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애프터스쿨의 소속사인 플레디스를 보면 답답하기 짝이 없습니다. 충분히 1위할 수 있는 멤버들을 지니고도 제 옷에 맞지 않는 옷을 입혀가며 활동하게 하는 게 참 답답합니다. 애프터스쿨을 지켜보면서 이렇게 장점을 죽이고 약점을 살리려 노력하는 회사는 처음 봤다하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이렇게 팬들의 마음을 못 읽어내는 회사도 처음봤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잘 알려진 애프터스쿨 팬이지만 몇 마디 적어보려고 합니다.

손담비, Queen을 통해서 Queen 자리에서 내려왔다

토요일 밤에까지만 해도 손담비는 어느 정도 한국에서 "섹시퀸"으로 통했습니다. 미쳤어, 토요일 밤에로 손담비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손담비의 장점을 잘 살렸기 때문입니다. 손담비는 댄스 퀸으로 데뷔해서 강한 여자 컨셉을 잡았었습니다. 하지만 재미를 보지는 못했지요.

그런 손담비를 대박 나게 해준 노래는 "미쳤어"입니다. "너무 노골적이다"라는 반응이 나오기는 했지만 팔다리가 길쭉길쭉하며 퍼포먼스가 앞선 안무, 스타일, 분위기는 평범했던 손담비를 단숨에 섹시 퀸으로 올려놨었지요. 아직도 손담비하면 첫 번째로 생각나는 노래가 "미쳤어" 입니다. 그 다음 역시 "토요일 밤에"로 손담비는 한국의 섹시퀸으로 자신의 입지를 완전히 굳히면서 당시 최고의 섹시퀸으로 군림했던 이효리와도 견줄만한 자리에까지 올라왔지요.

그랬던 손담비가 약해지게 된 계기가 바로 Queen 활동입니다. 물론 단순히 Queen 활동만이 손담비를 저지한 것은 아닙니다. Queen의 MR제거가 떠돌아다니면서 손담비는 가창력으로 지적받았고, 그것 때문에 크게 타격을 입었지요. 본격적으로 손담비를 떨어트린 것은 그 시점입니다. (추천: 손담비 이번 앨범 실패한 이유는?)

하지만 그 전에도 손담비의 가창력 논란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MR제거가 Queen 때 개발된 것도 아니고, "미쳤어" 때나, "토요일 밤에" 때에 가창력 논란이 없었던 것도 아니지요. 그 당시에는 손담비의 퍼포먼스가 가창력을 누를 정도로 강력했기에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은 것이지요.

하지만 Queen에서는 손담비만의 퍼포먼스가 빠지고 특징이 빠진 상태에서 가창력 논란이 다시 일어나니, 손담비는 기댈 데 없이 그 앨범에서 재미를 못 본 것이지요. Queen의 다소 귀여운 안무는 발다리가 길면서 도도하고 여성스럽고 섹시한 손담비와는 사실 거리가 먼 것이지요.

많은 사람들이 손담비의 "미쳤어"를 했지만 사실 손담비만큼의 느낌은 나지 않았습니다. 허나 손담비의 Queen을 아이유가 한 번 해버리자 손담비의 Queen보다는 아이유의 Queen이 더 잘 맞아서 오히려 제 주인을 찾은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물론 가창력이 더 나은 것도 사실이지만, 그것보다 초점이 맞춰진 건 아이유의 귀여움이었지요.

손담비가 곡 선택에 있어서 Queen이 아닌 본인의 스타일과 장점을 살릴 수 있는 곡을 찾았다면, 그래서 그 곡을 들고 나왔다면 이렇게 까지 빨리 조용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플레디스는 답답하게도 똑같은 실수를 애프터스쿨에게 저지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Ah~ 때는 연륜(?)에서 묻어나오는 신인답지 않은 포스를 자랑했고, Diva 때는 귀엽지만 딱 맞춰진 군무에서 나오는 섹시미를 자랑했으며, 난생 처음 1위를 차지한 "너 때문에"에서는 정말 안무부터 곡까지 딱 절제미가 들어맞는 섹시/절제/카리스마를 무기로 승부했습니다.

비록 천안함 사건이 있어서 방송이 많이 되지 못해서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Bang! 때까지만 해도 애프터스쿨은 자신들만의 장점을 잃지 않으면서, 확실히 군무와 섹시 카리스마에서는 다른 팀이 따라올 수 없는 포스와 위치를 가지고 있었지요.

그런 애프터스쿨이 아무래도 Bang!으로 재미를 볼 수 없었던 나머지 오렌지캬라멜이라는 그룹을 만들어서 귀여움으로 어필했고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유닛 활동 자체가 나쁜 건 아닙니다. 만약 오렌지캬라멜이 없었다면 리지도 알려지지 않았을 것이고 나나도 그저 시크함 하나밖에 드러나지 않았을 것이며 메인보컬 레이나도 주목받지 못했을 것입니다.

문제는 이 이후부터는 플레디스가 완전히 애프터스쿨이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할지 방향감각을 잃어버렸다는 것이지요. 그 점은 기대했던 가희 솔로에서도 알 수가 있어요. 섹시를 강조했지만 모두가 기대했던 태도, 멋있는 여자의 모습이 아니라 남자에게 매달리는 듯한 곡으로 가희의 카리스마를 깎아먹는 연약한 모습을 보여주었지요. 그래서 가희의 솔로도 빛을 발하지 못한 것입니다. (추천: 가희의 솔로 앨범이 살짝 아쉬운 이유는)

그런 상태에서 오렌지캬라멜의 귀여운 코드는 쉽게 버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다 귀여운 걸 하자니, 정아와 가희 등 이제는 귀여운 걸 소화하기는 조금 맞지 않는 멤버들이 버티고 있고....이런 상황이다보니 둘이 대충 양보하는 방향에서 "샴푸"를 들고 나왔습니다.

