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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수 명예졸업 성공하려면 제2의 임재범 쇼크 필요[블로그와] 탁발의 티비 읽기
탁발 | 승인 2011.07.27 11:40

박수칠 때 떠날 수 있는 것은 해탈에 가까운 용기이다. 이 말이 오래도록 회자되는 까닭은 그만큼 실행이 어렵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요즘 CF 카피로도 나오지만 정말로 인간은 좀처럼 현재에 만족할 수 없는 존재인데다가 대중의 인기로 사는 연예인이 한참 박수소리가 커질 때 무대를 내려가기란 죽을 각오를 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일 것이다.

박명수의 스포일러대로 나가수가 시즌2에 들어가게 됐다. 그것이 가능하게 된 것은 명예졸업이란 시스템을 새로 도입하기로 한 것에 기인한다. 명예졸업이란 소위 원년멤버로 불리는 윤도현, 박정현, 김범수 등 장수 삼인방이 스스로 탈락 여부와 상관없이 나가수를 떠나게 된다는 것이다. 탈락에 의한 하차가 아닌 탓에 명예졸업이다. 그들의 빛나는 졸업장에는 치열한 나가수 서바이벌 7회 생존의 기록이 자랑스럽게 새겨질 것이다. 나가수가 모처럼 일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도 반가운 일이다.

   
 
이 명예졸업이라는 개념이 제작진이 가수들에게 제안한 것이 아니라 반대 경우라고 전해지고 있다. 나가수 원년 멤버 세 사람은 자신들의 철밥통을 스스로 깬 위대한 용기와 결단을 보여주었다. 얼굴 없는 가수로 살아야 했던 김범수가 비주얼 가수라는 별명을 얻고, 거의 무명이나 다름없었던 박정현은 노래하는 요정이 되어 가수 생애 최고의 나날을 맞고 있다. 그것만이 아니다. 나가수가 진행되면서 이들이 보인 진면목은 3인불패의 신화를 써가고 있다.

오비이락처럼 하필 옥주현이 나가수에 가세할 때 갑자기 등장한 새 멤버 우대 정책도 써봤지만 그렇게 해도 원년멤버 삼인방은 굳건히 나가수를 지키고 있다. 그러면서 요즘 이런 시스템에 대한 불신의 눈초리들이 하나둘 생겨나고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이미 대중에게 나가수의 아이콘이 돼버려서 이들이 어떤 노래를 어떻게 하더라도 청중평가단은 이들을 외면하지 않는다는 시각이다. 일리가 없는 말은 아니지만 당사자들로서는 억울할 수도 있는 비판이다.

윤도현은 록커로서 꾸준함으로 바위처럼 자기 모습을 지켜왔고, 박정현은 청중들의 환호에 스스로 벽을 칠 정도로 자기 무대에 대한 치열한 집중력으로 매번 나가수의 노래하는 요정의 모습을 만들었다. 반면, 발라드만 할 것 같았던 김범수의 유쾌하고도 파격적인 변신과 도전은 나가수가 아니라면 하지 못했을 신선한 충격으로 나가수가 발라드 일색으로 가는 것을 막아준 아주 소중한 형식 파괴자였다.

여전함과 또 정반대인 파격의 리듬으로 원년 삼인방은 매번의 서바이벌에서 살아남았을 뿐인데 그것을 청중평가단의 팬덤화로 폄훼하는 것은 지나치게 부정적인 시각일 뿐이다. 물론 이대로 주야장천 간다면 아닌 게 아니라 청중평가단의 팬덤화도 부각될 수도 있고, 원년 삼인방이 철밥통을 껴안고 있다는 비판도 나올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노래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현명하기까지 했다. 그들의 입지가 기득권화하려는 찰나에 스스로 나가수를 떠날 생각을 했다는 것이 멋진 반전이었다.

이것은 제작진이 꾸준히 저질렀던 크고 작은 삽질을 충분히 보상해줄 수 있는 충격적이고도 신선한 소식이었다. 물론 원년 삼인방이 나가수를 떠나는 일은 팬덤화를 우려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으니 분명 서운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그러나 그 서운함은 새 가수들의 치열함으로 금세 메워질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나가수는 자연스럽게 7라운드를 기준으로 시즌제로 방향을 잡게 됐다. 그러나 명예졸업제에 문제가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원조의 힘으로 원년 삼인방이 지금까지 잘 버텨주고는 있지만 앞으로도 명예졸업이 가능한 가수가 나올 것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만일 7라운드 생존자가 나오지 않는다면 나가수의 명예졸업제는 단순히 원년 삼인방을 몰아내는(?) 미봉책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결국 명예 졸업을 진실로 명예롭게 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정말 대단한 그러나 나가수를 통해서 완벽하게 재조명될 수 있는 다이아몬드 원석을 찾아내는 일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가뜩이나 무모한 자신감으로 1박2일과 맞붙어 시청률이 떨어져가는 나가수를 스스로 곤마로 몰아갈 수도 있다. 김영희 PD에서 신정수 PD로 넘어가면서 나가수가 임재범을 통해서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었듯이 8월 삼인방의 부재를 완벽하게 잊게 해줄 강력한 신입생을 기대하게 된다. 기대를 하겠다는 것은 반드시 그런 준비가 돼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탁발  treeinu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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