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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성착취물 대응, 수사기관 '신속 삭제'까지 나아갈까'n번방 방지법' 한계 논의 시작한 국회…"선제적 대응 필수적"
송창한 기자 | 승인 2020.07.01 16:38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디지털성범죄 대응의 최우선 과제는 불법성착취물에 대한 신속한 삭제와 유통근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텔레그램 불법성착취영상거래 사태는 가해자가 불법촬영물을 직접 제작·유통하지 않아도 피해자의 성적이미지와 개인정보를 취득해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이에 20대 국회에서 통과된 'n번방 방지법'은 불법촬영물에 대한 삭제·차단 등 유통 방지를 위해 인터넷 사업자의 '기술적·관리적 조치'를 의무화했다. '기술적·관리적 조치'는 대통령령에 따라 규정되는데, 정부는 수사기관과 관련 정부부처가 디지털성범죄 '표준 DNA DB'를 제공하면 사업자가 관련 영상에 대해 유통방지 조처를 취하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디지털성범죄 피해자들과 관련 시민단체들은 'n번방 방지법' 통과를 환영하면서 동시에 '이제 시작'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디지털 불법성착취물 삭제가 'n번방 방지법' 통과로 일부 진전을 보였지만, 피해자의 신고가 없더라도 수사기관 등 국가기관이 명백한 성착취물에 대해서는 신속한 삭제 등에 나설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1일 국회 여성아동인권포럼(대표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한 'N번방 방지법 그 한계를 해결한다' 토론회 (사진=미디어스)

1일 국회 여성아동인권포럼(대표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한 'N번방 방지법 그 한계를 해결한다'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김정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디지털성폭력 피해자 보호·지원 방안으로 몇 가지 불법촬영물 삭제 지원안을 제시했다.

김 연구위원은 피해자 지원 요청이 없는 촬영물의 삭제를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불법촬영물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피해자가 지원 요청을 하지 않거나, 할 수 없거나, 지원 기관 또는 수사기관에서 피해자를 찾을 수 없는 경우 삭제의 근거가 없고 결과적으로 촬영물 유포가 지속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연구위원은 "피해자가 삭제 요청을 하기 전에 지원기관에서 채증한 뒤 삭제하는 '지원'의 근거가 필요하다"며 성폭력방지법 제7조의3 삭제 지원 근거 규정에 '불법촬영물이 명백한 경우' 등과 같은 문구를 추가하는 개정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다만 이 경우 검열의 문제, 지원기관의 자의적 판단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명백한 불법촬영물' 판단 기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김 연구위원은 "피해자가 나타나기를 기다리지 않아도 되면 사전 모니터링이 활발해지고 피해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가능해질 수 있다"며 "피해자가 상담조차 어려워 자포자기하는 경우도 지원이 가능하게 된다"고 효과를 설명했다. 

또 김 연구위원은 피해자의 삭제 지원 신청을 대리할 수 있는 현행 제도에 대해서도 '친족'만이 대리신청을 할 수 있다며 제3자에게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 성폭력방지법상 혼인, 혈연으로 이어진 친족만이 삭제 지원 신청을 대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피해자의 의사와 독립적으로 삭제 신청을 하는 권한이 아니라 피해자를 대리하여 신청할 수 있는 권한이라면 가족이 아닌 제3자에게 신청 권한을 부여해도 무방하다"며 "본인이 삭제 지원을 요청하기 어렵고 해당 가족에게 알리기도 어렵거나 알리기를 원하지 않는 경우, 친밀한 관계에 있는 사람이나 친구, 지원자 등이 피해자의 의사를 대리해 신청할 수 있도록 해 피해자 지원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토론자로 나선 서지현 검사(법무부 양성평등특별자문관)는 현행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삭제 권한에 의문을 제기하며 수사기관의 신속한 직접 삭제나 사전차단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불법성착취물 삭제는 각 기관이 발견해 방통심의위에 삭제를 요청하면 방통심의위가 심의 전 시정과 자율조치를 요구하고, 심의 후 삭제·차단을 하는 방식이다. 서 검사는 "방통심의위의 삭제는 굉장히 어색하고 이상한 제도"라며 "불법 성착취물 삭제·차단은 아무리 빨라도 지나치지 않다. 수사기관의 삭제·차단이 필요하고, 형집행 기관인 검찰은 직접 삭제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서 검사는 또 "최근 검찰은 기존에 클라우드에 저장된 성착취 영상물을 복제방식으로만 압수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압수수색영장 청구에서 잘라내기 방식의 필요성을 적시해 아동·청소년 성착취 영상물 압수와 동시에 클라우드 업체의 성착취 영상물에 대해 삭제 요청을 실행하고 있다"며 "이를 위한 구체적 가이드라인과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텔레그램 성착취 신고 프로젝트 ReSET(리셋)'의 최서희 활동가는 방통심의위의 불법성착취물 삭제 권한이 국내에만 미치고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방통심의위는 국내 사업자를 상대로는 삭제 조치까지 취할 수 있지만, 해외 사업자에 의해 운영되는 사이트에는 차단 조치밖에 하지 못한다. IP(internet protocol)를 해외로 우회하면 차단 조치된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다. 

최 활동가는 "차단 조치를 우회하는 방법이 유튜브 등 디지털 공간에 범람하고 무료 VPN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하는 정도로도 IP를 우회해 차단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다"며 "VPN을 이용한 우회 접속의 경우 성인인증은커녕 본인인증도 필요하지 않고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차단이라는 표현이 무색한 조치"라고 했다. 

또 최 활동가는 "국제 공조 협약에 가입하는 등 국제 공조 수사의 토대가 마련된다고 하더라도 텔레그램이나 여전히 성행 중인 다크넷 상의 여러 사이트와 같은 경우 성착취물 소지·저장·구입·시청한 가해자들을 추적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문제가 남아있다"며 "수사에 비협조적인 플랫폼들에서 이뤄지는 유포 행위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외 불법성착취물에 대해 국가기관 차원의 직접적이고 신속한 삭제와 차단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n번방 방지법'의 시행령을 마련 중인 방송통신위원회의 김영주 인터넷윤리팀장은 현재 관련 연구반이 불법성착취물 신고 시 플랫폼 사업자가 지체없이 삭제하도록 하는 조항과 행정제재 조항을 포함하는 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시행령에서 규정될 사업자의 기술적 조치에 대해선 조치의 범위와 법률대상 사업자 지정 등이 관건으로 논의되고 있다고 했다. 토론회 좌장을 맡은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김 팀장에게 "소규모 업체가 빠져나가지 않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실효적 처벌을 위해 양형기준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김한균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회가 특별법을 제정하고 거듭 개정해서 법정형을 가중한들 양형기준의 권고형량범위로 축소돼 버리면 솜방망이 처벌은 바뀌지 않는다"며 "현행 양형기준은 종래 판사들이 선고한 형량범위의 70~80% 범위에 일부 규범적 조정을 한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2019년 6월 디지털성범죄를 양형기준 설정대상 범죄로 선정하고, 디지털성범죄의 특성과 피해회복을 양형기준에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중이다. 애초 지난 5월 양형기준이 발표될 예정이었으나 대법원 양형위는 성폭력 처벌법 개정을 이유로 양형기준안 의결을 12월로 연기했다. 

송창한 기자  sch696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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