그러나 "샴푸"는 노래만 좋았을 뿐 전혀 팀과는 맞지 않는 곡이었지요. (노래 자체는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섹시함과 카리스마는 전혀 없고, 별로 귀여운 매력도 없는 이것도 저것도 아닌 곡이지요. 야심차게 준비했다는 1집이 이렇게 되니까 마음이 급해서 약간 급조로 둘로 나눈 것 같습니다.

솔직히 둘로 나눈 것까지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플레디스는 팀의 강점이 무엇인지 모른 채 해매고 있는 게 보입니다. 정말 "섹시 카리스마"를 살릴 곡이 필요한 레드에게는 엉성하기 짝이 없는 곡을 주어서, 노래와 분위기는 섹시한데 곡은 섹시하지 못해서 완전 노래와 컨셉이 따로 노는 느낌을 주었지요.

솔직히 블루는 곡 자체가 핑클을 많이 연상시키고, 엉뚱하게 가터벨트 논란이 된 의상을 입힌 것만 빼고는 오렌지캬라멜의 느낌이 많이 나서 어색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애프터스쿨의 고유한 맛은 상당히 잃어버린 상태이지요. 이대로만 가자면 기자들이 이야기하는 대로 얼마 못 가 사라질 수도 있는 흐지부지한 상태에 있을 수도 있습니다.

지금 애프터스쿨은 8월 17일에 일본 진출을 앞두고 그냥 "샴푸"가 너무 반응이 좋지 않아서, 가만히 있기는 뭐한 어중간한 상황에서 급조한 듯한 레드와 블루를 선보인 게 기존 "샴푸"에 더해서 애프터스쿨의 이미지와 그룹의 정체성에 확실히 찬물을 끼얹은 것 같습니다.

짧은 개인적인 소견으로 봤을 때 애프터스쿨은 지금 이런 상태에서 일본에 진출할 때가 아닌 것 같습니다. 일단 한국에서 다시 제대로 기반을 다질 필요가 있습니다. 국내에서의 위치도 위태위태해졌는데 해외에 나가서 잘 할 수 있을까요? 솔직히 팬들도 많이 실망한 입장이라 솔직히 다시 시작한다는 게 쉽지는 않을 수도 있지만, 애프터스쿨의 원래 스타일, 한마디로 철저한 군무의 제대로 된 섹시 카리스마로 돌아올 필요가 있지요.

아직까지도 군무와 퍼포먼스 하나만큼은 애프터스쿨을 따라갈 그룹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그 카리스마의 대표였던 베카가 빠진 게 아픔이긴 하지만 가희와 정아를 중심으로 한 긴 기럭지를 가진 멤버들을 중심으로 군무와 퍼포먼스 쪽에 초점을 맞추면서 애프터스쿨의 장점을 최대한 뽑아내 돌아온다면 다시 기반을 다질 수가 있지요.

물론 어떤 분들은 가창력 부족, 약한 라이브를 지적하지만 그것을 고치자고 강점인 퍼포먼스를 완전 버리고 "나 달라졌다"하는 시도를 보이는 것은 무리수라고 볼 수 있지요. 가창력이 하루 만에 나아지는 것도 아닌 상태에서 퍼포먼스까지 없애버린다면 애프터스쿨은 정말 별 볼 일 없는 그룹이니까요.

누구보다도 애프터스쿨을 아끼는 마음에 이렇게 글을 씁니다. 군무와 퍼포먼스, 섹시미와 절제미 그리고 파워와 카리스마가 없는 애프터스쿨은 사실 걸그룹 중에서도 가장 약하고 불안한 존재라고도 할 수 있어요.

군무, 퍼포먼스, 섹시미, 절제미, 카리스마, 파워 이런 것들이 있을 때 애프터스쿨은 가장 빛나며, 애프터스쿨의 약점인 가창력과 멤버들의 인지도 부족 등을 충분히 커버할 수 있지요. 무엇보다도 애프터스쿨은 7~9명이 함께 손발이 척척 맞는 안무를 소화해낼 때 가장 빛이 나거든요.

유닛활동을 한 것을 굳이 반대하지 않았지만 가능한 한 얼른 정리하고 일본 활동도 당분간 미룬 채, 오히려 국내에서 자신만의 위치를 유지할 수 있는 그룹이 되기를 바랍니다. 플레디스가 애프터스쿨의 장점을 못 살리고 엉뚱한 방향으로 나아가, 애프터스쿨이 흐지부지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Ah", "Diva", "너 때문에", "Bang!"이 왜 인기가 많았으며 그 때는 왜 가창력 논란이 어느 정도 커버되었는지도 생각해보면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될지 충분히 답이 나올 것입니다. 멤버를 바꾸고 이것저것 시도해보고 어설픈 상태에서 해외나가는 게 롱런하는 게 아니라, 꾸준한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자기에 맞는 장점을 보여주는 게 바로 롱런하는 길이니까요.

체리블로거의 나만의 생각, 나만의 리뷰! ( http://kmc10314.tistory.com/ )
해외 거주자의 입장으로서 자신만의 독특한 세상으로 사물을 바라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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