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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테러범 징역 21년', 사실은 대규모 오보CBC 변상욱 대기자, "조심스럽게 읽어야"
권순택 기자 | 승인 2011.07.26 12:21

지난 22일 노르웨이에서 발생한 테러가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용의자이자 범죄사실을 시인한 안드레스 베링 브레이비크는 극우·민족주의자였다고 한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우리나라 언론들은 100여명 가까운 사람을 죽인 테러범에 대해 노르웨이는 21년 형밖에 선고하지 못한다면서 괜스레 사형제가 폐지된 노르웨이 사회가 걱정인양 보도했다. 겉으로는 테러범에 대한 더 많은 형량을 이야기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사형제 존치를 강조하는 맥락으로 읽힌다.

노르웨이 테러범은 징역 21년‘만’ 가능할까?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25일자 지면에서 ‘93명 살인마, 법정 최고형 받아도 징역 21년’, ‘사냥·전쟁게임광…최고 21년형 받을 듯’를 각각 내보냈다.

   
▲ 7월 25일자 동아일보 기사
<동아일보>는 “‘93명의 목숨을 앗아간 살인마가 21년 후면 감옥에서 풀려난다?’”며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현행 노르웨이 형법에 따르면 이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나라의 법정 최고형이 징역 21년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노르웨이에서 사형제는 1905년 공식 폐지됐다”면서 “무리 극악한 범죄자도 21년의 형기만 채우면 자유의 몸이 된다”고 문제 삼았다. 

<조선일보> 또한 “그는 폭탄 테러와 총기 난사로 93명을 죽였지만 현재로선 사형이나 무기징역 형벌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노르웨이는 최고 21년의 징역형이 법정 최고형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같은 한국언론의 노르웨이 사태 보도와 관련해 CBS 변상욱 대기자는 “조심스럽게 읽어야할 것 같다”고 경계했다.

변상욱 대기자는 26일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노르웨이 법정 최고형이 징역 21년형이 맞긴 하다”면서도 “그러나 노르웨이 법정은 피고에게 선고한 징역형이 끝나는 시점에서 다시 5년을 연장할 수 있는 권한이 법정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신체적 자유를 구속하는데 20년이면 너무 긴 세월이 아니냐고 판단, 그 다음부터는 신중하게 5년씩 끊어서 주자는 것이 노르웨이 법정의 취지”라면서 “사회에 복귀시키기에 너무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계속해서 5년씩 늘려가도록 한 것이다. 종신형 내지는 무기징역까지 가능한 게 노르웨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나라 언론이 노르웨이 법정 시스템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계속해서 기사를 써내려갔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규모 오보사태가 어떻게 벌어진 것이냐’는 물음에 그는 “<연합뉴스>에서부터 착오가 빚어진 것”이라며 “24일 <연합뉴스>가 ‘노르웨이 테러범 최고형량은 21년, 그 이유는’이라는 기사를 보낸 것이 시작”이라고 주장했다.

변상욱 대기자는 “그 후 25일 송고된 ‘노르웨이서 법정 최고형 강화 여론 고개’ <연합뉴스> 기사에서 5년 씩 연장이 가능하다는 내용이 슬그머니 들어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결국 24일 자 <연합뉴스>의 보도를 급히 받아 쓴 언론사들은 오보를 냈고, 다음 날 쓴 언론사도 무게는 ‘징역 21년형이 법정최고형’이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5년 씩 연장도 가능하다’는 단서를 달아 오보를 면했다”고 전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인용보도, family value가 가부장제(?)

변상욱 대기자는 이날 라디오에서 언론들이 노르웨이 테러 용의자 안드레스 베링 브레이비크가 “한국, 일본처럼 가부장제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보도 역시 신중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family value’를 ‘가부장제’로 해석할 수 있느냐에 대한 의문이었다.

<경향신문>은 인터넷판 “노르웨이 테러범 ‘한국·일본처럼 가부장제 돼야’” 보도를 통해 “노르웨이 사상 최악의 테러가 된 연쇄 폭탄·총기난사 테러 용의자 브레이비크가 한국과 일본처럼 가부장제가 확립돼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를 인용했다. <2083:유럽 독립선언>이라는 선언문을 인터넷에 올려 페미니즘에 대한 혐오감을 피력하면서 가부장제 회복을 강조했는데 그 대안으로 ‘일본이나 한국이 모델’이라고 주장했다는 내용이 골자다.

변상욱 대기자는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인용한 선언문 내용을 직접 해석했다.

“다문화주의, 문화적 마르크스주의가 지배하는 노르웨이와 달리 단일문화를 보존하면서 과학적으로 발전했고 경제적으로도 성장한 모델로 일본 또는 한국을 꼽을 수 있다. 이 두 나라는 1950년 대 유럽의 정통 보수주의가 지녔던 원칙, 가치들을 잘 보여주고 있다. 두 나라는 강도, 강간, 살해 등 범죄에 대한 공포 없이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는 평화로운 나라다…한국, 일본 그리고 대만을 포함해서 세 나라는 세계화의 장점은 흡수하고 단점은 배제하며 평화적이고 반제국주의적이면서도 민족주의와 가족의 가치(family value)가 매우 강한 나라들이다”

그는 “텔레그래프 지가 보도한 이 내용에는 가부장제도와 관련한 내용은 없다. ‘family value’라고 돼 있는데 이걸 가부장제라고 해석할 수 있을지”라면서 “이 단어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기사 내용이 확확 달라질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변상욱 대기자는 “우리나라 언론들이 단어 한두 개를 너무 부각시키면서 혼란을 초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권순택 기자  nanan@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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