성적 감수성이 사람마다 다르니까 수치심을 느끼는 분들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국민의 일부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국가가, 국민의 세금을 들여, 국가의 주인인 국민 중 한 사람이 올린 표현물을 차단하고 규제한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민의 일부만이 본다고 해서 국가가 나서서 차단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러나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서 (음란물이 아닌) 청소년유해물로 정하는 것이 훨씬 더 넉넉한 기준으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박경신 위원은 “성적 표현물은 고고한 예술적 표현이 될 수도 있고, 아주 강력한 정치적 표현이 될 수도 있다”며 “지난 김인규 교사가 자신의 성기를 노출한 사진을 올렸다가 법원에서 음란물로 처벌됐고 그 사건이 엄청난 비난을 받았음에도 (우리 사회는) 아직 거기서 조금도 진전된 모습을 보이고 있지 못하다”며 사회적 논란에 대해 씁쓸함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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