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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백 2회 - 사택비의 간첩 조작 사건, 간교함에 살 떨린다[블로그와] 자이미의 베드스토리
자이미 | 승인 2011.07.27 14:47

계백의 탄생 비화가 과연 어떤 모습이었을지 궁금했던 이들에게 흥미로운 이야기 전개일 듯합니다. 초반 이야기를 이끌어 가고 있는 사택비와 극단적인 편에 서 있는 무진을 통해 강력한 카리스마 대결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이들이 벌이는 흥미로운 대결은 초반 <계백>을 매력적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간첩 조작 사건으로 정치력을 극대화하는 사택비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신라 출신인 선화 황후와 어린 의자 왕자를 죽음으로 몰아가려는 사택비.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동원해 야욕을 채우는 사택비는 진정한 악녀였습니다. 그녀는 최고 귀족의 자녀로 강력한 지지세력을 구축한 채 왕의 여자가 되어 진정한 권력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존재감을 더욱 확고하게 하기 위해 정적을 제거하는 그녀의 모습은 잔인함을 넘어 소름끼칠 정도였습니다.

   
 
암살단을 동원해 그들을 아무리 죽이려 해도 천하무적 무진으로 인해 좀처럼 성공할 수 없자 사택비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술책을 발휘합니다. 강력한 귀족집단이 모두 자신의 편인 상황에서, 왕이지만 왕으로서 존재할 수 없는 무왕을 상대로 사택비가 원하는 것은 무한한 권력입니다.

의자가 왕이 될 수 없고 자신의 아들 교기가 백제의 왕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왕을 만들어가는 킹 메이커로서 무한한 권력을 누리는 것이 사택비가 원하는 이상일지도 모릅니다. 선화 황후와 의자 왕자를 처단하기 위한 작전을 벌이기 전 그녀는 무진을 찾아 자신에게 돌아오라 요구합니다.

왕의 여자가 된 이후에도 여전히 자신이 사랑하는 단 한 사람은 무진이었다는 고백은 잠시 강직한 무진을 흔들리게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사택비의 바람과는 달리 무진은 가장 불안한 존재인 황후와 왕자의 편에서 죽음을 각오하게 됩니다. 눈엣가시 같은 황후와 왕자를 처단하기에 가장 큰 걸림돌인 무진. 그를 죽일 수는 없고 자신의 편으로 만들고 싶은 마지막 바람도 무산된 상황에서 그들이 내세운 작전은 신라의 세작(간첩)이라는 누명이었습니다.

간첩혐의를 뒤집어 씌워 합법적인 방식으로 황후와 왕자를 처단하려는 그들의 노력은 거대한 귀족들의 응원으로 무탈하게 진행됩니다. 삼국이 대립하는 상황에서 세작은 가장 민감하고 중요한 범죄일 수밖에는 없습니다. 왕도 어쩔 수 없는 중대한 범죄를 아무렇지도 않게 만들어내는 그들의 힘은 대단했습니다.

   
 
간첩사건을 조작하여 누명을 씌우고 합법적인 형식을 통해 참형에 처하도록 하는 그들의 방식은 우리 현대사의 그늘을 그대로 닮아 있었습니다. 남과 북이 대립하는 상황에서 지배 권력이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반공이었습니다.

같은 민족이지만 전쟁을 통해 적이 된 남과 북에 반공 이데올로기보다 강력한 수단은 없었으니 말입니다. 독재자들이 권력을 더욱 공고하게 만들기 위해 극단적인 방식까지 동원해 국민들에게 반공 이데올로기를 주입시킨 과정들이 시간이 흐른 현재까지 유효한 것을 보면 대단하다는 말밖에는 나오지 않습니다.

