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고교야구의 무모한 도전, 주말리그는 그 마지막 무대만 남았습니다. 주말리그는 올 시즌 여러 어려움 속에 전반기 왕중왕전은 중계방송조차 볼 수 없는 안타까움을 겪기도 했는데요. 광역권 리그로 펼쳐지는 여름의 고교야구는 이제 그 마지막 순간인 왕중왕전을 남겼습니다.

전통의 대회, 청룡기를 겸해 펼쳐지는 이 대회는 그래도 자주 볼 수 있을 듯하다는 점에 안도감이 들기도 합니다. 물론 대회의 시작은 대부분 낮 경기 중계에 몇몇 경기들로만 이뤄집니다만, 아마 대회 후반부에 가면 좀 더 많은 경기들이 함께하겠죠?

이번 주 금요일 12시20분 경기부터 일요일 같은 시간 경기까지, 토너먼트 첫 번째 순간은 중계의 빈도수가 높진 않습니다만, 일요일에 펼쳐지는 전반기 왕중왕전(황금사자기) 우승팀, 충암고와 많은 이들이 다크호스로 꼽는 대구고의 대결은 정말 볼만할 듯합니다.

충암고의 에이스 변진수가 광역권리그의 부진을 털고, 전반기의 강력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3할대 팀타율과 1점대 팀방어율에 타선을 이끄는 구자욱, 에이스 박종윤이 마운드를 지키는 대구고가 승리를 거둘지, 말 그대로 빅매치가 펼쳐지는 이번 청룡기대회와 중계방송. 여러 가지 이유에서 기대되는 경기들은 8월 8일까지 우리를 기다리는데요.

좀 더 재미있게 보는 방법들, 고교야구 중계를 더 즐겁고, 신나게 볼 수 있는 방법들을 정리해 봤습니다. -고교야구중계를 기획하며 고민들을 정리한, "고교야구와 만나는 3가지 시선","2010청룡기, 몇 가지 생각"과 같은 포스팅과 겹칩니다만.-

우선, 첫 번째는 "응원팀"을 만들어야 한다는 거!

응원하는 팀이 없이 스포츠 중계를 본다는 건 매우 심심한 일이고, 쉽지 않은 노릇입니다. 물론 자신이 나왔거나, 다니는 모교가 출전한다면 이런 고민은 의미가 없겠습니다만. 60여 개뿐인 고교야구팀을 출신 고등학교로 삼는다는 건 어찌 보면 커다란 행운이자, 축복과도 같은 일. 결코 그런 경우가 흔하진 않습니다. 야구부가 있는 학교를 다녔다고 해도 절반 이상이 주말리그에서 떨어졌기에 더욱 그 접점을 찾긴 쉽지 않은데요.

고교야구의 인기가 뜨거운 일본을 살펴보면 조금은 그 대안을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갑자원 진출의 가치가 대단한 일본은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 혹은 출신 지역의 학교에 대한 응원과 지지가 대단하다고 하는데요. 본인의 모교가 떨어지더라도, 같은 지역내 학교가 본선 무대에 진출하면 모두가 한마음으로 응원을 한답니다.

우리 고교야구도 이런 접근을 가져보면 좋을 거 같습니다. 지역의 주말리그에서는 상대가 되어 경기를 가졌고, 혹은 자신의 학교는 야구부가 없었다 할지라도, 그래서 접점이 없더라도. 전국 규모의 대회에선 지역의 고교를 응원하는 것! 쉽게 생각하면 프로야구를 포함한 프로스포츠와 비슷하게 생각하면 됩니다. -사실 프로팀들이 지역 연고를 가졌다해도 우리와 같은 지역의 공통성을 빼면 역시나 다른 연결점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고교야구의 중계, 관람을 재미있게 하는 첫 번째 시작은 이런 방법으로 응원팀을 만드는 겁니다.

두 번째, 고교야구 속 스타들을 찾아보기!

▲ 개인적으로 훈남 고교야구 선수라면 추천하는 서울 장충고 투수, 최우석!
매년 고교야구에는 걸출한 스타들이 함께합니다. 올해도 그런 분위기는 마찬가지인데요. 관심과 애정이 없이는 사실 잘 알기 힘든 것이 고교야구의 스타들이라면, 2011 고교야구는 스타 선수들을 찾기 아주 쉽습니다. 바로 다음 달 말부터 일본에서 펼쳐지는 아시아 청소년 야구선수권대회 , 그 대표 선수들을 주목하면 된다는 겁니다.

대표팀으로 뽑힌 선수들이 대부분 청룡기에서 그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줄 것이라 기대되는데요. 앞서 언급한 대구고 박종윤이나 충암고 변진수, 경남고의 한현희와 광주일고 이현동 선수 등은 올 시즌 고교야구 최고의 투수들, 포수로는 휘문고 박가람 선수가 단연 독보적이죠. 진흥고의 김성욱과 대구고 구자욱, 충암고 류지혁, 휘문의 박민우도 걸출한 타자들입니다.

이 밖에도 다양한 선수들이 함께하는 이번 청룡기, 대회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고교야구 훈남을 찾아라"시리즈도 이어지는데요. 직접 방문하셔서 훈남들을 보시고, 이 선수들이 경기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주는지 지켜보는 것, 역시 또 다른 재미가 아닐까 합니다.

마지막, 고교야구만의 매력을 느끼는 것!

주말리그와 달리 왕중와전은 토너먼트입니다. 과거부터 이어지던 고교야구만의 전통이 왕중왕전에는 살아 있다는 거죠. 한 번의 승부에 모든 것이 걸렸고, 선수들에겐 이 하나의 경기에 자신의 미래가 결정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모든 순간은 다 인상적입니다.

선수 본인이나, 학교관계자들, 가족이나 친구들에겐 잔인할 수도 있는 경기의 모든 순간이 야구를 신성하게 느끼게도 하는데요. 그 진지함과 신중함이 바로 우리에게 "고교야구"의 재미를 더하고, 그 가치와 대단함을 높이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무엇보다 승패가 결정되는 순간마다 느껴지는 승리의 기쁨과 패배의 아쉬움은 프로야구에선 느낄 수 없는 깊이를 가지고 있다는 겁니다.

경기 마지막 순간에 이르면 정말 보는 이들조차 긴장시키는 것, 고교야구만의 매력이자 우리가 고교야구를 보는 이유가 되지 않을까요? 고교야구 중계는 이런 재미들이 가득합니다.


스포츠PD, 블로그 http://blog.naver.com/acchaa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PD라고는 하지만, 늘 현장에서 가장 현장감 없는 공간에서 스포츠를 본다는 아쉬움을 말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다른 생각들, 그리고 방송을 제작하며 느끼는 독특한 스포츠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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