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결혼했어요'는 확실히 예능 프로그램이다. 리얼 버라이어티도 아니다. 일단 설정부터가 가상이기 때문에 그 이후에 발생하는 모든 것은 설정에서 오는 '연기'일 수밖에 없다. 그 안에 진심이 담겨 있어도 가상이라는 기본 설정은 그 진심도 가상으로 만들어 버린다.

우리 결혼했어요의 처음을 장식했던 '서인영, 크라운제이', '앤디, 솔비' 커플은 그래서 심한 부침을 겪었다. 솔비는 이 프로그램이 무섭고 두렵다며 눈물을 흘리기까지 했다. 그들 또한 가상에서 시작한 진심이 어디까지가 진심이 될 수 있고 어디까지 가상으로 남을 수 있을지 고민해야 했다. 그런 점에서 '우리 결혼 했어요'는 출연하는 사람들도 보는 사람들도 모두 가짜만을 볼 수밖에 없는 프로그램이다.

그때 나타난 '김용준, 황정음' 커플은 가상 예능프로그램을 갑자기 리얼 다큐로 만들어 버렸다. 진짜 연인이었기 때문이다. '서인영, 크라운제이'를 마치 실제처럼 느꼈던 시청자들에게 더 이상 흥미를 주지 못하던 '우리 결혼했어요'가 실제 커플을 섭외함으로써 또 다시 이슈를 생산해내고 인기를 끌 수 있었다. 그 다음에는 아이돌이었다. '조권, 가인' 커플은 결혼이라는 컨셉보다는 연애라는 컨셉을 가져오면서 마치 소꿉놀이 시절 '아빠엄마'놀이 하던 기분을 시청자에게 주었다. 이 아이돌 컨셉은 '빅토리아, 닉쿤'으로 이어졌지만 역시 한계점을 가지고 있었다.

우선, 아이돌의 결혼은 현실성이 없다. 그들은 알콩달콩 연애하는 것 같은 설렘을 보여주지만 방송이 끝나고 나서 실제로 가깝진 못할 것을 알기 때문이다. 특히 가인, 조권 커플이 하차 후에는 그냥 동료로 남은 느낌을 주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시청자는 리얼에 더욱 관심을 보이는데 이건 리얼처럼 보여도 리얼이 아닌 걸 다시 한 번 깨달아 버렸다.

그런 점에서 김원준, 박소현은 좀 다르다. 일단 둘 다 나이가 많아 진정으로 결혼을 생각해야 할 시점이라는 점, 둘이 매우 오랫동안 알고 이미 친하게 지내 왔다는 점, 그리고 방송 외적으로도 만나던 관계였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들의 결혼은 현실이 될 가능성이 아주 없진 않기 때문이다. 특히 방송 내내 보이는 둘의 너무나 자연스러운 스킨십은 10대들에게는 '이것이 성인의 연애'라는 느낌을 주기도 하고, 성인들에게는 '저 둘 진짜 자연스러운데?'라는 느낌을 주기도 하면서 이들이 진짜로 결혼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강심장에 출연한 박소현 씨가 가상이 아닌 실제 가능성에 대한 언급에서 크게 부정하지 않았다는 점, 둘을 잘 아는 류시원 씨 또한 뭔가 있는 거 아닌가하는 제스쳐와 표정을 보낸 점, 그리고 방송 외적으로도 자연스레 연락하고 만나고 서로를 챙길 만큼 이미 가까운 사이라는 점 등에서 이들 결혼의 현실화는 가능성이 더욱 높다.

물론 그들이 결혼할지 안 할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방송에서 중요한 것은 이들을 통해서 '우리 결혼 했어요'가 아이돌을 넘어서 또 한 번의 긴장감을 구축해냈다는 점이다. 이 방송은 무조건 시청자들이 방송을 실제인 것처럼 여기고 감정이입을 해야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김원준, 박소현 커플은 그 감정이입을 가장 극대화해줄 수 있는 팀이다. 아이돌 이후 또 다른 돌파구를 찾아낸 것이다. 만약 이걸 찾아 내지 못했다면, 우리 결혼했어요는 결국 아이돌방송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이제는 주축이 되어 있는 닉쿤, 빅토리아 커플이 정리되거나 혹은 반응이 뜨뜻미지근한 다른 두 커플이 하차하게 될 때, 김원준 박소현 커플이 이 프로그램의 축이 될 것이 분명하다. 시청자들은 예전 '서인영, 크라운제이' 때처럼 진짜 결혼, 진짜 연애에 대해 감정이입을 하면서 높은 기대를 하게 될 것이다. 그때가 우리 결혼 했어요의 또 다른 중흥기가 될지 모른다.

개인적으로 이 둘의 결혼이 성사되기를 바란다. 또한 결혼을 넘어서 ‘우리 출산했어요’까지 이어지기를 바란다. 그렇게만 된다면 우리 결혼했어요는 예능 사상 유례 없는 관심을 받게 될 것이다. 실제 부부를 만들어낸 프로그램이라면 화제가 되지 않는 것이 이상하기 때문이다.


문화칼럼니스트, 블로그 http://trjsee.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문화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화 예찬론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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