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의 역사는 분명 그 깊이와 저력이 있죠. 우리 프로야구도 그 역사의 가치는 깊게 느껴지는 대목들이 많습니다. 프로야구에 있어 그 역사성을 시각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것이 바로 "올드 유니폼"이 아닐까 싶은데요. 이미 많은 구단들이 이와 같은 이벤트를 통해 스스로의 역사성을 증명하고, 야구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올드유니폼 데이는 이미 익숙한 일, 저도 1년 전에 이와 관련한 포스팅-올드유니폼, 프로야구의 또 다른 힘-을 쓴 기억이 있는데요. 원년부터 구단을 쭉 이어온 롯데나 삼성을 제외하곤 올드유니폼을 입기까진 사실 많은 고민과 결심이 필요한 것도 사실입니다.

우리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강력한 팀의 이미지가 담겨있는 타이거즈의 검빨(빨간 상의에 검은 바지)유니폼! 사실, 다른 구단과 달리 완전하게 모기업이 바뀐 탓에 이런 결정은 쉽지 않았고, KIA 입장에서는 '해태 이미지'로 인한 손해도 있을 터. 실제로 KIA 구단 관계자는 "1구단 입장에서 (KIA와 무관한 예전 해태의 유니폼을 입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죠?

한편으로는 강력한 전통의 힘이라고 좋아할 수 있겠습니다만, 다른 한편으로 생각하면 분명 쉽지 않은 결정이기도 할 터. 심지어 힘든 결정의 결과가 역전패로 기록되며 자칫 새로운 징크스를 두려워해 다시 보기 힘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프로야구에서 올드 유니폼 행사는 사실 이제 더 이상 드문 일이 아닙니다. 롯데나 두산은 자주 올드 유니폼 데이를 펼치죠. -심지어 둘 다 올드 유니폼을 입고 경기도 하더군요.- 하지만, 그에 비해 다른 구단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이벤트입니다.

삼성 라이온즈의 경우도 지난 2008년 여름 "85라이온즈 홈커밍데이"란 이름으로 올드유니폼 행사를 펼쳤습니다. 그 이후로는 올드유니폼을 입은 기억이 없다는 거. -이날 경기는 한화에게 기분 좋은 역전승을 기록했지만, 다시 이 유니폼을 보긴 힘들다는.-

▲ 1985년의 프로야구를 삼성이 추억하는 건 시즌 중 기록한 13연승과 통합우승, 바로 첫 우승이기 때문이죠.
사실 모기업이 바뀐 경우는 이런 이벤트 자체를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구단이 모기업이 바뀌고 이름이 달라진 상황에서 올드 유니폼은 쉽지 않은 선택이기도 합니다. 그런 어려움과 곤란함을 딛고 올드 유니폼 행사를 펼치는 경우가 있긴 합니다. 어제의 KIA도 그런 선택이라 할 수 있을 터.

대표적인 사례라면 LG트윈스가 홈 2000만 관중이 돌파했을 지난해 여름의 입구, 롯데를 상대로 역전승을 거뒀던 경우가 될 텐데요. LG트윈스의 전신인 MBC청룡의 유니폼을 기반으로 디자인한 특별 유니폼으로 이 경기를 펼쳤습니다. MBC의 향수가 가득한 이 유니폼에 대한 팬들의 열기와 반응은 폭발적이었죠. 당시 한정판으로 판매도 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최근에도 잠실에 가면 MBC유니폼을 입은 팬들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 두산이나 롯데처럼 LG트윈스로도 이런 행사를 좀 더 자주하면 나름의 효과는 충분할 듯합니다.

지금의 8개 구단은 영원할 듯합니다만, 언제 또 모기업이 바뀔지 아니면 모기업의 이름이 바뀔지도 모르는 것이 세상사. 과거 유니폼들은 대부분 기업명이 전면에 큼지막하게 프린트되어 있죠. 그렇기에 더욱 과거 유니폼을 입긴 힘들 겁니다.

최근 들어서 유니폼들은 물론 전면에 팀의 이름을 크게 강조한 형태로 제작됩니다만. -팀의 이름이 바뀌는 경우도 있죠. 청룡에서 트윈스처럼.- 이런 유행들을 보면 좀 더 궁극적 대안도 고민할 필요도 있을 듯한데요.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건 연고 지역의 이름을 대표성 있게 넣는 방법도 고민하면 좋을 듯합니다. 지역명을 강조한다면 유니폼의 역사성에는 좀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든다는 거. 혼자만의 생각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올드유니폼이 함께하는 프로야구의 역사와 그 전통은 즐겁고, 또 환영할만한 일이라 생각하는데요. 다양한 야구 유니폼 사이에 보이는 과거의 향수는 기분 좋은 야구의 추억을 더하는 힘이자, 좋은 시도인 것만큼은 틀림없습니다. 부디 더 많은 구단에서, 더 자주 해주시길 바랍니다. 팬들이 지금의 유니폼을 사면서 전통도 같이 간직할 수 있도록 말이죠.


스포츠PD, 블로그 http://blog.naver.com/acchaa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PD라고는 하지만, 늘 현장에서 가장 현장감 없는 공간에서 스포츠를 본다는 아쉬움을 말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다른 생각들, 그리고 방송을 제작하며 느끼는 독특한 스포츠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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