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합리적이고 타당한 좋은 제도라고 해도, 혹은 수많은 불만과 불평을 만드는 적절치 못한 규칙이라고 해도 그것이 사람들에게 환영받고 동의를 얻으며 실제로 운용되기 위해서는 그것을 만들고 집행하는 것만으로 모든 것이 끝나지 않습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운용하는 사람의 역량, 공감할 수 있는 원칙, 그리고 무엇보다도 집행자에 대한 신뢰와 믿음인 것이죠. 우선은 사람이, 결국은 사람이 바로 서야지만 해결되는 문제 아니겠어요?
적절한 조절 장치라고 생각합니다. 전쟁 같은 일정을 소화하며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소진되며 출연한 가수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있었어야하는 법칙이었죠. 매번 경연 때마다 컨디션 난조는 기본이고, 링거투혼, 중간 퇴원 같은 무슨 스포츠 경기에서나 본 듯한 치열한, 혹은 잔혹한 투혼의 소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는 현상이었어요. 이런 무리와 혹사의 연속은 몸을 상해가며 무대에 오르는 가수들에게나, 그들의 보다 완성도 있는 공연을 기대하는 시청자들에게나 분명 문제가 있어요.
하지만 문제는 이런 규칙의 변경과 보완이 나가수에는 너무나 잦고, 그 방식에 있어서도 적절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물론 프로그램은 시간과 함께 조금씩 수정되면서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호응이 좋은 부분은 극대화하고, 지적이 있는 것은 고쳐나가기 위해 시청자들의 의견이나 제작진들의 검토를 함께 어우르며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그 프로그램의 생명력을 보장해주는, 장수 프로그램의 탄생 비결이죠. 문제는 고치는 것 자체가 아닌 그것을 관철시키고 만들어가는 방식에 있다는 거예요.
수많은 비난과 공격으로 김영희 PD가 하차하고 새롭게 지휘봉을 넘겨받은 신정수 PD의 언론에 대처하는 방식, 활용하는 것에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매주 방송이 끝날 때마다 우린 각종 기사를 통해 그의 해명과 덧붙임, 약간의 스포일러를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나가수의 수많은 이슈는 그의 입에서 시작되는 경우도 적지 않죠. 500명 청중평가단에 의한 스포일러 자제를 요청하면서 정작 제작자에 의해 많은 부분이 공개되고, 확고한 규칙 준수를 말하다가도 몇 주도 안 되어 변경과 수정이 가해지고, 그 방식도 급작스러운 깜짝 발표가 대부분입니다. 주목을 끌고 소란을 만드는 것만큼 확실한 홍보 방식은 없다지만 나가수의 경우는 그 정도가 조금 과해요.
방송을 통해 충분히 예상할 수 있고, 그렇기에 그 내용과 취지를 시청자들이 충분히 납득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배려와 조절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갑자기 신입 가수들에게 후순위를 배정하거나, 처음엔 그렇게도 쉬쉬하던 새롭게 투입되는 가수의 이름을 언론을 통해 먼저 접하며 시청자들의 기대감과 궁금증을 스스로 줄이거나, 시즌2는 없다고 공언한 다음날 실질적인 새 출발을 말하거나 하는 것이 반복될수록 시청자들의 신뢰와 믿음은 깎여나가고 있거든요. 좀 더 세련되게, 조심스럽게, 배려있게 진행할 수 있는 부분이란 것이죠. 이미 말한 것처럼 전체적인 방향이 옳다고 해서, 아무리 적절한 제도를 만든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거든요. 어찌 보면 나가수의 가장 큰 약점은 가수도, 매니저도 아닌 여전히 미숙한 제작진이에요.
'사람들의 마음, 시간과 공간을 공부하는 인문학도. 그런 사람이 운영하는 민심이 제일 직접적이고 빠르게 전달되는 장소인 TV속 세상을 말하는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확인하고 소통하는 통로' - '들까마귀의 통로' raven13.tistor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