평화를 통해서는 자신들의 무기력한 권력을 극대화할 수 없음을 알고 있는 위정자들은 죽어 없어져도 좋을 반공 이데올로기를 다시 전면에 내세워 친일을 눈감고 혹은 찬양하면서도 평화 기류가 흐르던 남과 북의 관계를 극단적으로 파괴하고 이를 통해 긴장감을 조성해 지배 논리로 사용하는 현실은 경악스럽기까지 합니다. 케케묵은 반공 이데올로기로 친일에 대한 그림자마저 덮어 친일은 용서할 수 있어도 반공만은 버릴 수 없다는 그들의 논리는 지배계급의 공통 논리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백제의 황후가 신라 사람이라는 이유로 세작 혐의는 더욱 그럴듯하게 인식되었습니다. 권력을 가진 이들이 조작으로 진실을 왜곡한다고 해도 일반인들이 이를 알아차리기는 힘든 일입니다. 집중된 권력에 의해 모든 것이 통제된 세상에서 강력한 힘을 가진 그들이 만들어낸 거짓 진실은 진위여부와 상관없이 진실로 통할 수밖에 없습니다.

   
 
언론을 통제하고 거짓된 사실을 진실이라 호도하면서 이를 통해 권력을 유지하고 행사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는 형태는 과거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어쩌면 권력을 꿈꾸고 품고 있는 이들의 공통된 탐욕이 그런 모습은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정상적인 정사암회의(귀족 회의)를 통해 황후를 참형에 처하라는 명령이 내려지는 상황에선 억울한 누명은 억울함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거짓을 참이라고 여기는 상황에서 아무리 민주적인 절차를 밟는다 해도 이는 거짓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마치 거짓으로 만들어낸 진실을 법정에서 진실이라고 이야기하는 것과 같은 상황은 선화 황후와 의자 왕자를 죽음 앞으로 이끄는 상황으로 이어집니다.

무왕이 사택비의 아비이자 귀족 회의를 이끄는 사택적덕에게 무릎까지 꿇으며 살리려고 노력하지만 그들의 야심은 흔들림이 없습니다. 더욱 간교한 사택비는 무왕에게 마지막 선택을 하게 합니다. 황후와 왕자를 신라로 도망칠 수 있도록 돕겠다고 하고 뒤로는 자격을 보내 죽일 자전을 쓰는 그녀는 진정한 악녀였습니다.

이런 간교함을 눈치 챈 무왕은 사택비가 아끼는 유일한 남자 무진을 탈옥시켜 그녀의 야욕을 막을 수 있도록 상황을 만들어냅니다. 무진이라면 황후와 왕자를 위해 몸을 사리지 않을 것은 분명하고 무슨 일이 있어도 그들이 죽지 않도록 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위제단을 이끌고 황후와 왕자를 살해하러 뒤쫓는 무리의 중심에 사택비가 있었고, 그녀의 간교함을 알아차린 황후는 세작의 누명을 쓰느니 이 자리에서 죽는 것을 택하겠다며 스스로 자결하고 맙니다. 이런 그녀의 선택은 어린 의자 왕자가 신라로 가지 않고 다시 백제 궁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됩니다.

   
 
사택비의 간절함도 저버린 채 임신한 아내와 함께 위제단을 피해 도주하던 무진은 벼랑 끝에서 그들과 대결하다 벼랑 밑 바다로 뛰어들어 위기를 모면합니다. 태어나기도 전에 엄청난 사건들을 몸으로 그대로 전해 받은 계백은 어쩌면 이렇게 이미 영웅이 될 팔자였는지도 모릅니다.

사선을 넘나들며 천신만고 끝에 세상의 빛을 보게 된 계백. 과연 그가 이 혼란스럽고 탐욕스러운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남아 역사적인 존재가 될 수 있을지 흥미롭기만 합니다. 의도적인 풍자의 도구였는지 자연스러운 설정이었는지 알 수 없지만 '간첩 조작 사건'은 시대불문하고 우리 사회의 중요한 화두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듯해서 섬뜩하면서도 흥미로웠습니다. 친일파 후손들에 의해 더욱 기묘하고 강력하게 힘을 얻어가는 반공 이데올로기는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유효하니 참 아이러니합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자이미  mfmc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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