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수 사상 가장 불운한 가수 그렇지만 임재범에게 극찬을 받아 화제가 된 가수 김연우가 라디오스타에 등장했다. 백지영, 지상렬과 함께한 조합은 누가 봐도 나가수 뒷이야기를 할 것이 분명했다. 셀 수 없이 많은 기사에 스포일러 그리고 루머까지 나가수는 엄청난 양의 이야기를 생산해냈지만 그래도 여전히 나가수 딱지 붙은 소식에는 귀를 쫑긋 세우고 듣게 된다. 게다가 김건모 이후 가장 사연 많은 탈락자 김연우에 관한 것이라면 더욱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하필 이 날 무릎팍도사에는 공블리 공효진이 출연했다. 결코 한 주로 끝낼 것이 아니라고 누구나 생각했을 것이고, 자연 라디오 스타의 분량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무릎팍에 밀려 라스가 겪었던 5분 방송이 한두 번이 아니었던 탓이다. 다행스럽게도 라스의 굴욕은 없었다. 아니 오히려 라스의 반격이 드셌다고 말할 수 있었다. 김연우보다는 당연히 공효진에 대한 관심이 클 수밖에 없지만 유세윤의 건방진 프로필이 웃기지 못한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처럼 공효진의 무릎팍 방문 1부는 보는 내내 행복할 수는 있었지만 예능적인 큰 한방이 아쉬웠다.

오히려 예상치 못한 대형사건은 라디오스타에서 벌어졌다. 발라드신 김연우가 정형돈을 능가할 건방과 거만한 모습으로 라디오스타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그런 김연우를 윤종신은 경거망동 캐릭터를 잡았다고 하며 배꼽을 잡았고, 그러다가 빨리 폈다가 금세 지고 만다고 협박을 했지만 발라드 신에서 경거망동의 신으로 바꿔 타려고 작정한 김연우를 막아 세우진 못했다.

만일 이 날 보인 김연우의 경거망동 3종세트를 다른 누가 했다면 단박에 국민비호감이 돼버렸을 것이다. 헌데 김연우에게는 그런 위험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발라드신으로 불리는 그에게 이렇게 강력한 예능 소질이 숨겨져 있었던 것이 놀라울 뿐이었다. 게다가 뮤지션 출신들이 주로 입담만 보였던 것과는 달리 김연우는 강력한 슬랩스틱마저 탑재되어 훨씬 더 강력한 예능 기대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경거망동 1

당연히 처음 이야기는 나가수에 얽힌 것이었다. 처음 출연하려고 했다가 나가수가 잠시 중단하는 바람에 손발만 방송에 나가고 한 달을 기다려야 했던 것부터 시작해서 최근 팬들의 조공에 대한 이야기로 김연우의 예능 접수가 시작되었다. 윤종신이 김연우 콘서트에 게스트로 갔었던 경험을 말했을 때 첫 번째 경거망동이 터졌다. 윤종신은 객석의 관객들이 연우신이라 부르더라고 하자 김연우는 아주 당연한 듯 “발라드신, 연우신 그렇게 부르죠”라고 해서 빵 터뜨렸다.


경거망동 2

나가수에 대한 이야기에 임재범이 빠질 수는 없다. 당연히 임재범에 대한 말이 시작되고 또 김연우가 임재범으로부터 받은 혜택에 대해서 말하자, 김연우는 “임재범씨가 그러셨거든요. 김연우처럼 노래하고 싶다” 물론 방송을 통해서 모두가 봤으니 없는 말도 아니고, 틀린 말도 아니지만 이번에도 또 진지한 표정으로 그 이야기를 하는 김연우를 보면서 웃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부처님하고 친구해도 좋을 것이다.

그런데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말을 받아서 지상렬이 “노래는 김연우가 하는 것이지 나는 발악을 하는 것이다”라고 했던 임재범의 말을 보태 부연설명을 했다. 거기에 윤종신이 다시 김연우에게 그 얘기를 들은 소감을 말하라고 하자 “음, 알아보는 사람은 알아보는구나”라고 대답을 했다. 이번에는 지금까지보다 훨씬 더 큰 강도의 웃음이 터졌다. 이때 자막은 ‘물오른 경거망동’이라고 김연우의 캐릭터를 확실하게 규정했다.


경거망동 3

김연우가 띠동갑의 어린 아내와 결혼했다는 이야기로 넘어갔을 때다. 자연 마흔을 넘긴 노총각 지상렬에 대해서 화제가 번지게 됐는데, 김연우는 곧바로 자기에게 처형이 있는데 소개를 해주겠다고 나섰다. MC들이 진짜냐고, 괜찮겠냐고 묻자 순간적으로 뭔가 잘못됐다고 느낀 김연우는 말을 바꿔서 “뭐 만나는 거야 제 인생 아니니까”라고 말을 얼버무려 경거망동했던 소개문제를 교묘하게 빠져나가 역시 웃음을 자아냈다.

예능이 처음이라는 김연우의 라디오 스타 활약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무술 유단자의 시범을 보인다고 한 전방낙법이며 앞차기며 그것은 누가 봐도 무술 시범이 아니라 슬랩스틱 코미디일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그러는 김연우의 표정이 너무도 진지하고 천연덕스럽다는 것이다. 요즘 무한도전 가요제에 정형돈과 짝이 이뤄 예능의 블루칩으로 떠오른 정재형에 이어 김연우가 발라드신과 함께 예능신의 이관왕을 노리는 것이 아닌가 싶은 느낌이었다. 쓰라렸던 나가수 경험을 웃음으로 승화시킨 페이소스 넘치는 대인배적 웃음을 준 김연우의 경거망동 캐릭터는 강한 중독성을 짐작케 했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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